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시대’의 도래로 실내공간이 바뀌고 있다.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기 위해 콘센트에 멀티탭을, 멀티탭에 제품을 연결하는 모습 대신 무선청소기와 로봇청소기가 자유롭게 거실을 누빈다. 주방에는 와이파이(Wi-Fi)를 탑재한 냉장고가, 방에는 무선충전기능이 탑재된 모니터 위에 스마트폰이 자리하고 초소형 무선 빔에서 나오는 영화가 벽면을 채운다. 선 없는 가전제품의 등장으로 콘센트 위치에 따라 배치됐던 가구와 가구 뒤에 엉킨 수많은 선이 사라지고 스마트폰으로 가전을 조작하는 ‘신 풍속도’가 펼쳐진다. 


삼성 로봇청소기 ‘파워봇’.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 로봇청소기 ‘파워봇’. /사진제공=삼성전자

◆‘조연’이 ‘주연’으로, 무선청소기

#토요일 아침, 33세의 가정주부 A씨는 바닥에 떨어진 아이의 머리카락과 과자 부스러기를 보고 대청소를 결심했다. A씨가 사는 집의 방은 3개. 청소할 때마다 체력소모가 엄청나다. 그러나 A씨는 선이 짧아 방마다 들고 다니던 유선 청소기를 떠올리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A씨의 손에는 최근 장만한 무선청소기가 들려있다.


청소기가 선에서 해방됐다. 방마다 들고 다니며 콘센트를 찾아다닐 필요가 사라진 것. 청소기는 현재 가장 상용화된 무선제품군이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전체 청소기 판매량 중 무선 핸디형 청소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3년 40%, 2014년 43%, 2015년 45%로 매년 증가세다.

이는 과거 유선청소기가 닿지 않는 곳을 청소하기 위한 용도로 인식됐던 무선청소기가 고성능으로 무장하면서 찾는 사람이 늘어나서다. 무선청소기의 핵심은 배터리와 흡입력. 10시간을 충전해 15분 정도만 쓸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 출시되는 무선청소기는 충전시간을 줄이고 최대 1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


무선청소기를 넘어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청소기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국내 최초 로봇청소기를 출시한 LG전자는 2003년 이후 '로보킹' 시리즈의 국내 누적 판매량이 40만대를 돌파했고, 후발주자인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로봇청소기 ‘파워봇’도 2014년 출시 이후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2만5000대의 기록을 세웠다.

이들의 공통점은 똑똑해졌다는 것. 탑재된 센서로 장애물을 탐지하고 집안 구석구석을 빠짐없이 청소한다. 스마트폰을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과 원격청소는 물론 이용자가 외출할 경우 전면 카메라를 이용, 집안 내의 움직임을 포착해준다. 


KT 올레TV에어. /사진제공=KT
KT 올레TV에어. /사진제공=KT

◆설치와 이동이 쉬운 TV

#청소를 끝낸 A씨. 잠에서 깬 아이가 칭얼댄다. 이럴 때 특효약은 단연 '뽀로로'다. A씨는 거실 TV에 연결됐던 IPTV 셋톱박스를 들고 안방으로 갔다. 선을 해체하고 연결하는 과정이 복잡하지 않아 셋톱박스의 위치는 하루가 멀다하고 바뀐다. 안방의 TV와 셋톱박스를 연결하는 A씨를 보며 아이가 방긋 웃는다.


IPTV 가입자라면 먼지와 함께 늘어진 셋톱박스의 수많은 선과 TV전원코드, 인터넷 모뎀선 등을 TV장식대 뒤로 숨기기 바쁠 것이다. 그러나 최근 가정에서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IPTV와 미니빔TV가 복잡한 선과 이별했다.

KT는 IPTV를 무선으로 연결해 집안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UHD급 영상을 즐길 수 있는 ‘올레tv 에어’를 선보였다. 인터넷 모뎀과 IPTV 셋톱박스 간 와이파이 기술을 적용해 새로운 배선작업의 필요성을 없앤 것. 거실에서 안방으로, 다시 안방에서 주방으로 IPTV 셋톱박스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특히 ‘스마트 채널 셀렉션 기술’이 적용돼 주변 와이파이의 무선 간섭을 없애고 IPTV에 최적화된 와이파이채널을 우선적으로 자동 전환해준다. 인터넷 모뎀과 연결하는 선 없이도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동이 편리한 콤팩트 디자인은 인테리어용품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KT는 더 나아가 셋톱박스 및 모뎀 안에 올레tv 에어를 내장한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LG전자는 집에서도 영화관 분위기를 낼 수 있는 무선 미니빔TV를 선보였다. 미니빔TV는 전세계 LED프로젝터 시장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2011년부터 6년째 1위를 차지하는 효자 상품이다. 스마트폰, 노트북 등 IT기기와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 무선 미니빔TV는 복잡한 선 없이 언제 어디서나 동영상을 볼 수 있다. 한번 충전하면 2시간30분 동안 사용할 수 있어 영화 한편을 보기에 적당하다. 특히 블루투스 스피커·이어폰과 무선으로 연결돼 때로는 웅장하게, 때로는 조용히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삼성전자 패밀리허브 냉장고. /사진=머니투데이 임성균 기자
삼성전자 패밀리허브 냉장고. /사진=머니투데이 임성균 기자

◆블루투스·와이파이 품은 가전

#늦은 점심을 준비하는 A씨. 냉장고에서는 A씨가 좋아하는 빅뱅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칼질을 하는 A씨의 뒷모습이 흥겹다. 때마침 A씨의 스마트폰에 세탁이 끝났다는 알림과 함께 냉장고 안 우유의 유통기한이 다 됐다는 알림이 뜬다. A씨는 ‘살기 정말 편해졌다’고 생각한다.

무선통신 블루투스를 품은 가전제품은 주부의 생활을 풍요롭게 한다. LG전자의 디오스 오케스트라는 기존 ‘더블 매직스페이스’ 냉장고 상단에 고품질 블루투스 스피커를 탑재해 주방에서 음악과 라디오 등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와 연동해 음악을 듣거나 어린 자녀를 위해 동요를 들려줄 수도 있는 것. 블루투스 스피커는 일반 휴대전화 대비 10배 이상의 출력을 낼 수 있어 고품질의 사운드를 제공한다.

블루투스에서 더 나아가 와이파이를 탑재한 가전제품도 속속 등장했다. 삼성전자 ‘패밀리허브’ 냉장고는 스마트폰이나 냉장고 외부 스크린으로 보관 중인 식품을 볼 수 있으며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영상을 가족과 냉장고를 통해 식탁에서 공유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뜨는 대형마트 할인정보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위해식품 정보는 건강하고 알뜰한 식탁을 가능케 한다.

스마트 센서는 사물인터넷(IoT)시대를 앞당겼다. 일반 가전에 센서를 부착하면 스마트폰으로 제품의 작동 상태를 파악하고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세탁기는 세탁이 끝났다고 알려주고 냉장고는 앱에 미리 입력해둔 우유나 주스의 유통기한이 다됐다고 알림 문자를 보낸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무선가전제품은 이제 시작단계”라면서 “가전을 다루는 기업은 현재 ‘무선충전’이 가능한 냉장고·세탁기를 개발, 상용화만 남은 상태다. 앞으로 무선가전을 중심으로 한 IoT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