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임대차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부동산 임대방식의 대명사였던 전세 비중이 줄고 월세 비중이 늘어난 것이다.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불안감과 저금리 기조 고착화는 전세제도 존립 자체를 뒤흔들었다. 결국 ‘자가’와 월세로 주거형태가 양분될 것으로 대다수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현실로 다가온 월세시대,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주거비 부담 적고 안정적인 임대주택

# 전세계약기간 만료까지 3개월이 남은 30대 가장 A씨(경기도 부천 거주)는 최근 집주인의 전화를 받고 전세가 사라지고 있음을 실감했다. 집주인이 더 거주하고 싶으면 전세보증금을 반으로 줄이고 나머지는 월세로 돌려야 한다고 말해서다. 임대아파트에 당첨돼 5개월 뒤 입주하는 A씨는 사정을 설명하고 2개월만 기존 계약대로 살다가 집주인이 원하는 조건에 맞춰 다음 세입자를 구해주고 나가겠다고 사정했지만 타협의 여지가 없었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A씨는 기존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대로 반전세로 계약조건을 바꿔 2개월간 더 거주하기로 했다.


최근 전세보다 주거비 부담이 큰 월세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서민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택 전월세거래 중 월세 비중이 46%를 차지했다. 정부가 2011년 전월세 실거래가 신고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월세 비중이 절반에 육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강남구 행복드림관 내 36㎡형 견본주택. /사진=뉴스1 DB
서울 강남구 행복드림관 내 36㎡형 견본주택. /사진=뉴스1 DB

월세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가장 주목받는 것은 단연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SH공사가 공급하는 임대주택, 국토부가 지난해부터 도입한 기업형 임대주택 ‘뉴스테이’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해 주거비 인상에 대한 걱정 없이 장기간 안정적인 거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가구 형태나 형편에 따라 신청할 수 있는 임대주택 유형이 다양하고 정부가 공급물량 확대에 앞장서고 있어 잘 알아보면 의외로 손쉽게 월세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

국토부가 지난 5월 말 발표한 ‘2016 주거종합계획’에 따르면 연말까지 행복주택 등 공공임대주택을 총12만5000가구 건설할 계획이다. 뉴스테이도 내년까지 15만가구가 공급된다.


행복주택은 현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서민 주거안정책의 핵심이다. 대학생,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재취업준비생, 고령자, 주거급여수급자 등을 대상으로 신청자격에 따라 임대보증금 및 임대료를 주변시세의 60~80% 가격에 차등 공급한다는 게 골자다.

최근 모집공고가 나온 마천3 21㎡의 대학생계층 임대보증금은 3502만원, 월 임대료는 17만2000원이다. 보증금을 최대인 5222만원으로 올리면 임대료는 8만6000원으로 낮아져 당첨된 대학생들은 주거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뉴스테이 공급촉진지구 예정지. /사진=뉴스1 DB
뉴스테이 공급촉진지구 예정지. /사진=뉴스1 DB
서울 서대문구 행복주택 가좌지구 공사 현장. /사진=뉴스1 DB
서울 서대문구 행복주택 가좌지구 공사 현장. /사진=뉴스1 DB

◆‘바늘구멍’ 입주 관문… 경쟁률 높아

정부의 공급확대정책에도 불구하고 임대주택은 여전히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마천3 경쟁률은 21㎡ 기준 ▲대학생 우선공급 52.7대1 ▲사회초년생 계층 우선공급 19.3대1 ▲대학생·사회초년생 일반공급 32.8대1을 기록했다. 특히 같은 기간 모집한 내곡선포레 29㎡의 경우 사회초년생 계층 경쟁률이 136.5대1로 집계돼 당첨되는 게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 어렵다는 걸 수치로 증명했다.

SH공사가 서울에서만 공급하는 장기전세(시프트)도 마찬가지다. 장기전세는 주변 전세시세의 80% 비용으로 최장 20년간 거주할 수 있으며 서울시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를 통해 고정금리 1.8%(중도상환수수료·보증보험료 없음)의 저렴한 금리로 계약금의 90% 이내 대출(최고한도 5000만원), 잔금대출 80%(최고한도 1억8000만원)를 받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지난 5월 SH공사가 신청받은 제32차 장기전세 신청접수현황을 보면 ▲마곡지구 7단지 84㎡ 131대1 ▲세곡리엔파크1 59㎡ 230대1 ▲신내3지구 1단지 59㎡ 142.5대1 등 엄청난 경쟁률을 기록했다.

장기전세는 들어가기도 어렵지만 일부지역의 입주비용은 중산층도 부담스러운 수준이어서 문제로 지적된다. 래미안 신반포팰리스 59㎡의 전세금은 6억2480만원, 아크로리버파크 반포 59㎡는 6억7600만원, 반포자이 59㎡은 6억2480만원이다.


최소 8년간 거주할 수 있고 연 임대료 상승률이 5%로 제한되는 데다 청약통장 없이 신청이 가능한 뉴스테이는 대림산업, 롯데건설, 한화건설 등 대형건설사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질적 향상을 이뤄냈다.

특히 ▲국공립 어린이집·영유아와 어린이 돌봄 서비스 등 보육서비스 ▲피트니스센터·카셰어링서비스 등 생활편의서비스 ▲응급콜·보안 등 안전서비스 등을 제공해 젊은층의 호감도가 높다.

최근 국토부가 뉴스테이 단지 3곳 2514가구와 비슷한 시기에 일반분양한 인근 단지 1049가구를 비교 분석한 결과 뉴스테이 단지의 20대 입주비중이 15.7%로 일반분양단지(7.9%)보다 2배가량 높았다. 30대의 뉴스테이 입주비중 역시 36.6%로 일반분양(27.3%)보다 9.3%포인트 높았다.

국토부가 상반기 뉴스테이 정책 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에선 뉴스테이 정책에 대한 국민의 호감도가 43.2%로 나타나 부정적으로 답한 응답자 14.3%를 압도했다.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주거안정을 꾀한다는 정부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본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뉴스테이의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낮은 데다 상승률도 예상 가능해 재정상황이 빠듯한 20~30대 청년층의 선호도가 높다”며 “의무임대기간인 8년이 지나면 분양우선권을 가질 수 있고 보증금과 임대료의 조정폭이 넓은 점 등이 청년층의 기호에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진미윤 LH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자가 중심에서 임차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변하는 것은 금융위기 이후 진행되는 전세계적인 트렌드”라며 “제도권 민간임대의 비중을 늘려 임대차시장을 안정화·투명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4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