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그가 돌아왔다 "그레이트 CJ"
CEO In & Out / 이재현 CJ그룹 회장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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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문화기업' CJ를 진두지휘할 '컨트롤타워'가 드디어 돌아왔다. 비리혐의와 병마에 시달리던 이재현 회장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나자 CJ가 그룹 내 산적한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2013년 7월 이 회장은 조세포탈 및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CJ그룹의 대규모 투자는 사실상 '올스톱' 됐다. 기업성장의 핵심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CJ의 성장세도 멈췄다. 2012년 26조8000억원이던 CJ그룹 매출은 지난해 29조1000억원에 그치며 30조원대 고지를 넘지 못했다. 투자규모도 2012년 사상 최대인 2조9000억원에서 매년 감소해 지난해에는 1조7000억원에 그쳤다.
이 회장의 컴백으로 CJ는 한숨 돌린 분위기다. 당장 코앞에 닥친 인수·합병(M&A)건이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사업에 공격적인 행보를 할 수 있게 됐다. CJ는 오너의 부재로 3년여 동안 투자 등 과감한 결단을 내리기 어려웠던 한계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장의 복귀만으로도 CJ의 주가는 술렁거렸다. 이 회장이 사면자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처음 언급된 지난 8일 4.90% 급등한 이후 지난 13일까지 6거래일 연속 오르며 10.6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회장의 사면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는지 알 수 있는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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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머니투데이 DB |
◆공격적 투자로 인수·합병 기대감 상승
이 회장의 복귀로 당장 기대를 모으는 사업군은 M&A다. CJ는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까지 10여건의 대형 M&A에서 고배를 마셨다.
CJ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M&A에 소홀했던 것은 아니다"며 "다만 이 회장의 복귀로 좀 더 과감한 투자가 가능하리란 기대감이 커진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CJ 계열사 관계자도 "그동안 이 회장의 공백으로 조 단위의 투자는 그룹 투자계획에 올리지도 못했다"면서 "이번 사면으로 그룹이 보다 과감한 베팅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CJ가 당면한 큼직한 인수합병 건으로는 한국맥도날드와 동양매직이 있다. 두곳 모두 최대 5000억원의 거래 규모가 예상되는 대형 인수전이다. 결전을 앞둔 CJ 입장에서 이 회장의 복귀는 천군만마다.
현재 한국맥도날드 인수에 적극적인 기업은 CJ푸드빌과 NHN엔터테인먼트, KG컨소시엄그룹이다. 세곳 모두 맥도날드 인수참여를 공식화하고 베팅을 준비 중이다. CJ푸드빌은 '총알'이 부족해 인수전에서 낙마할 가능성을 줄였다. 거래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은 인수전에서 과감한 베팅은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매각가가 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되는 동양매직 인수도 마찬가지다. 이번 입찰에는 SK와 글로벌 사모펀드(PEF)가 포함된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대거 뛰어들었다. CJ는 적어도 자금부족으로 인수가 무산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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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DB |
◆미디어렙 설립 등 그룹 재편 속도 올릴까
이 회장 사면 이후 그룹 재편에도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가장 먼저 재편에 들어간 계열사는 올해 매각이 무산된 CJ헬로비전이다. 이 회장의 사면 발표 후 닷새가 지난 17일 CJ헬로비전은 변동식 CJ 사회공헌추진단장을 새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CJ 측은 이번 인사가 이 회장 사면 전부터 내정됐던 일이라며 확대해석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이 회장이 CJ헬로비전 매각과 관련 그룹 차원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CJ가 2020년까지 100조원 매출을 올리겠다는 '그레이트 CJ' 달성에 케이블업계의 실적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이 회장이 케이블업계 1위 자리 유지를 위해 어떤 식으로든 CJ헬로비전과 관련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J E&M의 독자적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 설립도 이 회장이 해결할 과제 중 하나다. CJ E&M은 공중파 방송사나 종합편성채널과 달리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즉, CJ 경영진의 경영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미디어렙을 설립할 수 있다.
독자적 미디어렙이 출범할 경우 CJ는 보다 효율적인 방송 제작과 광고영업이 가능해진다. 실제로 국내 첫 미디어렙을 설립한 SBS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40억원 수준의 흑자를 달성하기도 했다. 방통위 심사없이 미디어렙 설립이 가능한 만큼 그룹 차원에서 충분히 진행할 만한 사업으로 평가된다.
◆건강회복이 우선… 해외에서 치료받을 듯
물론 이 회장이 당장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회장이 앓는 샤르코 마리 투스(CMT)는 의학업계에서도 혀를 내두를 만큼 희귀병 중의 희귀병으로 불린다. 근본적인 치료약이 없는 만큼 치료회복에 총력을 기울일 시간이 필요하다.
CJ 관계자는 "아마도 해외로 나가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더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이 전 임직원의 바람"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 16일 오후 전 계열사 사내 게시판에 'CJ인(人) 여러분, 많이 보고 싶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로 사면 후 첫 공식행보를 시작했다.
이번 사면이 단순히 한 경제인의 '흔한 사면'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이 회장이 3년 전 선보인 경영능력보다 몇배의 능력을 발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건강한 모습을 되찾고 CJ의 부흥을 이뤄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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