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는 한국과 매우 가깝다. 비행기로 인천에서 80분, 부산에서 40분이면 후쿠오카에 닿는다. 이처럼 왕래도 편하고 도시형 여행에 좋은 여러가지 매력을 가지고 있다. 부담이 적은 해외여행을 원한다면 후쿠오카로 떠나보자.


다자이후텐만구
다자이후텐만구

◆다자이후 텐만구

후쿠오카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 유명한 신사가 있다. 이곳은 합격, 성적향상을 기원하는 곳으로 자식 걱정하는 부모들이 꽤 다녀가는 곳이다. 우리나라에도 사찰에 가면 ‘수능기원 100일 기도’ 등이 있으니 비슷한 개념이라 보면 되겠다.

이곳은 스가와라 미치자네를 신으로 모신 곳이다. 그는 헤이안 시대 학자이자 시인·정치가로 일본에서 학문의 신, 지성의 신으로 추앙 받는다. 해마다 전국에서 700만여명의 참배자가 방문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입구에는 상가가 형성됐다. 1.5㎞ 정도의 쇼핑 거리로 찹쌀떡 가게, 수공예품과 여러가지 먹거리, 도넛 가게, 명란젓 파는 곳 등 품목도 다양하다. 특히 ‘우메가에 모찌’라는 구운 찹쌀떡은 이곳 신사의 주인, 스가와라와 관계가 있다. 그는 교토에서 좌천돼 이곳에 왔다. 함께 온 딸이 힘든 생활을 견디지 못해 죽자 식음을 전폐하고 밤낮으로 통곡했다고 한다. 그를 가엽게 여긴 이웃의 할머니가 떡을 만들어 그 위에 매화나무 가지를 올려뒀다는데 벚꽃보다 매화나무를 좋아했던 스가와라를 고려해 정성을 보인 행동이다. 이것이 일명 ‘매화떡’으로 이 지방의 명물이 된 우메가에 모찌다. 신사 입구에는 이런 떡집이 여러군데 있고 매화 문양을 찍어 파는 집도 있다. 바로 구워낸 모찌는 뜨끈한 것이 꿀꺽 넘어간다. 아침 대용으로 먹기에도 좋다.


토리이(신사의 문) 안으로 들어서면 유명한 ‘소’상이 있다. 이 소는 스가와라의 유해를 싣고 가다가 이곳에서 엎드려 움직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 자리에 세운 사당이 바로 다자이후 텐만구다. 이 소의 머리를 만지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속설 때문인지 머리 부분의 색이 벗겨져 반들반들하다. 소상과 함께 사진을 찍는 여행자도 많다.

정원에는 스가와라가 좋아했던 매화나무와 고목이 울창하다. 본전으로 이어지는 3개의 다리가 있고, 첫번째 다리 아래로는 연못이 있는데 아름드리나무들이 가지를 물 위로 펼친 모습이 아름답다. 봄에는 벚꽃도 화려하게 핀다. 본전에 들어가기 전 손을 씻는 ‘쵸즈야’가 있고 문을 지나면 붉은색과 금빛이 어우러진 화려한 본전이 나온다.


신사를 구경하고 나오면 다시 상가들이 이어진 쇼핑가다. 이곳에는 스타벅스 콘셉트 스토어가 있다. 일본의 유명한 건축가 쿠마 켄고가 설계한 곳으로 입구부터 독특한 목조구조가 눈길을 끈다. 못을 사용하지 않고 목재를 엇갈려 서로 지지하도록 했는데 구조물 사이로 비치는 조명이 그림자를 만들어 몽환적이고 현실과 분리된 공간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스타벅스기에 이곳에 오는 여행자들에게 명소가 됐다.

스타벅스 컨셉매장
스타벅스 컨셉매장

카와바타아케이드
카와바타아케이드

◆도시에서 먹고 놀기

후쿠오카는 도시 여행에 좋은 곳이다. 부산과 가까워 비행기로 40분, 배로도 3시간이면 올 수 있으니 ‘라면 먹으러 일본 다녀왔다’는 허세가 실제 가능한 곳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먹고 사기를 반복하며 이 도시를 즐긴다. 특히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것이 많다. 드러그스토어의 화장품과 작고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자꾸만 지갑을 열게 한다.


여행의 중심이 되는 하카타역과 터미널을 중심으로 쇼핑센터와 백화점이 모여 있다. 맛집과 유명한 쇼핑몰이 몰려 있으니 도시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딱이다. 유명한 집들과 쇼핑 품목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어 아예 리스트를 들고 다니는 여행자들도 종종 있다.

기온역의 캐널시티는 대형 복합시설로 극장, 호텔, 쇼핑, 게임센터 등이 모여있다. 이곳은 인공 수로가 특징으로 주변을 꽃과 나무와 벤치로 꾸며 휴식공간을 제공한다. 중앙에 있는 분수는 1시간에 한번씩 분수쇼를 보여준다. 분수 주변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음악과 함께 시원하게 뻗어 올라가는 물줄기를 감상하는 것도 여행 중 즐거운 휴식이다.

하카타강을 따라서는 ‘카와바타 아케이드’가 있다. 재래시장을 정비한 곳으로 대형 쇼핑센터보다 정감이 간다. 반찬가게, 야채가게, 불교용품을 판매하는 곳, 오징어회 식당, 미용실, 안마소 등이 보인다. 또 기념품을 살 만한 곳도 있다. 이곳 나카스 지역이 일본에서 두번째로 꼽히는 환락가인 만큼 야한 드레스를 판매하는 집도 몇 군데 있다. 저렴한 식당도 있어서 굳이 유명한 집에서의 인증샷이 필요하지 않다면 한끼 해결하기 좋겠다. 이렇게 슬슬 구경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나카스 카와바타역에 이른다.

일본이 100엔샵의 본거지인 만큼 드러그스토어 쇼핑도 재미있다. 한국에도 있는 ‘다이소’를 비롯해 드러그11 같은 곳들이 시내 곳곳에 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클렌징 제품이 한국여행자들에게 크게 인기를 끌어 ‘구입 5개 제한’ 조건이 있을 정도다.

먹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지역 음식 중 돈고츠라멘, 명란젓, 모츠나베(곱창전골) 등은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다. 여기에 후쿠오카식 햄버거스테이크와 맛있는 커피, 편의점 도시락, 다양한 종류의 빵과 디저트로 하루 세끼가 모자랄 정도다.

‘일본’하면 떠오르는 오래된 우동집도 물론 있다. 기온역의 카로노우롱은 100년이 넘은 우동집이다. ‘우롱’은 우동의 하카타 방언이고, 모퉁이 우동집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길이 갈라지는 모퉁이에 있다. 우동에 명란젓을 얹은 멘타이코우동은 이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다.

철판에 구워먹는 햄버그스테이크도 명물이다. 숯불에 초벌 구운 고기와 지름 5cm 정도의 작은 쇳덩이가 함께 나오는데 이것이 뜨겁게 달구어져 있다. 조금씩 떼어서 위에 올리면 지글지글 소리도 경쾌하게 고기가 익는다. 먹는 것마저 아기자기하게 연출한 것이 딱 일본스타일이다. 인기가 좋아 지난해 한국에도 분점을 냈다.

돈고츠라멘은 후쿠오카 음식으로 여행 중 한번은 먹게 된다. 후쿠오카에 본사를 둔 이치란이 대표적이지만 이외에도 라멘집이 무척 많다. 캐널시티 5층에는 전국 유명 라멘집을 모아놓은 라멘 스타디움이 있다.

캐널시티
캐널시티

후쿠오카성
후쿠오카성

오호리공원
오호리공원

◆오호리공원과 후쿠오카성

오호리공원은 호수공원이다. 대호(大濠)공원이라는 이름처럼 큰 호수가 중심에 있고 둘레의 산책로가 2km나 된다. 대호에서 호(濠)는 해자를 뜻하며 후쿠오카성을 축성하면서 만든 해자가 지금의 호수가 됐다. 후쿠오카성이 1601년부터 지어졌으니 호수의 역사 또한 400년이 넘었다.

호수 주변으로 곰솔, 수양버들, 종가시나무, 녹나무, 은행나무, 목련 등 나무가 많아 잠깐 도심을 잊기에 좋다. 메이지유신 때 후쿠오카성이 폐성되고 호수가 매립될 위기도 있었다는데 다행히 보전돼 후쿠오카 사람들이 사랑하는 휴식처가 됐다.

1929년에 개원해 호수 중앙에 작은 섬을 만들었고 섬과 호수를 잇는 3개의 다리가 있다. 여기에 늘어진 수양버들까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했더니 중국 서호를 보고 만들었다고 한다. 호에는 뱃놀이 하는 연인들이 더위에 아랑곳 없이 노를 젓는다. 오리 보트도 있다. 재미있는 건 오리 보트를 쳐다보는 오리들이다. 저 보트가 자신을 본 떠 만든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성의 해자로 만든 공원이니 성터도 남아있다. 후쿠오카성은 메이지시대까지 구로다 가문이 그 주인이었다. 성 안에 40기 이상의 성루가 요새마다 있었다고 하니 상당한 규모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는 두어개의 성루와 성벽이 남아있을 뿐이다. 옛 성터는 쓸쓸하기 마련.

평소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소수의 여행자와 운동을 하러 오르는 동네 사람들이다. 그러나 벚꽃이 피는 계절에는 오호리공원에서 후쿠오카 성까지 꽃놀이 인파가 몰린다. 이밖에도 공원 주변으로 놀이터, 일본정원, 후쿠오카시 미술관, 노가쿠당 등 문화공간이 있다.


[여행 정보]

한국에서 일본 후쿠오카 가는 법

항공: 인천공항·김해공항에서 후쿠오카로 가는 직항 비행기가 있다.(아시아나, 대한항공, 진에어, 제주항공, 티웨이, 일본항공 등)
선박: 부산항과 하카타항을 오가는 뉴카멜리아, 비틀호, 코비호 등이 있다.

환율: 100엔 = 약 1106원

다자이후텐만구 가는 법: 니시테츠 다자이후역에서 도보 5분
캐널시티 가는 법: 지하철 공항선 기온역에서 도보 7분
오호리공원 가는 법: 후쿠오카시 지하철 공항선 오호리공원역 하차

다자이후 텐만구
http://www.dazaifutenmangu.or.jp / 전화번호: 092-922-8225
개문: (춘분~추분) 오전 6시 / 이외 오전 6시30분
폐문: (6월~8월) 오후 8시 / (9월~5월) 오후 7시
1월 1~3일 : 24시간 개방

캐널시티 하카타
http://canalcity.co.jp / 전화번호: 092-282-2525
영업시간: (점포) 오전 10시 ~ 밤 9시 / (식당) 오전 11시 ~ 밤 11시

오호리 공원
http://www.ohorikouen.jp / 전화번호: 092-741-2004
보트 이용시간: 오전 11시 ~ 오후 6시 / 가격 600~1000엔

● 음식
카로노우롱: 기온역 쿠시다신사 근처, 카와바타 아케이드로 가는 길에 있다. 140년 전통의 우동집으로 메뉴선택은 바깥에서 모형을 보고 주문, 실내에선 촬영이 일절 금지되어 있다.
오전 11시 ~ 저녁 7시 / 우동 520~880엔

● 숙박
Guest House Nakaima: 도미토리룸으로 이뤄진 숙소다. 깔끔하고 합리적으로 운영되며 교통도 좋아 배낭여행자에게 적합하다.
http://guesthousenakaima.wix.com/nakaima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