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에 효율까지… 세단의 격을 높이다


르노삼성 SM6는 올해 우리나라 중형세단시장의 파이를 키운 '1등 공신'이다. 중형세단은 최근 몇년 동안 덩치가 커지고 상품성이 높아진 준중형세단과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SUV에 수요를 빼앗겼다. 하지만 올해 초 출시된 SM6가 쏘나타와 K5가 양분하던 중형세단시장의 경쟁구도에 불을 붙였고 지난달엔 배기량 1500cc급 디젤모델을 추가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이달 초 서울을 출발해 통영과 거제, 대구, 인천을 들러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왕복 1000㎞구간에서 SM6 1.5 dCi를 체험했다.


르노삼성 SM6 dCi. /사진제공=르노삼성
르노삼성 SM6 dCi. /사진제공=르노삼성

◆적당한 힘과 괜찮은 핸들링

핸들링은 만족스러웠다. 움직임이 간결하며 한계를 예측할 수 있어 좋았다. 르노삼성이 SM6를 내놓으며 거듭 강조한 부분이 핸들링과 승차감이다.

타이어 규격은 245/40ZR19며 최대공기압 50psi의 금호 마세스티 솔루스가 끼워져 있다. 시승차의 타이어 공기압은 앞 33psi, 뒤 27psi로 앞과 뒤가 달랐다. 르노삼성의 권장치는 앞 35 뒤 30이다.


앞과 뒤가 왜 다를까. 공기압이 낮아지면 그만큼 흐느적거리게 된다. 특히 뒷 타이어 바람을 빼두면 차체 뒷부분의 움직임이 유연해져 코너링 시 부드럽게 뒤가 바깥으로 흐르는 효과가 있다. SM6는 후륜에 AM링크라는 토션빔방식 서스펜션을 적용했다. 뒷좌석이 통통 튀는 것을 막기 위한 설정으로 보인다.

SM6는 5가지 주행모드를 고를 수 있다. 에코는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더디게 속도가 올라간다. 에어컨도 약해진다. 컴포트는 운전석 마사지시트가 작동하며 모든 세팅이 부드러움에 맞춰진다. 스포츠는 서스펜션이 단단해지고 엔진 회전수를 높여 반응이 빨라진다. 엔진룸에서 들리는 사운드도 스포츠카처럼 굵고 낮게 깔린다. 세계적인 오디오회사 BOSE가 사운드 튜닝을 맡았다. 뉴트럴은 말 그대로 중간치다.


SM6 1.5 dCi는 배기량 1461cc의 터보디젤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10마력, 최대토크 25.5kg.m의 힘을 낸다. 변속기는 6단 EDC(DCT), 차 무게(공차중량)는 1460kg다. 경쾌하게 치고 나가는 모습을 기대하면 다소 답답할 수 있다. 이 경우 1.6 TCe 모델을 추천한다. 1.5 dCi는 효율을 우선하는 차다.

실제 주행연비는 ℓ당 21㎞를 넘기도 했지만 비가 내리자 ℓ당 18㎞대로 떨어졌다. 시승코스는 대부분 고속도로였고 최종연비는 ℓ당 19㎞대를 기록했다. 공인 고속도로연비는 18.2㎞/ℓ다.


경사가 있는 언덕을 오를 때 가끔씩 변속기가 머뭇거렸다. 큰 힘을 내기 위해 저단기어로 변속되는 과정이 더딜 때가 있어 초보운전자라면 당황할 수 있다.


내부디자인. /사진제공=르노삼성
내부디자인. /사진제공=르노삼성

◆실내공간도 적당

2810mm에 달하는 휠베이스에 비해 뒷좌석 공간은 넉넉하지 않다. 시트가 두껍고 지붕이 낮은 것도 이유지만 이 차의 콘셉트는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이다. 쏘나타와는 분명히 다른 길을 걷는 차다.

트렁크는 깊이와 너비에 여유가 있다. 접이식 유모차처럼 기다란 짐을 실을 때 어느 방향이든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스피커 등 차체 구조물 탓에 안쪽의 높이가 낮아서 덩치가 큰 건 입구 쪽에 실어야 한다.

문제는 트렁크 도어의 생김새 때문에 도어에 고인 빗물이 안쪽으로 쏟아지는 경우가 있다는 점. 설계와 디자인 특성상 겹쳐진 선과 면이 많아 그 사이에 물이 고일 수밖에 없고, 도어를 열었을 때 위가 넓은 입구의 생김새 탓에 물이 안쪽으로 떨어진다.


◆화려한 인테리어

차에 타면 태블릿PC처럼 디자인된 8.7인치 모니터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차의 여러 기능을 집어넣은 덕분에 모니터 주변의 많은 버튼을 없앨 수 있었다. 하지만 야간운전 시 화면이 완전히 꺼지지 않아 불편했다. 밝기를 어둡게 조절해야 눈이 편해진다.

크루즈컨트롤과 스피드리미트 기능 활성화 스위치는 운전석 오른편 센터콘솔 바로 앞에 숨어있다. 운전대에 설치된 속도 설정 버튼과 따로 떨어진 만큼 미리 위치를 파악해두는 편이 좋다.

아이를 태우려면 카시트 설치가 필수. ISOFIX가 적용된 차여도 설치가 불편한 경우가 있지만 SM6는 위치를 찾기 쉽고 설치하기 쉬운 구조였다. 뒷유리 햇빛가리개가 있지만 뒷좌석 옆 창문의 햇빛가리개도 함께 있으면 더 좋을 듯하다.

센터콘솔엔 숨겨진 냉장고가 있는데 작은 캔 2개를 넣을 수 있다.


◆중형세단의 패러다임 변화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중형세단’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배기량 2000cc급 자동차를 떠올린다. 하지만 요즘엔 엔진 다운사이징이 대세로 떠오르며 이런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형세단임에도 소형차에나 들어갈 법한 1500~1700cc급 엔진이 탑재된다. 연료를 실린더에 직접분사하고 터보차저가 힘을 보내며 ‘작지만 강한’ 엔진의 역할이 늘어났다. 그 덕에 소비자 인식도 함께 바뀌는 중이다.

SM6 1.5 dCi는 엔진 다운사이징의 좋은 예다. 멋진 외관과 뛰어난 효율은 이 차의 가장 큰 매력이다. 스포츠 드라이빙보다 장거리 여행을 즐기는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선택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