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아파트 재건축단지가 '층수 제한' 갈등에 휘말렸다. 서울시가 한강변에 위치한 강남구 압구정동, 서초구 반포동 일대뿐만 아니라 한강과 떨어진 지역의 아파트까지도 재건축 시 35층 층수 제한을 걸어 재건축조합 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서울시는 고층아파트 건축으로 인한 ‘조망권 사유화’를 막겠다는 입장이고 재건축조합 측은 "시대를 역행하는 획일적 규제를 철회하라"고 맞선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사진=김창성 기자
압구정 현대아파트. /사진=김창성 기자

◆'조망권 사유화' 막는 서울시

서울시는 한강변을 초고층 아파트가 둘러싸 조망권이 사유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30서울도시기본계획'과 '한강변 관리기본계획'에 따라 한강변을 포함한 서울시 주거용 건축물 층수를 35층 이하로 제한했다.


예컨대 제2종 일반주거지역은 25층 이하, 제3종 일반주거지역은 35층 이하가 적용되며 도심, 부도심 및 도시기본계획에서 정한 지역은 50층 이상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 건축이 가능하다.

이 기본계획안에 따라 제3종주거지역인 압구정, 반포, 이촌(서빙고) 지구의 경우 최고층수가 35층으로 제한되고 여의도, 용산, 잠실 등은 예외 조항에 따라 도심 내 중심기능을 지원할 수 있도록 50층 이상의 최고층수 주상복합 아파트 건축이 허용된다.


서울시의 이 같은 방침은 한강변을 ‘자연문화유산’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비전을 정립하고 토지이용, 접근성, 경관 등에 대한 세부적인 원칙을 수립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한강변 관리방향’은 ▲한강 중심의 도시공간을 구현하기 위한 큰 틀의 4대 원칙 ▲한강변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공공성 토지이용, 접근성, 경관 등에 대한 7가지 세부 관리원칙 ▲한강뿐만 아니라 서울시내 전반에 적용될 스카이라인 관리원칙으로 구성된다.

서울시는 사실상 일관된 기준이 부재했던 스카이라인 관리를 도시계획위원회 등에서 일반적으로 활용하는 수준으로 표준안을 정해 서울 전체에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주요 재건축단지조합 측은 “획일화된 건축 규제는 시대를 역행하는 발상”이라며 서울시 방침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또 규제 철폐를 위한 지속적인 집단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재건축조합 “시대 역행 발상 용납 못해”


한강변 아파트를 비롯한 주요 재건축단지 아파트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한 서울시의 ‘2030서울도시기본계획’, ‘한강변 관리기본계획’ 등에 맞서 서울시 주요 재건축 아파트단지 추진위와 조합들은 집단행동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치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와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 신반포 3차, 잠실진주, 청담삼익, 한남3구역 등 재건축조합원 3500여명은 지난 3월 서울광장에서 ‘재건축·재개발 규제철폐 총궐기대회’를 열고 서울시에 규제완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집회에서 ▲3종 주거지역 용적률 250%→300% 상향 ▲무상 기부채납비율 축소 ▲임대주택 건설 대신 현금납부 허용 등의 규제 완화를 주장했지만 가장 강조한 것은 ‘35층’에 묶인 층수 제한이다.

서울시가 2030서울도시기본계획과 한강변 관리기본계획에 따라 한강변을 포함한 서울시 주거용 건축물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한 이유는 조망권 사유화를 막고 균형 잡힌 스카이라인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반면 이들은 획일적 규제가 오히려 미관을 해치고 시대를 역행하는 규제라고 지적한다. 각 조합 측 의견을 종합해 보면 용적률이 정해진 상태에서 층수를 제한할 경우 그만큼 아파트를 옆으로 늘려 지어야 한다. 또 비슷한 높이의 아파트가 더 빼곡히 들어차 마치 병풍을 친 것과 같은 우스꽝스러운 광경이 연출된다는 논리다.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반포 아크로리버파크는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해 예외조항을 줘 최고 38층까지 짓도록 허용한 반면 다른 곳은 35층으로 규제하는 건 차별로 보일 수밖에 없다”며 “똑같은 층수의 아파트가 한강변을 따라 일렬로 줄지어 있는 모습이 오히려 도시 미관을 해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고층 건물을 혼합 배치하는 조건으로 2014년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돼 일부 동을 최고 38층까지 짓는 것이 허용된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사진=김창성 기자
저고층 건물을 혼합 배치하는 조건으로 2014년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돼 일부 동을 최고 38층까지 짓는 것이 허용된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사진=김창성 기자

◆발등에 불 '초과이익환수제'

서울시의 압구정동 재건축사업 정비계획안은 층수제한 35층에 용적률 300%, 기부채납 15%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인근 반포 역시 비슷한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용적률과 층수, 가구수, 기부채납 비율 등 전체적인 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서울시 정비계획을 주민들이 수용하면 향후 조합원 구성 및 시공사 선정 등을 거쳐 재건축사업이 단계별로 진행될 예정이지만 주민들은 서울시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기부채납 비율을 15%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역시 쟁점은 획일적인 35층 층수 제한이다.

서울시는 현재 각계 외부 전문가와 관련 내용을 총체적으로 검토 중인 만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재건축조합 측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곧 ‘초과이익환수제’가 재시행되기 때문이다.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을 통해 조합원 1인당 평균 이익이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금액의 최고 50%를 세금으로 내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 2006년 도입돼 2012년까지 시행됐지만 정부가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2013년 유예 결정을 내려 내년 말까지 한차례 연장된 상태다.

재건축조합 측은 2018년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을 앞두고 유예가 끝나는 내년까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해 초과이익환수 유예 대상에 포함되길 바라지만 층수 제한 갈등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안전진단을 통과한 지 2년여 만인 이달 중순쯤 압구정 재건축 정비계획안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수요자들과 업계 이목이 쏠린 서울의 대표 재건축지구인 만큼 검토할 세부사항이 많아 일정을 10월로 연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을 앞두고 층수제한 갈등을 조기에 봉합하길 원했던 재건축조합 입장에서는 설상가상이 됐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4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