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하며 아들 한명을 키우는 주부 김유라씨(가명). 그는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편리하고 안전한 대단지아파트로 이주할 계획이었는데 최근 한 신축빌라를 구경한 뒤 마음이 바뀌어서다. “빌라인데 4개 동이고 학교와 가까운 데다 엘리베이터, CCTV, 1층 보안문 등 아파트의 편의시설이 거의 다 있더라고요. 더군다나 요즘은 집들이처럼 손님 초대할 일이 없으니 굳이 큰 집에 살아야 할 이유가 없죠.”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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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속 실속 있는 주거, 빌라가 뜬다

과거 도시인이 아파트를 선호한 이유는 공동주택의 편리함과 안전성 때문이다. 특히 대단지아파트는 교육·쇼핑·문화시설이 한데 모여 있고 경비나 보안문 등 안전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파트 못지않게 편리함과 안전성을 갖춘 신축빌라가 인기를 끈다. 공급량이 늘다 보니 입지가 좋은 역세권, 업무지구, 신도시 등지에 신축빌라가 지어졌고 그만큼 선택지도 넓어졌다. 예전에는 아파트에서만 볼 수 있었던 엘리베이터와 CCTV, 보안문도 설치됐다.


빌라 선택의 배경에는 경제불황과 1~2인가구의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아파트에 비해 집값과 관리비가 싼 데다 미혼이거나 자녀가 없는 1~2인가구는 더더욱 큰 아파트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지난해 신축빌라를 산 신혼부부 최모씨는 “아파트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가 주차장과 단지 내 어린이집인데 지금 살고 있는 빌라는 주차장과 어린이집이 다 있다”며 “무엇보다 한달 관리비가 2만~3만원대인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10평대나 20평대라도 옛날 빌라는 부부가 살기에 비좁고 불편했으나 신축빌라들은 최신식 구조와 인테리어로 훨씬 더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시장 통계로도 빌라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올 1분기 1만7527건으로 1년 새 38.1%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빌라의 매매거래량은 1%가량 감소하는 데 그쳤다. 전세시장도 비슷하다. 아파트 거래는 22.8% 급감했지만 빌라는 5.3% 줄었다.


서울 강북의 빌라골목. /사진=김노향 기자
서울 강북의 빌라골목. /사진=김노향 기자
서울 후암동의 신축빌라. /사진=김노향 기자
서울 후암동의 신축빌라. /사진=김노향 기자

◆빌라값도 오른다… 부동산시장 변화

빌라의 몸값도 오르는 추세다. 빌라는 KB국민은행 아파트시세와 같은 공식통계가 없지만 수도권 주요 도심에 있는 부동산중개업소에 문의하면 이런 변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경기도 산본신도시에 있는 33㎡ 빌라의 값은 지난해 초 1억3000만원대에서 최근 1억6000만원대로 올랐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신도시에 많은 빌라촌이 형성됐는데 역세권일수록 투자가치가 높고 마을버스가 있는 대로변도 좋은 편”이라며 “교통뿐만 아니라 집앞에 편의점과 카페, 음식점이 있는 곳은 매매가 더 활발하다”고 전했다.


서울 용산의 한 공인중개사는 “33㎡ 빌라가 3년 전 1억5000만원대에 팔렸다가 최근엔 1억8000만원까지 올랐다”며 “예전에는 자금이 부족해 다른 방도가 없는 고객에게만 빌라를 권하고 투자목적으로는 만류하는 편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인근 재개발사업이 진행 중이어서 앞으로 빌라값이 더 오를 것 같다”고 전망했다. 서울 공인중개사업계 추정에 따르면 빌라 매매가는 평균 2억5000만원 안팎. 아파트 전셋값 평균인 4억원의 62% 수준이다. 아파트 전셋값이면 내집 마련이 가능한 셈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센터 팀장은 “서울에서는 홍제동과 연신내역, 응암역, 우이-신설 노선을 짓는 수유동, 강동구 5호선 역세권 등지에 신축빌라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하자 발생이 더 많으므로 수리비용을 고려해야 한다”며 “빌라값이 오르는 추세지만 시세차익보다 임대투자가 더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저금리시대에 월세를 받는 재테크가 인기를 모으자 일반직장인들이 빌라에 투자하는 사례도 많다. 10년차 직장인 김모씨는 “대출을 1억원 받아 빌라를 매입해 세놓았는데 월세 50만원으로 대출이자 20만원을 내기 때문에 당분간 팔지 않고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빌라 계약 시 주요 체크포인트


- 집값이나 전셋값이 거품은 아닐까.
▶최근 빌라값이 오르면서 인근 시세 대비 비싼 곳이 많다. 여러 곳을 둘러보며 비교해보자.
- 하자보수 시 문제없나.
▶입주민 대표를 통해 하자보수 보증금 예치 여부와 담당 건설사를 알아보는 것이 안전하다.
- 전세의 경우 담보대출금이 얼마인가.
▶빌라는 적은 자금으로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감정가 대비 집주인 대출금이 많을 가능성이 있다. 계약종료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은 없는지 점검해보라.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