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1999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네번째 주인을 찾는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26일 공시를 통해 매각을 검토 중이며 한달 안에 매각일정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외 건설업계 상황을 살펴볼 때 매각 성공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투자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팔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한 상황이다. 당장 정부가 산업은행의 비금융 자회사 매각을 통한 기업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데다 매각 시기를 늦춘다고 해도 시장 상황이 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본사. /사진=머니투데이 DB
대우건설 본사. /사진=머니투데이 DB
산업은행 본점. /사진=머니투데이 DB
산업은행 본점. /사진=머니투데이 DB

①해외매각 가능성

업계는 해외매각 가능성에 가장 무게를 둔다. 대우건설은 1973년 설립 이래 국내 주택사업뿐 아니라 토목, 플랜트, 해외사업 등 여러 분야에서 사업을 확장했다. 특히 해외수주액은 지난해 기준 약 3조60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0% 정도다. 2011년 이후 해외수주액은 한해 3조~6조원을 유지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인도 비하르교량과 카타르고속도로 등 1조1000억원 규모의 해외수주에 성공했다.


최근 해외자본에 매각된 국내 건설사로는 쌍용건설이 있다. 업계 23위의 쌍용건설은 지난해 자산규모 217조원의 두바이투자청(Investment Corporation of Dubai)에 인수됐다. 당시 매각가격은 1700억원이었다.

하지만 해외매각에 실패한 사례도 있다. 극동건설은 2003년 미국계펀드 론스타(Lone Star)에 매각됐다가 2007년 웅진그룹에 팔리는 과정에서 회생채권 규모만 1300억원에 이르는 등 기업가치가 뚝 떨어졌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극동건설은 해외매각의 전형적인 실패사례로 꼽힌다”며 “해외매각 시 기술유출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굴지의 건설기업을 외국계회사에 헐값으로 넘긴다는 비판도 부담이다. 코스피에 상장 중인 대우건설 주가는 산업은행이 인수한 2010년 말 당시 1만1000원대 초반에서 6년 사이 6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절반 값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산업은행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에서 외국계회사의 인수의향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해외에 매각할 경우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 차익을 내고 매각하는 먹튀 가능성에 대비하려면 일정 기간 동안 고용승계와 지속투자 등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②국내자본·사모펀드 참여

업계 관계자나 전문가들은 해외보다는 국내 건설사나 사모펀드가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것이 더 이상적인 시나리오라고 본다. 경영권을 보호하고 투자와 구조조정을 통해 대우건설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국내자본 매각이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다. 업계 내부에서는 인수 가능성이 있는 후보로 SK건설, 부영, 호반건설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시공능력 4위, 매출 10조원의 대형건설사를 인수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국내 대형건설사 대부분은 아파트사업의 비중이 커 대우건설 인수 메리트가 작다.

오히려 국내 사모펀드가 더 가능성이 있다. 산업은행도 사모펀드 ‘KDB밸류제6호’를 통해 대우건설 지분 50.75%를 매입했는데 이는 국내법상 은행이 비금융 자회사를 직접소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이 펀드 만기가 돌아오면서 산업은행은 2년 연장을 결정했다. 만일 내년 10월까지 매각에 실패할 경우 또다시 만기를 연장할 수밖에 없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은 사모펀드 존속기간을 15년까지 인정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회사 동의를 얻으면 내년에 만기를 재연장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세부 규정은 정관상 비밀유지를 지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손해를 보더라도 하루 빨리 팔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은이 보유한 대우건설 주식가치는 약 1조3000억원. 당초 투자한 3조2000억원의 40%에 불과한 수준이다.

③사업별 분할매각

업계 안팎에서는 분할매각의 가능성도 제기하지만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IB업계 관계자는 “분할매각은 산업은행 입장에서 매각가격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지만 대우건설이 40년 넘게 쌓아온 브랜드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우건설은 외환위기 이후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대우그룹 해체와 함께 정부인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인수됐다가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그러나 불과 3년 만인 2009년 금호그룹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다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손에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1위와 6위 사이를 오갔다. 금호그룹에 인수 도중 서울역 랜드마크이자 대우건설을 상징하던 서울스퀘어(옛 대우센터빌딩)를 팔아넘기는 아픔도 겪었다.

매각을 기다리는 대우건설 직원들의 불안감도 날로 커진다. 대우그룹 해체 이후 산업은행에 함께 인수된 대우조선해양은 2008년 매각 결정 이후 8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정상화를 이루지 못한 채 표류 중이기 때문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