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더하기] 이마트 소주시장 진출, 진짜 이유

이마트의 소주시장 진출이 조용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9일 이마트는 제주지역 소주업체 (주)제주소주 인수를 위한 가계약 체결 소식을 공개했다. 이마트는 제주소주를 경쟁력 있는 소주업체로 성장시켜 제주지역 2차 산업모델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소식을 두고 중소 소주업체들은 ‘잠재적인 경쟁자’ 등장에 긴장하고 있다. 제주지역 내에서는 ‘지역 내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인수’, ‘사실상 지하수 사업권 획득이 인수목적 아니냐’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소주’는 미끼? 지하수 사업권 탐냈나

제주경영자총협회(이하 제주경총)는 지난 6월21일 성명을 통해 이마트의 제주소주 인수 배경을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촉구했다.


제주경총은 이날 “제주에서 지하수개발 허가를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이마트의 제주소주 인수가 단순히 해당 설비를 이용한 소주 생산에만 그치겠냐”면서 “다른 뜻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제주경총은 이마트의 향토기업 인수가 지역 내 토종브랜드들의 자생력을 꺾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제주경총은 “자금난을 겪는 향토기업을 인수한 후 이를 발판 삼아 사업영역을 확장한다면 토종브랜드의 자생력과 미래경쟁력은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지적햇다. 

정용진 부회장의 ‘주류사업 관심’과는 별개로 이마트의 이번 인수를 단순 ‘소주시장 진출’로만 해석하긴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제주소주는 지난해 매출액 1억4000만원, 당기순손실이 32억원에 달하는 부실업체였다. 이마트가 굳이 수백억원을 들여 수익성이 확실하지 않은 소주시장에 진출한 것은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소주시장 진출보다 제주지역의 지하수 사업권 획득이 이번 인수건에 더 중요하게 자리했을 거라고 말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번 인수가 이마트에게 중요한 것은 소주 사업권 획득은 물론, 제주지역 수원지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점”이라며 “제주도 지하수 허가권은 사실상 신규허가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점을 감안해 아마도 허가권을 갖고 있는 제주소주를 인수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소주는 지하수 개발·이용허가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마트가 제주소주를 정식 인수한다면 지하수 개발권을 바탕으로 자체브랜드(PB) 상품 등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해 한류 연관 사업 진출도 가능해진다.


식음료 업계 관계자는 “식음료 시장에서 물의 원산지는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면서 “특히 제주지역 수원은 매우 청정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어 제주 지하수를 바탕으로 추진되는 사업은 일단 든든한 기초를 쌓고 시작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취수량이다. 현재 제주소주는 1일 150톤(월 약4100톤)의 수량만을 취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직접적인 경쟁업체인 한라산소주의 1일 취수량이 450여톤(월 약1만3500톤)인 것을 감안하면 1일 150톤은 ‘유통공룡’ 이마트가 만족할만한 취수량은 아니다.

결국 해결방법은 증산(취수량을 늘리는 것)이지만 최근 한국공항의 ‘한진제주퓨어워터’ 생산을 위한 지하수 취수량 증산 신청이 불허된 점을 감안하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공항은 월 3000톤이던 취수량을 6000톤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했었다.


제주도 수자원정책관리과 관계자는 “증산 신청이 들어오면 최소 3개월에서 최대 6개월 정도 사업타당성 조사기간을 거친다”면서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마트의 신청이 들어오지도 않은 지금 상황에선 ‘증산’ 통과여부를 예측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사진=뉴스1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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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회사들, ‘느긋’과 ‘긴장’ 반응 엇갈려

중소 소주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탄탄한 구매층을 확보한 하이트진로나 롯데주류에 비해 중소 소주업체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A 중소 소주업체 관계자는 “매출이 안정적인 ‘참이슬’과 ‘처음처럼’을 빼면 남는 시장 점유율은 20% 정도”라며 “사실상 나머지 소주업체들은 이 20%를 두고 싸우는 형국이다. 하지만 이마트의 유통망과 마케팅 파워를 감안하면 이마저도 노리기 힘들어질 수 있어 걱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하이트진로나 롯데주류는 느긋하다는 입장이다. 하이트진로는 “이마트가 제주소주를 인수하더라도 당장 생산물량자체가 크지 않아 전국적인 유통망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면서 “지금 당장 회사차원에서 대응할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롯데주류 역시 “소주는 고객들의 충성도가 쉽게 변하는 시장이 아니어서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소 소주업체들은 대형마트 진열에서 이마트 소주에 밀릴 부분을 염려하는 분위기다. B 중소 소주업체 관계자는 “이마트가 자체 브랜드 소주를 좋은 자리에 진열하면 우리 같은 중소 소주업체들은 매출에 영향이 있을 수 있어 걱정”이라고 밝혔다.

이마트 사업을 총괄하는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계약이 최종 확정된 사안도 아니고 실사를 진행 중이여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밝히기는 어렵다”면서 “설령 증산이 되고 사업추진을 감행한다 해도 전국적인 유통망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먼 훗날 얘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