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식품산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경제가 불황이라도 먹는 즐거움을 놓지 않았던 인류 덕분에 식품산업의 파이는 날로 커졌다.


국내 산업을 지탱한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전통적인 제조업이 부진을 겪고 있음에도 식품산업은 여전히 흔들림이 없다. ‘2016 대한민국식품대전’을 통해 미래 식품산업의 화두로 던져진 IT와 식품산업의 만남, 그리고 식용곤충산업을 조명해본다.


식용곤충을 활용한 식재료들. /사진=뉴시스 DB
식용곤충을 활용한 식재료들. /사진=뉴시스 DB

◆ 현실로 다가온 식품과 IT의 '콜라보'

이달 초 열린 ‘2016 대한민국식품대전’에서 최대 화두는 식품과 IT의 만남, 그리고 식용곤충이었다. ‘식품산업, 대한민국을 넓히다’라는 슬로건 아래 열린 이번 행사는 IT 기술과 융합한 미래 식품산업의 모습을 가상현실로 보여주고 최첨단 식품가전을 확인할 수 있는 ‘미래식품산업관’을 선보여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물인터넷(IoT)을 적용한 냉장고는 누구보다 똑똑한 가정 내 '식재료 지킴이'였다. 스마트 냉장고에 보관된 식재료의 잔량과 신선도 체크가 가능하며 요리가 가능한 식재료를 선택할 수 있다. 대형마트 장보기서비스는 물론 음악 재생도 지원한다. 스마트 식탁은 'O2O 스마트 배달 서비스'가 가능해 지금 당장 필요한 식재료나 음식 등을 주문할 수 있다.


IT기술로 프로그래밍된 로봇요리사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열린 식품대전에서도 공개된 바 있는 요리로봇은 사람의 주문을 받아 로봇이 직접 요리를 만든다. 올해 식품대전에서는 한 남성이 로봇요리사를 활용해 아내가 평소 좋아하는 식사 메뉴를 결정하고 식재료 구입, 조리, 플레이팅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모습을 선보였다.

푸드3D프린터는 상용화 단계에 돌입했다. 3차원으로 만든 설계도와 컴퓨터기술을 바탕으로 플라스틱이나 금속 등의 원재료를 조형해 실제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3D프린팅 기술이 요리분야로 확장된 것. 이 기술은 초콜릿, 크림, 반죽 등을 사용해 ‘요리’를 찍어낸다. 사용법도 간단하다. 프로그래밍된 조리법을 다운로드 받아 재료를 투입하기만 하면 된다.
 
이밖에도 필요 수분량을 추적해 물 섭취량을 알려주는 ‘스마트 보틀’, 알아서 온도를 조절하는 ‘스마트 인덕션’, 올려만 둬도 칼로리뿐 아니라 각종 영양소를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도마’ 등은 이미 판매가 진행 중인 ‘스마트 키친’ 제품들이다.


미래식품산업관 전시 관계자는 "3D푸드프린터의 경우 올해 내 상용화될 예정이며 다른 스마트제품 역시 늦어도 내년에는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IT를 활용한 식품산업의 진화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윗쪽부터)안이 들여다 보이는 스마트 냉장고, 메뉴가 펼쳐지는 스마트 식탁. /사진=뉴시스 DB
(윗쪽부터)안이 들여다 보이는 스마트 냉장고, 메뉴가 펼쳐지는 스마트 식탁. /사진=뉴시스 DB

◆ 식품업계 미래먹거리 '식용곤충'

식용곤충은 수년 전부터 유엔식량농업기구 지정 미래먹거리로 선정돼 세계적으로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2007년 11조원에 머물던 세계곤충산업 시장규모는 2020년 3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 중심에 식용곤충산업이 자리한다.

국내 식품업계도 경쟁력을 갖춘 식용곤충 생산에 주목한다. 식용곤충은 다른 육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사육이 가능하며 기간도 짧은 편이다. 현재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법적 식용곤충은 벼메뚜기, 누에번데기, 누에 백강잠, 갈색거저리 유충(고소애) 등 7종이다. 이 중 고소애의 경우 4개월, 식용애벌레는 100일이면 제품화가 가능할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국내에서는 CJ제일제당이나 대상 등 식품업체가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식용곤충을 활용한 즉석제품 등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상 관계자도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구체적인 상용화 계획은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용곤충은 단순히 미래식량 대체 차원을 넘어 앞으로 식품산업을 주도할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사업으로 여겨진다"며 "다만 아직 소비자의 거부감이 크다는 점이 숙제인데 곤충을 가루 형태로 만들어 제조하거나 영양분을 추출하는 방식이 선호될 것"이라고 밝혔다.

식품기업들의 연구와는 별개로 국내 곤충산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국내의 곤충활용은 천적, 화분매개, 학습·애완용, 관광용 등에 머물러 식·의약품과 바이오산업용으로는 활용되지 못했다.

세계 각국에서는 곤충 통조림, 에너지바, 쿠키 등 다양한 곤충식품이 생산된다. 유럽 일부국가는 식용곤충을 육류대체품으로 인식하고 정책적으로 육성 중이다. 13억 인구의 미래식량 확보로 고민 중인 중국 역시 10종의 곤충을 대량 사육하며 미래 대비 차원을 넘어 전략적으로 식용곤충사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황재삼 농촌진흥청 곤충산업과 연구관은 "국내에서도 식용곤충에 대한 다양한 학술토론 등이 열려 산업활성화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추세"라면서 "곤충의 유용성, 산업화 가능성 등에 대한 평가기준을 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