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지주사 전환 앞둔 삼성생명 구조조정설
박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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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여명. 삼성생명이 최근 3년간 떠나보낸 임직원 수다. 지난달 사옥을 서초동으로 옮긴 삼성생명이 오는 11월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매년 진행하는 통상적인 조직개편 수준이 아닌 영업조직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조정할 것이란 소문이다. 그 다음달인 12월에는 조직개편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이를 일축했지만 ‘대규모 구조조정설’과 함께 ‘금융지주회사 전환설’이 구체화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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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효선 기자 |
◆실적 저조·자살보험금 지급 판결 앞둬 '부담'
생명보험협회 통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임직원 수는 2013년 6634명, 2014년 5549명, 2015년 5343명으로 해마다 줄었다. 특히 2014년에는 구조조정 여파로 1085명이 짐을 쌌다. 당시 삼성생명은 근속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전직프로그램을 시행했고 차장 이상 고직급자가 면담 대상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자기계발휴직제 등 인력 효율화 프로그램을 통해 100여명의 임직원을 감축했다. 자기계발휴직제는 대학원 진학이나 해외여행 등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고자 하는 장기근속 직원에게 안식년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월급을 지급하지 않는 대신 근속연수를 인정해준다.
올 6월 말 기준 삼성생명의 임직원 수는 5341명으로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게 총 1293명의 임직원이 최근 3년간 회사를 떠났다. 또 삼성생명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해외점포를 과감히 정리하고 태평로 본사를 팔았다. 현재는 삼성전자가 사용하던 서초사옥에 세입자로 지내고 있다. 이밖에 동여의도 빌딩, 수송타워, 종로타워, 동교동 사옥 등도 매각했다.
그럼에도 올해 삼성생명은 좋은 실적을 내지 못했다. 삼성전자 보유 삼성카드 지분(37.45%) 매입에서 나온 수익을 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7490억원으로 전년 동기(7600억원) 대비 1.4% 떨어졌다. 2분기 수입보험료는 6조5431억원으로 전년 대비 3.1%포인트 하락했다. 2분기 투자수익률도 3.0%로 전년보다 50bp(1bp=0.01%) 줄었으며 위험손해율 역시 전년보다 4.5%포인트 오른 79.3%를 기록했다.
하반기 실적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대법원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최종판결을 내리면 삼성생명은 1000억원을 상회하는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최종판결 재판은 9월30일 열린다. 여기에 변액보험 보증준비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하고 저금리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고금리확정형 보유계약에 따른 이차 역마진 부담이 더 커졌다.
따라서 삼성생명은 인력을 감축해 자금확충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명보험 환경이 녹록지 않다 보니 삼성생명도 조직 슬림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그런데 이번 삼성생명 구조조정 규모가 2014년과 비슷할 정도로 대규모고 무엇보다 직급과 상관없이 인력을 감축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삼성생명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준비하는 것은 금융지주 전환을 위한 사전작업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주전환 후 소요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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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전환 위한 사전작업?
삼성생명은 삼성카드에 이어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증권 지분까지 매입하기로 하면서 금융지주회사 전환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삼성생명은 최근 3년간 지배력 확보를 위해 꾸준히 금융계열사 지분을 매입했다. 2013년에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중공업 등이 갖고 있던 삼성카드 지분 전량(6.38%)을 매입해 삼성카드 지분율이 71.86%로 상승했다. 2014년에는 삼성자산운용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증권 지분을 확보하지 않아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지배구조 개편에서 삼성증권이 제외된 게 아니냐는 의견과 함께 삼성증권 매각설이 불거졌다. 그러나 이번에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증권 지분(8.02%)을 매입하기로 결정하면서 매각설이 불식됐다.
이로써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증권 19.16%(취득 후 지분율 기준)를 비롯해 삼성화재 14.98%, 삼성카드 71.86%, 삼성자산운용 98.7% 등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두루 갖게 됐다. 삼성자산운용을 제외하면 모두 상장사다.
다만 삼성생명 중심의 금융지주사를 설립하려면 지분정리가 필요하다. 우선 삼성화재와 삼성증권 주식을 추가로 매입해 지분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화재와 삼성증권 지분을 각각 14.98%, 19.16% 보유해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삼성화재 지분(15.02%)과 삼성증권 지분(10.94%)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또 금산분리법에 따라 비금융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축소할지도 관심사다.
문제는 지분을 추가로 사들일 자금여력이다.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20조원 이상의 준비금을 쌓아야 하는 데다 어두운 실적전망, 자살보험금 미지급금 논란 등의 상황에서 여력이 있을지가 미지수다.
지주사 전환 준비와 비용 마련을 위해 삼성생명이 대규모 구조조정 카드를 꺼낼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이전까지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팔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최근에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같은 추측에 삼성생명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임원 보직 이동 등의 조직개편은 삼성생명뿐 아니라 대부분의 회사가 연말이면 진행하지 않느냐”며 “구조조정은 검토한 적도, 결정된 것도 없다.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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