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하면 떠오르는 것은? ‘홍도야 우지 마라~ 오빠가 있다’. 아무 관계없는 노래지만 홍도에 온 여행자들은 한번쯤 이 노래를 흥얼거린다. ‘오빠’는 없어도 절경에 눈물이 날 지경이기 때문이다. 차 타고 배 타며 고생해서 홍도에 오는 이유다.

[여행] 오빠는 없지만 눈물나게 아름다운 섬

◆1구 마을과 탐방로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은 우리나라 국립공원 중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한다. 약 400여개의 섬이 있는데 이것을 다시 8개 지구로 구분해 놓았다. 홍도는 이 중에서도 검증받은 여행지다. 

2012년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관광지 100선’ 중 1위로 선정된 곳, 연간 30만여명이 찾는다는 작은 섬 홍도에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 물론 유람선 관광을 최고로 뽑기도 하지만 ‘산 좀 탄다’하는 사람들에겐 이 곳 깃대봉이 주요 포스트다. 그래서 홍도 가는 배에는 유람객과 등산객이 섞여 있다. 등산객이 아니어도 유람선을 기다리는 동안 잠시 탐방로를 걸어보자. 큰 힘 들이지 않고 광대한 풍경을 눈 안에 담을 수 있다. 

목포에서 쾌속선을 타고 2시간30분이면 홍도에 도착한다. 선착장에 내리면 상인들로 떠들썩한 행렬을 만난다. 싱싱한 횟감, 전복죽, 선물하기 좋은 미역과 김, 멸치, 해물라면 등 짭조름한 바다냄새와 음식냄새가 여행자를 유혹한다. 사실 이들은 여객선이 들고 날 때만 일시적으로 열리는 가게들이다. 

좌판을 지나면 커다란 배를 닮은 건물이 막아선다. 홍도연안 여객선터미널이다. 유람선 티켓을 구하려면 2층까지 다리품 팔 것 없이 건물 옆 작은 창구에서 구입하면 된다. 

이제 본격적인 1구 마을이다. 섬마을이 그렇듯, 이곳도 오르막 골목이다. 홍도에는 찻길이 없다. 잘 닦아진 드라이브 코스는 없으니 차 있는 사람, 차 없는 사람 모두가 평등해지는 여행지다. 

배낭에 물병 하나 들고 계단을 오르면 흑산초등학교 홍도분교가 있다. 폐교가 늘어나는 섬마을에서 초등학교는 이 곳의 미래이자 자부심이다. 이 마을에서 가장 깔끔한 건물이기도 한 홍도분교는 예쁘게 칠을 했고, 비록 인공이지만 운동장의 초록 잔디가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초등학교 옆으로 데크길이 나 있다. 탐방로의 시작이다. 홍도가 ‘홍도’인 이유는 봄이면 동백꽃이 만발해 석양 무렵이면 바닷물이 온통 붉게 물들기 때문이라는데, 말대로 산에는 동백나무가 많이 보인다. 이 길을 따라 10분만 오르면 전망대다. 마주보는 두 면이 산, 나머지 두 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마을 풍경과 끝없는 망망대해가 섬 여행의 감상을 부추긴다. 여기서 1시간 정도 좁은 산길을 오르면 깃대봉에 이른다. 

오르는 길에는 숯가마터도 있다. 1925~1935년에 정숙이라는 사람이 숯을 구웠다 해 ‘정숙이숯굴’로 부른다는 게 재미있다. 놀라운 것은 일제강점기 때 일제가 기차와 무기의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홍도에서 숯을 가져갔다고 한다. 어떻게 여기까지 와서 수탈해 갔는지 그들의 열심이 지독하기도 하다. 일제는 1940년대까지 숯을 공출해 갔고 이후 폐쇄됐다고 한다. 홍도 여행길에서 예상치 못했던 역사의 슬픈 흔적이다. 

홍도 1구.
홍도 1구.
홍도 깃대봉 탐방로.
홍도 깃대봉 탐방로.

◆빠돌해수욕장

부두 반대편이 빠돌해수욕장이다. 섬을 가로질러야 하니 꽤 거리가 있을 것 같지만 초등학교 언덕을 살짝 넘으면 바로 해수욕장이다. 홍도는 섬 두개가 거의 붙다시피 해 허리가 잘록한 누에고치 모양을 했는데, 쏙 들어간 허리 지점에 1구 마을이 있다. 따라서 바다에서 반대편 바다까지의 거리가 초단거리다. 

그런데 이름이 ‘빠돌’이라고? 지금은 육지 사람들도 금방 이해할 수 있도록 ‘몽돌해수욕장’이라 부르지만, 원래 이름은 ‘빠돌해수욕장’이었다. 돌이 파도에 씻겨 동글동글 해진 것을 홍도사람들은 ‘빠돌’이라 불렀다. 돌의 크기가 커서 걷기 편한 바다는 아니지만 맑은 홍도 바다에 직접 발을 담글 수 있으니 감동이다. 바다를 바라보며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깃대봉으로 오르는 탐방로가 보인다. 

몽돌(빠돌)해수욕장.
몽돌(빠돌)해수욕장.

◆유람선 관광 

홍도 관광의 백미는 역시 유람선 관광이다. 배를 타고 동남쪽으로 한 바퀴 돌며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제 170호인 홍도를 감상한다. 최고의 예술품은 신의 작품이라더니 감탄이 터져 나온다. 섬을 둘러싸고 있는 기암들은 홍도를 감싼 절경의 포장지 같다. 

유람선을 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나는 촛대바위는 여행자들이 세 손가락 안에 꼽는 홍도의 대표 절경이다. 이웃해 있는 남문바위는 홍도 10경 중 제1경이다. 병풍처럼 감싼 바위섬들의 모습이 신비롭고 꽉 찬 감동을 준다. 유람선 관광을 할 때 선장은 이곳에서 배를 세우고 한명 한명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홍도 기념 사진에 너나 없이 등장하는 이유다.  

섬 한바퀴를 돌며 만나는 바위의 모양이 뺄 것 없이 신비롭다. 호기롭게 쭉쭉 뻗은 풍경이 있는가 하면 책을 차곡차곡 쌓아 놓은 듯 치밀한 단면을 보이는 벽 기둥도 있다. 바위 틈에 콜라병도 보이고, 내 눈에는 사자가 엎드려 바다를 향한 것 같은데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는지 다른 이름이 붙어 있기도 하다. 배를 타고 유람하는 동안 고대 신전에도 갔다가 동물원에도 갔다가 독립문을 지나고 몽환적인 영겁의 세계에도 다녀온다. 

유람선 관광 중 2구 마을에서 짐을 내리는 사람들도 있다. 하룻밤 쉬어 가려는 사람들이다. 험한 산길인 육로보다는 배를 타고 오는 것이 수월하기 때문에 유람이 아닌 교통 수단으로 배를 탄 것이다. 예전에는 이렇게 같은 섬에 살아도 평생을 다른 마을에 가 보지 않은 사람도 있었겠다 생각하니 섬이 주는 고립감이 묘한 애상을 불러 일으킨다. 2구 마을의 대표적인 풍광은 등대와 저녁노을이다. 홍도에서 하룻밤 자고 갈 생각이라면 북적대는 1구 마을보다 2구 마을의 고즈넉함을 권한다. 

2구 마을을 지나면 갑자기 작은 배가 나타나 유람선 가까이로 온다. 유람선을 위협하는 해적선은 아니다. 관광객에게 회를 파는 선상 횟집이다. 여행자들에게 홍도에서 직접 잡은 자연산 회를 바로 떠서 판매한다. 그날 잡은 싱싱한 회를 종류 가릴 것 없이 무조건 한 접시에 3만원씩 받고 파는데 이젠 홍도 유람의 필수가 됐다. 바닷 바람 맞으며 배 위에서 회를 먹었으니 이런 신선놀음이 어디 있을까. 여행자들은 이내 기분이 좋아 절로 콧노래를 부른다. ‘홍도야 우지 마라~ 오빠가 있다’

[여행 정보]

홍도 가는 법
목포 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쾌속선 이용 
터미널: 전라남도 목포시 해안로 182 목포항연안여객터미널
승선시간: 오전 7시50분, 8시10분, 오후 1시, 오후 4시 
운항시간: 2시간30분
운임: 일반 4만2000원 / 중고생 3만8000원 / 경로 3만3900원 / 소아 2만1050원

예매·출항 해운사 사이트
가보고 싶은 섬(한국해운조합) http://island.haewoon.co.kr
남해고속훼리 http://www.namhaegosok.co.kr 
동양고속훼리 http://www.ihongdo.co.kr 

주요 시설·정보 연락처
목포선박운항관리실(풍랑 정보, 쾌속선 운행 여부 체크): 061-240-6031 
목포여객선터미널: 1666-0910 
다도해해상국립공원(서부사무소): 061-2849113  

홍도 유람선 관광
매표소: 1구 마을 부두(성수기에는 몽돌해수욕장 쪽에서 출발) 
요금: 어른 2만2000원 / 어린이 1만1000원 
소요시간: 2시간 30분 

●숙소·음식
홍도 선유 모텔·선유 횟집: 홍도에는 숙소와 횟집을 함께 운영하는 집이 많다. 1구에 있는 비교적 규모가 큰 시설로, 투숙객은 유람선 티켓 구입이나 인근 섬 여행 등의 안내도 받을 수 있다. 
문의: 010-6805-3800 /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1길 60-2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