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카카오알림톡’ 서비스 도입이 장기간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카드사의 경우 이미 관련 기술개발이 끝났지만 도입시기에 대해선 “검토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는 전기통신사업법·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규와 일부 사회단체의 반발로 잡음이 끊이지 않아서다. 애초 카카오 알림서비스를 앞당겨 시행할 것이란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지금은 눈치작전에 들어간 모양새다.


[머니포커스]

◆고객 ‘사전동의’가 관건


카카오알림톡은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의 정보를 카카오톡으로 알려주는 서비스다. 기존 문자메시지로 정보를 전달했을 때보다 비용이 절감돼 카드사들은 서비스 도입을 적극 추진했다. 현재 문자메시지 발송서비스의 경우 건당 평균 10원가량의 비용이 발생하지만 알림톡의 평균 단가는 6~7원이다. 비용이 30~40% 절감되는 셈이다.


카드업계는 연 10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 우정사업본부가 지난해 8월 카카오알림톡 택배 알림서비스를 선보이고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 몇몇 보험사가 보험계약 확인정보를 알림톡으로 전달함에 따라 카드사들도 시행시기를 앞당길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5월 타업권의 몇몇 업체가 고객에게 사전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알림톡서비스를 시행했다는 이유로 시민단체가 당국에 조사를 요청하면서 카드사의 알림톡서비스 도입에 제동이 걸렸다. 알림톡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와 카카오가 데이터 차감에 대해 소비자에게 안내하지 않고 동의도 받지 않은 점이 전기통신사업법·개인정보보호법 등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어떤 업체든 카카오와 같은 제3자에게 고객정보를 제공하려면 고객의 자필서명, 공인전자서명, 유무선통신상 비밀번호 입력, 유무선 음성녹음 등의 절차를 거쳐 사전동의를 받아야 한다.

서영진 서울YMCA 시민중계실 간사는 “만약 카드사가 고객에게 고지 또는 사전동의를 구하지 않고 카카오알림톡 서비스를 도입할 경우 과징금 부과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YMCA 시민중계실에는 기존 문자메시지가 아닌 카카오톡으로 받은 서비스정보를 별생각 없이 확인했다가 뒤늦게 데이터가 차감되는 것을 알게 됐다는 시민의 고발이 빗발쳤다. 카드사로선 이 같은 분위기를 살필 수밖에 없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재 (카드사들이 알림톡서비스 도입에)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카카오알림톡 서비스와 관련, 모든 회원에게 동의를 받는 것도 카드사로선 부담이다. 17.9%에 이르는 피처폰(2G) 이용자와 스마트폰 이용자를 구별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발생도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객의 동의만 받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원하는 고객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면 된다”며 “하지만 어떻게 알릴 것인지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동의절차에 대해) 명확한 답을 줄 수 없다. 카카오 측과 관련 있는 게 아니냐”며 즉답을 피했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필요

카드업계는 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카카오알림톡이 새로운 서비스인 만큼 문자메시지 발송서비스에 적용되는 규제 등과 다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고객 사전동의절차와 관련, 내용이 상충되는 법령 중 어떤 법을 따라야 하는지 명확한 지침이 없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이를테면 카카오측은 알림톡서비스가 개인정보보호법 및 전기통신사업법이 아닌 정보통신망법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정보성 메시지’는 수신자의 사전동의 없이 발송할 수 있다. 정보성메시지란 상품·서비스 광고가 아닌 카드결제 내역, 대금청구, 연체 등의 정보를 담은 메시지다.

카카오 측은 정보성 메시지와 광고성 메시지를 각각 ‘위탁’과 ‘제공’으로 설명했다. 카카오에 따르면 마케팅 목적으로 제3자에게 정보를 건네는 건 제공이다. 이 경우 고객의 동의를 사전에 구해야 한다. 반면 고객에게 정보성메시지를 발송하기 위해 위탁대행업체 등 제3자에게 고객정보를 건네는 건 단순위탁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미 여러 업체에서 이 같은 정보성 메시지 알림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며 “택배도착 알림서비스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로선 고객의 사전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등 번거로움을 덜 수 있어 정보통신망법 적용을 원하는 눈치지만 이마저도 험난해 보인다. 일반기업의 경우 정보성 메시징서비스 발송비를 기업이 내지만 카드사는 현재 사전 동의한 고객에게 일정금액을 부과하기 때문이다. 보통 카드사 회원은 문자메시지 수신서비스 동의 시 월 200~300원을 정액제로 지불한다.

정보통신망을 바라보는 금감원의 시각이 차갑다는 것도 카드사에겐 악재다. 금감원은 법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입장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나아가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신용정보 및 금융거래정보 등은 보다 높은 수준으로 규제한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보통신망법이 일종의 기본적인 성격의 법이라면 개인정보·신용정보는 특별법으로 봐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또 카드사의 회원정보를 카카오에 제공하는 데 따른 보안문제도 카드사가 풀어야 할 숙제다. 강홍구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은 “카드사가 모든 고객에게 사전동의를 구한다고 하더라도 보안문제를 넘어서야 한다”며 “개개인의 결제정보가 고스란히 카카오에 넘어가는 것이다. 2014년 불거졌던 카드사 정보유출사건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카카오 측은 “메시지 전송은 암호화된 후 서버에 저장된다. 고객에게 메시지를 전송한 이후에는 자동 파기된다”고 전했다.

이에 카드사들은 금융당국만 바라보는 형편이다. 당국이 약관심사를 거쳐 서비스 도입 승인을 내리면 시행하는 데 걸림돌이 사라지기 때문. 그러나 금감원은 약관심사 신청을 한 카드사가 아직 한 군데도 없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알림톡에 지불되는 비용문제나 고객의 사전동의에 대한 방안을 카드사가 먼저 내놔야 한다”며 “이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면 약관심사를 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