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자료사진=뉴시스(AP제공)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자료사진=뉴시스(AP제공)

두테르테 대통령이 10월 예정돼 있는 미국-필리핀 군사훈련이 양국의 마지막 합동훈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트남을 방문중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수도 하노이에 거주하는 필리핀 교민들과 만나 이같은 발언을 했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베트남을 공식방문 중인 두테르테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필리핀 교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중국이 원하지 않는 군사훈련을 벌일 계획이다. 이 훈련은 나의 집권 기간 동안 미국-필리핀의 마지막 합동 군사훈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말한 군사훈련은 10월4일부터 12일까지 필리핀에서 열리는 PHIBLEX33 훈련으로 필리핀군 500명과 1400명의 미군이 참여한다.


최근 미국보다는 중국-러시아 양국과의 관계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미국과의 군사 합동훈련 중단을 선언함으로써 이같은 대외정책 노선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은 아시아에서 미국과 가장 오랜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올해 6월 집권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번달 초 마약범 소탕전에 대해 미국이 인권문제 등을 지적하자 “오바마에 욕을 해주겠다”며 막말을 하는 등 미국과의 대외관계에서 긴장을 이어가고 있다. 당시 미국은 양국 정상회담을 취소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1일에도 "나는 미국의 팬이 아니다. 미국은 불간섭, 평화적인 분쟁해결을 준수해야 한다"며 다시 한번 미국의 내정 불간섭을 강조했다. 이어 23일에는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 수역에서 외국 군대와 합동 순찰을 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니그노 아키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올해 4월 필리핀이 미군과 해당지역 합동순찰에 나서는 데 합의한 사항을 뒤집는 발언이다.

또 26일에는 "중·러 양국과 경제, 무역 등 모든 영역에서의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며 최장 120년의 토지 임대도 허락할 예정"이라며 중국·러시아 양국과의 관계 개선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같은 일련의 행동들로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겪으면서 친미 노선을 유지해왔던 필리핀이, 두테르테 대통령 집권을 맞아 외교정책에서 큰 전환을 이룰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