대형대부업체의 위상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 제도권 금융에 사실상 합류하면서 앞으론 대형대부업체도 금융회사의 역할을 하게 된다. 그만큼 대형대부업체에 대한 규제도 까다로워진다. 대출고객 정보를 다른 금융회사와 공유하게 되고 건전성 규제와 소비자 보호 조치도 강화된다. 또 총 자산한도 규제를 새롭게 받으며 유흥주점업·다단계판매업도 겸업할 수 없다.


이처럼 위상이 올라가고 규제가 강화됐지만 대부업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은 아직 부정적인 게 사실이다. 대형대부업체가 진정한 제도권 금융으로 대접 받기 위해서는 어떤 역할이 필요한지 문제점을 짚어봤다.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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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계 자금·국부유출 논란

일부 업체에 해당되기는 하지만 대형대부업체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는 일본계 자본으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산와머니와 미즈사랑, KJI, 조이크레디트 등 29개의 대부업체가 일본계 대출회사다. 이들 대부분이 고객에게 익숙한 브랜드로 상위권에 랭크된 업체다.


대출규모도 토종은행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29개 일본계 대부업의 총 대부잔액은 6조5000억원에 달한다. 토종업체를 합친 대형사 119개 업체의 대부 잔액(10조9623억원)의 약 60%를 차지하는 규모다.

이렇다 보니 국부유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또 시장 환경에 따라 금융당국과 엇갈린 행보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부업법에 따르면 오는 7월25일부터 자산규모 120억원 이상, 2개 이상의 시·도에 영업점을 낸 대부업체는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다. 그동안 대부업은 지자체에서 관리·감독했는데 이젠 규모에 따라 금융당국과 지자체가 분리해 관리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기준금리와 법정 한도금리가 높아 비교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가 일본과 비슷해지거나 오히려 하락하면 이들은 언제든 손을 털고 국내를 떠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선 국내에서 번 돈을 국내에 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먹튀 논란이 불거지지 않도록 금융규제 장치를 까다롭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부업 부정적 인식 벗어나야


대부업이란 부정적인 이미지도 벗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대부업은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에 속하지 않는 대출사업을 뜻한다. 법적으로 금융기관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사채업 혹은 사금융으로 불린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천문학적인 금리와 불법 추심이 난무했으며 연대보증으로 서민의 목을 옥죄는 곳으로도 악명을 떨쳤다.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당시 대부업의 대출금리는 130%가 넘었다. 제도권 금융이 서민금융에 손을 대지 못하는 것도 사실 대부업체와 업권이 부딪힐 것을 꺼려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대부업체 대부분은 당시 천문학적인 고금리로 성장을 거듭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서민의 피를 빨아먹고 성장한 곳을 제도권 금융으로 인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다른 목소리도 있다. 음지에서 양지로 대부업을 끌어올려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게 오히려 소비자를 보호하는 길이라는 것.

현재는 후자가 힘을 얻는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때로는 금융당국이 인위적으로 금리를 조정함으로써 소비자 이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시각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대형대부업체가 이런 부정적인 인식을 어떻게 바꿔 나갈 수 있느냐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음지에서 고리대부와 불법추심으로 성장한 곳이 바로 지금의 대부업체들”이라며 “아직도 일반 국민은 대부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대형대부업체가 얼마나 금융소비자 보호에 앞장서고 서민금융 지원을 강화하는지에 달렸다”고 조언했다.

◆금리 낮추고 이미지 쇄신 노력해야

금리를 낮추고 사회공헌활동을 대폭 늘릴 필요성도 있다. 현재 대부업은 법정 최고금리인 연 27.9%의 이자를 적용한다. 지난 3월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를 연 34.9%에서 현 수준으로 낮추면서 대형대부업도 이에 합류했다.

이로써 대부업도 저축은행과 여신금융회사 등 제2금융권과 어깨를 견주게 됐다. 일부 대형대부업체는 저축은행을 비롯해 캐피탈까지 운영하는 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따라서 이에 걸맞게 금리를 낮추고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러시앤캐시 등 일부 대부업체는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하고 배구단 운영 등으로 이미지 쇄신을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만 해당한다. 상당수 대형대부업체가 자사의 이익 추구에만 집중한다는 지적이 여전히 나온다.



소비자를 현혹하는 TV 광고도 지양해야 한다. 대부업 TV광고는 평일 오전 9시~오후 1시와 밤 10시~다음날 오전 7시, 토요일·공휴일 밤 10시~다음날 오전 7시까지만 허용된다. 지방파에선 TV광고가 금지됐고 케이블에서만 한정적으로 광고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금융에 대한 관념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어린이 및 청소년을 보호하고 일반 금융소비자의 충동적이고 무분별한 대부업 대출을 막기 위한 조치다. 실제로 2015년 국감자료에 따르면 TV광고가 허용된 2013년부터 2015년 9월까지 케이블채널에서 방송된 대부업 TV광고는 75만7812건으로 하루 평균 1188건의 광고가 방송됐다. 대부업 TV광고 규제 도입은 자업자득인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예고되면서 은행과 저축은행, 대부업 간 금융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면서 "어떻게 보면 대형대부업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추게 됐다. 대형대부업체들이 앞으로 소비자보호 활동과 사회공헌을 통해 서민에게 한층 다가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