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뜨거운 감자 ‘전월세 상한제’
김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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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동산시장의 뜨거운 감자는 ‘전월세 상한제’ 도입 여부다. 전월세 상한제는 전세·월세 인상률을 법으로 제한하는 제도다. 야당은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해당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반면 여당은 과거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임대차 계약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된 뒤 단기간에 전셋값이 폭등한 사례를 들며 이번에도 똑같은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를 대하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온도차가 극명한 가운데 전문가 의견 역시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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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 건설현장. /사진=김창성 기자 |
◆고분양가에 상응하는 강남 전월세
“비싸게 집 사도 제한된 금액에 전월세 주라는 건데 임차인들 빼고 누가 좋아하겠어요. 서민들 생각하는 취지는 알겠는데 모두가 공감할 제도는 아닙니다.”
서울 개포동의 공인중개업자 A씨는 야당이 최근 도입을 적극 추진하는 ‘전월세 상한제’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 지역은 지난 3월 개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하는 래미안블레스티지 분양가가 3.3m²당 최고 4385만원을 기록하며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였다. 이곳의 분양가가 치솟자 인근 지역 재개발 추진 단지도 동반 기대감에 시세가 반등했다. 이 지역뿐만 아니라 인근 삼성동과 서초구 반포동 일대 재개발단지 역시 3.3m²당 분양가가 4000만원을 넘으며 최근 몇개월 새 강남권 신규 아파트의 몸값이 치솟았다.
강남권에 분양가 과열현상이 이어지자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극단적 상황이 오면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강남권 고분양가 논란은 더욱 가열된 상태다. 강남은 교통·교육·생활·특화설계 등을 앞세운 건설사들의 고분양가 책정에도 매번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 행진 중이다. 비싼 가격을 주고 구입한 만큼 전월세 역시 이에 상응한다.
강남·서초의 웬만한 인기지역 전세 매물은 10억원을 호가한다. 월세 역시 수억원의 보증금에 수백~수천만원이 책정돼 떨어질 줄 모른다. 분양가를 비롯해 매매가·전월셋값 상승이 끈끈한 상관관계를 유지해 정부와 여당의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해 보이지만 당정은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반대한다.
◆당정은 "반대" vs 야당 "반드시 처리"
정부와 여당이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는 임대인들이 미리 전셋값을 올려 단기적으로 전셋값이 폭등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전세나 월세로 수익을 올리기 힘들어지면 공급차질 우려가 높아진다는 논리도 편다.
강호인 장관은 최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거 안정을 위해 뉴스테이 등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게 더 좋은 정책방향”이라며 “전월세 상한제 도입은 임대주택 공급 감소, 임대주택의 장기적 질 저하 등의 문제를 불러와 또 다른 부작용을 낳는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야당은 최근 늘어난 공급 물량과 치솟은 전셋값을 고려할 때 현재가 전월세 상한제 도입 적기라고 주장한다. 야당은 전월세 상한제가 전세난을 겪는 서민의 주거 부담 완화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야당은 이를 위해 전월세 상한제를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20대 국회 내에 통과시킬 방침이다. 야당의 개정안은 임대인이 재계약 시 임대료를 5% 이상 증액할 수 없도록 하는 전월세 상한제와 임차인이 계약 만료 후 최초 1회에 한해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계약 갱신 청구권을 담고 있다.
정부·여당과 야당의 전월세 상한제 도입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현재 전셋값 상승 기세가 무섭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의 3.3m²당 평균 전셋값은 약 1241만원으로 전세 재계약 시점인 2년 전 약 980만원보다 261만원 올랐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으로 확대하면 지난 2009년 3월 이후 지난달까지 87개월 연속 상승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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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 신도림동의 푸르지오 오피스텔. /사진=김창성 기자 |
◆임대인 “일방적” VS 임차인 “보호받아야”
전월세 상한제를 바라보는 국민의 의견은 상반된다. 집주인들은 일방적인 법이라며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반대하지만 지속적인 전셋값 상승에 지친 임차인들은 도입을 찬성한다.
경기도 부천에서 아파트 임대업을 하는 A씨는 전월세 상한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집주인들도 빚내서 임대업 한다. 매년 각종 물가는 오르는데 임대수익을 법으로 제한하는 게 말이 되냐”며 “우리도 월세 받아서 꼬박꼬박 세금 낸다. 세입자 입장만 대변하는 전월세 상한제는 무조건 반대”라고 말했다.
반면 경기도 안산에 사는 세입자 B씨는 “먹고사는 문제가 돈 한두푼으로 해결되진 않는다. 그래서 없는 이들을 배려하는 법이 더 필요하다”며 “세입자들은 ‘아니면 나가라’는 식의 집주인을 막을 방도가 없다. 전월세 상한제 도입으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엇갈린 의견처럼 전문가들의 시각도 둘로 나뉜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추진 중인 전월세 상한제 도입 움직임은 임차인들의 입장만 대변할 수 있는 문제점이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며 “임대인의 수익 제한으로 임차인이 이익을 보는 구조가 지속되면 전월세 매물로 수요자가 집중돼 공급차질이 우려된다”고 신중론을 폈다.
반면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급속한 주거비 상승을 시장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맞설 수 있는 법적인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조 교수는 “독일·프랑스 등 일부 신진국은 지역별로 공정임대료를 정하거나 일정 수준 이상으로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는 제도를 시행한다”며 “우리나라도 실정에 맞게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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