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에 연구개발(R&D) 열풍이 거세다. 지난해 한미약품의 8조원대 기술수출 이후 상위제약사들을 중심으로 너도나도 R&D 투자를 늘리고 있다. 주요 상위제약사의 2분기 실적을 보면 동아에스티, 유한양행, 종근당 등의 R&D 투자액이 전년 동기 대비 두자릿수 이상 증가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면역질환치료제(HM71224), 내성표적항암신약(HM61713), 당뇨병치료제 등 신약후보물질 기술을 다국적제약사에 팔며 관련 비용이 줄어 전체 R&D 비용이 감소했지만 여전히 국내 제약사 중에서 가장 많은 R&D 투자를 하고 있다.

◆상위제약사, R&D 투자 확대

주요 상위제약사의 2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은 전년 동기보다 매출액이 늘거나 소폭 줄었음에도 영업이익은 20~40% 등 큰폭으로 감소했다. 신약 개발 등 미래를 위한 R&D 투자액이 늘어난 만큼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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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은 긴 여정이다. 통상 10년가량의 연구기간과 1조원 안팎의 자금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다국적제약사에 비해 규모가 작은 국내 제약사들은 개발 단계에서 기술을 수출하거나 오픈이노베이션 방식으로 외부와 협력해 기술을 개발하는 경우가 많다.

신약을 완성해 판매하는 게 아니다보니 벌써부터 가시적 성과를 내는 제약사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2분기 R&D에 203억원을 쓰며 전년 동기 대비 25.4% 투자를 늘린 유한양행은 지난달 28일 중국제약사 뤄신사와 폐암신약 후보물질 중국 내 라이선스 및 공동개발에 합의했다.


이번 계약으로 유한양행은 뤄신으로부터 초기 계약금 약 68억원을 받고 개발과 허가 등 상업화에 따라 최대 1350억원 규모의 기술료를 받게 된다. 뤄신은 중국 내 폐암신약 후보물질의 개발, 허가, 생산·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확보했다.

이외에도 유한양행은 유전자분석업체 테라젠이텍스, 바이오업체 제넥신, 진단시약제조업체 바이오니아 등과 손잡고 오픈이노베이션 방식으로 의약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미국의 항체 신약전문회사 소렌토와 연구개발 합작회사 ‘이뮨온시아 유한회사’를 설립해 암환자의 면역력을 되살려 암을 치료하는 ‘면역체크포인트 항체’ 3종을 개발 중이다. 


◆신약 개발 투자 = 미래 먹거리


한미약품도 또 다른 대박을 노리고 있다. 현재 흑색종 치료신약 HM95573과 지속 성장호르몬 HM10560A 등에 대한 임상연구를 진행하며 기술수출 계약을 추진 중이다. 이외에도 20여개가 넘는 신약후보물질을 연구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분야의 글로벌 선두주자 셀트리온도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등 복제약에 주력하는 한편 적극적인 R&D 투자로 바이오 신약 개발을 준비 중이다. 바이오시밀러시장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신약 개발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올해에만 R&D에 3000억원 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의 신약후보물질은 항암제나 아직 완치제가 없는 희귀·난치성치료제, 바이오개량신약 유방암치료제 CT-P26(ADC), 모든 독감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독감치료 신약 CT-P27 등이 있다.


CJ헬스케어도 미래 먹거리로 신약 개발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 뤄신과 1000억원 규모의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CJ-12420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가시적 성과도 내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바이오벤처사인 에이엔알티(ANRT)와 류마티스 관절염·항암 이중타깃항체를 공동으로 개발 중이다. 이중타깃항체는 두 가지 항원(몸속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물질)을 동시에 인식하는 항체를 의미한다. 두 가지 약물이 효과를 나타내 단일타깃항체에 비해 치료 효능이 높고 부작용은 적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R&D 투자 확대는 단기적으로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득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한미약품의 성공 이후 다른 제약사들도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투자를 늘리는 추세인데 미래를 대비한 투자 확대 분위기는 업계 전체적으로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