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마무리되는 듯했던 롯데그룹 오너가 경영권 분쟁이 비자금 조성, 배임 의혹 등에 따른 전방위 검찰 수사로 혼돈에 빠졌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반격에 나서며 기존 구도가 흔들릴지 주목된다.


13일 검찰과 재계 등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업무방해·재산은닉 혐의 등으로 신 회장,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 고바야시 마사모토 한국 롯데캐피탈 대표를 고소할 당시 검찰에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 배임, 횡령과 관련한 단서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진=뉴시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진=뉴시스

당시 신 전 부회장 측이 제출한 자료는 일본롯데 지분구조, 쓰쿠다·고바야시 대표의 신 전 부회장 해임건의 허위근거 입증자료, 한국롯데 중국투자 손실 규모와 관련한 회계자료, 롯데그룹 오너일가가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활용해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비결에 대한 상세한 정보 등이다.

검찰은 이 자료를 토대로 한국롯데가 벌어들인 돈이 일본으로 흘러들어 가는 구조와 횡령, 배임, 비자금 조성 정황 등의 혐의점을 상당수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신 전 부회장은 지난 10일 ‘롯데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모임’이라는 일본 홍보사이트에 ‘한국 롯데그룹에 대한 수사 보도에 대해’라는 긴급성명을 내고 검찰의 한국 롯데그룹 수사 상황과 롯데그룹 기업 가치 훼손에 대한 소식을 전했다.


이는 이달 말로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를 겨냥해 신 전 부회장이 신 회장 측을 최대한 흠집 내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신 전 부회장은 이번 정기주총에서 다시 한번 신 회장을 포함한 현 롯데홀딩스 임원진의 해임을 시도할 계획이다.

재계에서는 여전히 일본 롯데홀딩스와 한국 롯데그룹 경영진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신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볼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일각에선 전방위로 진행 중인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신 회장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 불똥이 그룹 전체를 뒤흔들 위기의 불씨가 된 상황에서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경영권 분쟁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신 전 부회장 측에선 이번 이슈를 지속적으로 부각시켜 신 회장을 흔드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