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가 신규서비스로 자동차금융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자동차복합할부금융 상품이 사실상 지난해 사라진 가운데 오토론, 다이렉트 할부 등 신규상품을 선보이며 영업 확대를 끊임없이 시도하는 모습이다.


카드사가 자동차할부금융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자동차시장 규모가 수십조원대에 이르고 매해 성장을 지속해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카드승인금액 중 신차 판매는 13조87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5%나 증가한 수치다. 신차판매 카드승인금액도 매해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 2013년 19조7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4년 22조2500억원, 지난해 23조9200억원으로 늘었고 올해에는 25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수수료 인하 등 수익이 쪼그라든 것도 이유로 꼽힌다. 카드사들은 최근 3~4년 동안 순익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다. 따라서 신차시장의 특화상품 개발능력과 마케팅 노하우를 바탕으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해 수익구조를 다각화하는 전략을 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카드사의 자동차금융시장 진출을 놓고 업계에선 평가가 엇갈린다. 일각에선 그동안 확보한 고객 수만 봐도 카드사가 캐피털사보다 많아 앞으로 자동차금융시장이 카드사의 안정적인 수익원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자동차금융시장으로의 진출이 만만찮고 수익확보도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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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줄이고 혜택 늘려 고객 확보

카드사들은 자동차금융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캐피털사와 연계 없이 카드사 자체 상품을 출시하며 고객 몰이에 나선 것. 고객의 자동차금융 상품 조회 및 신청단계를 최소화해 중간비용을 절감하고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가 하면 이를 위해 인터넷 상담체제를 구축하기도 한다.

일부 카드사들은 이 전략이 자동차금융시장에서 블루오션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본다. 가장 큰 이점은 낮은 금리다. 딜러가 소개하는 캐피털사를 이용할 경우 소개비가 포함돼 부담이 커지지만 카드사 자체 상품은 그 과정이 제외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절감된 비용은 캐시백, 할부이자 인하 등의 혜택으로 고객에게 되돌아간다.

최근 삼성카드가 선보인 ‘다이렉트 오토론’이 대표적이다. 삼성카드는 온라인뿐 아니라 모바일에서도 자동차금융상품을 신청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캐피털사보다 1.5%포인트가량 낮은 금리를 제공한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차종과 고객에 따라 다르겠지만 연 2.9~4.1%의 금리를 제공한다. 업계 최저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이렉트오토론은 핀테크 트렌드를 맞추기 위해 구축한 채널이다. 기술을 기반으로 각종 서류 제출 등의 중간단계를 최소화하고 이에 따라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만만찮은 자동차금융시장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자동차금융시장을 놓고 캐피털사와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일부 캐피털사의 견제가 만만치 않다. 과거에는 카드사와 캐피털사가 서로 합심해 복합할부금융상품을 중심으로 고객 확보에 나섰지만 지금은 서로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캐피털사는 상품을 더욱 다양화해 카드사의 진출을 견제하고 있다. 이를테면 원리금 균등상환 방식뿐 아니라 ‘일부 기간은 이자 납부, 남은 기간엔 원리금 균등 납입’의 상품을 내놓는 식이다. 할부기간에 이자만 납부하고 만기 시점에서야 원리금을 납부하는 형식의 상품도 있다.

한 캐피털사 관계자는 “고객이 처한 경제상황에 맞는 상품을 제시해야 하는데 카드사는 취급상품이 적다”며 “캐피털사들이 구축해온 인프라를 카드사가 당장 따라잡긴 힘들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카드사가 자동차금융 시장에 낮은 금리로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파이는 오히려 한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저신용자에 대한 리스크를 낮은 금리만으론 떠안을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 카드업계 내에서도 자동차금융시장에서의 수익원 창출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가격(금리) 경쟁’으로 경쟁력을 갖추려는 전략이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는 있어도 수익원을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장기할부금리는 일반적으로 연 20% 안팎이다. 연 4~5%의 금리를 제공하는 건 대손에 대한 위험성이 높아지고 원가 부담이 늘어난다는 의미”라며 “카드사들이 시장점유에 대한 메리트로 파격적인 할부금리를 적용하고 있지만 수익엔 크게 도움이 안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