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동맹 날개'로 비상하는 LCC
박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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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로 넓히고 비용 줄이고… '꿩먹고 알먹기'
국내외 저비용항공사(LCC: Low Cost Carrier)들이 잇따라 동맹(alliance)을 맺으며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그동안 LCC들은 대형항공사(FSC: Full Service Carrier)들과 달리 ‘저비용’이라는 구조적 특성상 대규모 자금조달이 어려워 덩치를 키우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따라서 비슷한 처지의 LCC들이 힘을 합쳐 ‘파이’를 키우고 시너지효과를 내려 손을 맞잡는 상황인 것.
LCC들의 동맹은 스카이팀(sky team)이나 스타얼라이언스(star alliance), 원월드(one world) 등 FSC들의 동맹과는 다르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FSC의 동맹은 회원사 간 노선이 겹쳐서 생기는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고 일정 영역에서의 세력을 유지하려는 목적이 크기 때문이다.
LCC들은 항공기 보유대수가 많지 않은 데다 그나마 보유한 항공기도 중형기 이하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가까운 노선에 집중할 뿐 먼 곳이나 여러 나라 노선을 운항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동맹을 맺으면 이런 한계를 조금이나마 극복 가능하다. 직항은 아니지만 환승이 자유로워져 여러 나라를 오갈 수 있고 겹치는 노선은 공동운항을 통해 불필요한 투자를 막을 수 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서도 비용절감까지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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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 얼라이언스 노선도. /사진제공=제주항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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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얼라이언스 론칭행사. /사진제공=제주항공 |
◆코드셰어로 이륙, 글로벌 환승으로 착륙
기초적인 단계의 협력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항공사들은 거창한 항공동맹이 아니더라도 '코드셰어'(공동운항)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공동운항이란 상대 항공사의 일정 좌석을 직접 팔아 운항편 확대효과를 거두는 제휴형태다. 실제 취항하지 않고도 노선을 늘릴 수 있고 승객을 꾸준히 확보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특히 많은 걸 공유하는 모회사와 자회사 간 공동운항이 대표적이고 경쟁사끼리 손을 잡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선 대한항공과 진에어,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의 경우가 좋은 예다.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지난해 3월부터 국제선 공동운항을 시작했다. 올해 6월부터는 부산-괌, 인천-사이판 노선을 포함해 인천출발 클락, 호놀룰루, 코타키나발루 등 노선과 부산출발 세부, 다낭 등 15개 노선으로 늘어났다. 대한항공은 실질적인 노선확대 효과로 취항하지 않은 신규시장에 대한 진입기회 확보를, 진에어는 판매망을 강화하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도 2013년 김포-타이베이(송산) 노선을 시작으로 7월 중순부터는 일본 오사카 노선을 공동운항한다. 그동안 두 회사는 인천-오사카 노선을 하루에 2번 운항했지만 코드셰어로 일 4회 스케줄이 가능해진다.
나아가 국가를 초월한 새로운 형태의 동맹도 생겨났다. 지난 5월 모습을 드러낸 ‘밸류 얼라이언스’(Value Alliance)는 세계 최초의 범지역 LCC동맹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들 회원사는 올해까지 준비를 마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제주항공을 비롯해 세부퍼시픽, 녹에어, 녹스쿠트, 스쿠트, 타이거에어싱가포르, 타이거에어오스트레일리아, 바닐라에어 등 아시아-태평양지역 8개 업체가 파트너사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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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 항공. /사진제공=이스타 |
기존에도 LCC들의 항공동맹이 있었지만 주로 계열사로 구성됐던 점이 밸류 얼라이언스와 다르다. 중국 하이난항공 계열 4개사는 유플라이라는 동맹을 결성했고, 독일 TUI그룹 계열사들의 동맹은 유럽에서 활약 중이다.
무엇보다 밸류 얼라이언스는 아시아태평양지역 160개 도시를 연결할 수 있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이를테면 제주항공의 경우 현재 보유한 B737-800 기종으로는 호주나 인도 등의 국가를 한번에 갈 수 없지만 중간 기착지에서 제휴사의 연계 항공편으로 갈아타면 충분히 장거리 여행이 가능해지는 식이다. 밸류 얼라이언스는 올해까지 예약시스템을 통합해 이르면 내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 방식은 여행객 입장에서 환승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오히려 스탑-오버 등의 방법을 활용할 수 있어 여러 나라를 여행할 수 있는 다구간 여정 상품으로 인기를 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업체들은 동맹을 통해 영업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항공사-소비자 모두에 이득
항공사들이 항공동맹으로 기대하는 건 비용절감 외에도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이다. 소비자들이 다른 항공사 홈페이지에서도 항공권을 살 수 있어 판매가 늘어나고 구매과정과 취항지에서도 브랜드가 노출돼 인지도도 높일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서비스 품질에 차이가 나면 아무리 LCC라도 브랜드 인지도에 악영향을 끼친다”면서 “서비스 품질 유지를 비롯해 공동운항업체끼리 경쟁이 심해지거나 표준화 방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런 의미에서 항공동맹은 항공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 항공사 입장에선 다양하고 최적화된 항공 운항계획을 세울 수 있고 불필요하게 낭비되던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또 공동운항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항공사들의 비용절감으로 인한 운임할인혜택이 가능해지며 마일리지도 공유할 수 있어 편익이 늘어난다. 결국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찾은 묘안은 함께 살자는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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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규 기자
자본시장과 기업을 취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