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목포의 눈물, 목포의 추억
송세진의 On the Road – 목포근대역사관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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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는 항구다. 이 항구의 곳곳에는 끔찍했던 일제강점기 수탈의 역사가 가득하다. 일제의 영사관과 동양척식주식회사, 그들이 남긴 흔적들……. 지켜주고 견뎌주신 세대가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 감사함으로 돌아보는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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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근대역사관 1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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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근대역사관 1관 내부. |
◆목포근대역사관 1관
목포는 부산, 원산, 인천에 이어 네번째로 개항했다. 1897년 고종의 칙령에 의해 개항한 최초의 항구다. 대한제국은 개항을 통해 관세 수입을 늘려 정부 재정을 확충하고자 했지만 결국 수탈의 중심이 되었다.
목포근대역사관 1관은 일본영사관으로 쓰이던 곳이다. 1900년 1월에 착공하여 같은 해 12월에 완공했고 언덕에 위치해 목포항까지 이어지는 동네가 잘 보인다. 건물은 좌우대칭을 잘 맞춘 르네상스 양식인데 일본 국화, 일장기 모형, 벚꽃 문양 등을 벽면과 내부에 넣고, 건립 시 각 실마다 벽난로를 설치했다. 이 중 하나는 최고급 대리석으로 장식하여 벽난로 하나가 당시 집 한채 값을 호가했다고 하니 일제가 이 건물에 얼마나 공을 들였을 지 짐작이 간다. 이후 목포이사청, 목포부청, 목포시청, 목포시립도서관, 목포문화원 등으로 쓰여 건물이 쇠락하지 않고 보존될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일제시대 목포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일본인이 살던 곳에는 도시계획과 함께 현대적인 건물이 들어서고 새로운 문물이 넘쳐났지만 조선인이 사는 구역은 사정이 달랐다. 거주지가 확연히 구분돼 조선인이 사는 곳이 ‘북촌’, 일본인이 사는 곳이 ‘남촌’이었다.
조선인의 삶이 비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물이 없어 하루 종일 수통을 들고 줄을 서야 했고 보통학교(지금의 초등학교) 옆에는 일본인의 화장터가 있어 아이들이 내내 시체 타는 냄새를 맡았다. 전등이 설치되지 않아 해가 지면 암흑세상이고 다니는 길도 비좁고 더러웠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화려하게 개화된 일제시대는 대부분 조선인과는 무관한 세상이다. 조선인은 살 곳을 빼앗기고 노동력과 쌀, 면화 등의 수확물을 빼앗기고 마침내 말과 이름까지 빼앗겼다.
전시되어 있는 보통학교 일본어 교과서는 아이들이 쉽게 배울 수 있도록 그림과 함께 구성됐다. 형식과 그림이 흥미롭지만 희망을 찾기 어려웠던 그 시절이 느껴지는 씁쓸한 전시물이다.
한 켠에는 목포의 대표적인 가수 이난영의 노래를 들어볼 수 있게 해 놨다. ‘목포의 눈물’, ‘목포의 추억’, ‘목포는 항구다’ 세 곡을 선택해 들을 수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목포의 눈물’이다. 일제강점기였던 1935년 제 1회 <향토노래현상모집> 당선작으로, 애절한 멜로디와 가사가 담겨 듣는 이로 하여금 애환에 젖어 들게 한다. 향토의 노래를 넘어 일본에 대한 저항이 담겨있다고 하는데 발표 당시 일본인에게도 적지 않은 사랑을 받았다고 하니 음악이 가진 힘이 놀랍다.
1층에서는 일제시대 교복을 입고 3.1운동에 참여해 볼 수 있다. 옷장에는 옛날 교복과 함께 손에 들고 흔들 수 있게 태극기가 여러장 준비돼 있는데 전시장을 돌아본 후라 그런지 다시 찾은 태극기 앞에서 벅찬 감동이 느껴진다.
건물 뒤에는 또 하나의 놀라운 흔적이 있다. 방공호다. 폭격을 차단하기 위해 고안된 군사적 목적의 방어시설로 태평양전쟁이 장기화 될 것을 대비해 일제가 만든 것이다. 85m의 동굴에는 3개의 문이 있고 취사시설은 물론 공기정화시설까지 갖추었다. 물론 이들이 직접 했을 리 없다. 한국인을 강제동원하여 만들었는데 그 시절에 장비 하나 없이 우리 선조들이 겪었을 고초가 눈에 그려진다. 그들의 야욕은 구체적이고 대담했으며 잔인한 행동력까지 있었다.
근대역사관 1관 앞에는 국도 1,2호선 기점 기념비가 있다. 목포가 일제 수탈의 길목이었음을 반증한다. 당시 목포는 국도 1,2호선의 출발점이 되었다. 1호선은 서울을 지나 신의주까지 이어지는 939.10km의 도로이고, 2호선은 부산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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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근대역사관 2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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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근대역사관 2관 내부. |
◆목포근대역사관 2관
이 건물은 현재 남아있는 2개의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 중 하나다. 목포근대역사관 1관이 장식적이고 화려한 아름다움을 살렸다면 2관은 웅장하고 실용적으로 고안되었다. 규모 면에서는 부산에 남아있는 동양척식회사 건물보다 크다. 당시 동양척식회사 목포지점은 17곳의 농장을 관리하며 가장 많은 소작료를 거뒀다고 한다. 건물이 괜히 큰 것이 아니다. 이 곳 또한 일본을 상징하는 태양 문양, 벚꽃 문양 등이 안팎으로 장식되어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 은행에 있었던 금고방이 따로 있는 것도 특징이다. 건물의 존재목적과 기능 자체가 수탈이었던 것이다.
이곳에는 주로 사진 자료가 전시됐다. 전시 방식은 사진과 캡션으로 단순하지만 일제강점기를 꼼꼼히 담고 있어 그림책을 보듯 그 시대를 이해할 수 있다. 당시 목포의 구석구석을 볼 수 있고 일제 침략 과정도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사진 중에는 고종, 순종 등 망국의 왕들과 이토 히로부미, 안중근 의사의 유언 장면 등 가슴이 뜨거워지는 귀한 사진들도 있다.
한 전시실은 아이들과 임산부가 보기에 곤란하다. 일제의 만행에 대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그저 말로만 듣고 ‘설마 그랬을까?’하고 믿지 못했던 장면들이 실제 사진 증거로 전시돼 있다. 일본 731부대의 실험, 위안부 참상, 항일운동조직의 간부 총살, 윤봉길 의사 체포 등 어른이 봐도 끔찍해서 손끝이 덜덜 떨린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분들과 그 시대에 태어난 이유로 무고한 희생을 감당해야 했던 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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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성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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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일본인교회. |
◆교회와 성당
목포근대역사관 1관에서 2관으로 가는 길에 지나치기 쉬운 건물 하나가 있다. 하얀색 콘크리트벽과 슬레이트지붕, 붉은 철문이 굳게 잠긴 건물이 예사롭지 않다. 단순하지만 건물 양식이 이색적인데, 이는 일제강점기에 설립된 교회다. 그들은 이곳에서 무엇을 기도했을까? 일본에서 파송된 일본인 목사는 무엇을 설교했을까? 우리에게 이 많은 것을 빼앗아가며 그들은 자신의 안녕을 기도했을까? 이 나라를 지옥으로 만들어 놓고 자신들은 천국가기를 소망했을까? 교회의 존재 자체가 아이러니다. 이후 건물은 창고로 사용되기도 했다는데 차라리 창고가 낫겠다.
몇걸음 떨어진 곳에 천주교 경동성당이 있다. 경동성당은 1952년, 즉 전쟁 중 설립되었다. 1953년에는 한국 최초로 레지오 마리애를 도입하였는데 이 조직은 물질적 도움을 주는 활동과 정치적 목적의 사용을 일절 금지한다. 탐욕과 이기심이 느껴졌던 일본인 교회와 오묘한 대칭점을 이룬다.
일제강점기를 돌아보며 생긴 복잡한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성당 앞 벤치에서 쉬어가도 좋겠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하였으니 무거워진 마음을 조금 내려놔야겠다.
[여행 정보]
목포근대역사관 1관 가는 법
경부고속도로 – 논산천안고속도로 – 당진영덕고속도로 – 서천공주고속도로 – 서해안고속도로 – 삽진고가교 – 고하대로 – 연산동사거리에서 ‘시청, 경찰서’ 방면으로 좌회전 – 산정로 – 양을로 143번길 – 양을로 – 연산로 – ‘유달산, 목포역’ 방면으로 우회전 – 영산로 – 초원호텔앞에서 ‘여객선터미널, 상공회의소, 해양대학교, 유달산’ 방면으로 우회전 – 영산로 – 유달동사거리에서 우회전 – 영산로 29번길
[대중교통]
목포역에서 도보이동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목포근대역사관 1관: 검색어 ‘목포근대역사관 1관’, ‘구 목포일본영사관’ / 전라남도 목포시 영산로29번길 6
목포근대역사관 2관: 검색어 ‘목포근대역사관 2관’/ 전라남도 목포시 번화로 18
구일본인교회: 검색어 ‘구일본인교회’ / 전라남도 목포시 해안로 165번길 50
목포근대역사관 1관
문의: 061-242-0340
관람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월요일 휴관)
관람료: 어른 2000원 / 청소년·군경 1000원 / 초등학생 500원
목포근대역사관 2관
문의: 061-270-8728
관람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1월 1일, 월요일 휴관)
관람료: 무료
목포문화관광
문의: 061-270-8430
http://tour.mokpo.go.kr/
목포시티투어
문의: 061-245-3088
http://tour.mokpo.go.kr
이용시간: 오전 9시 30분 ~ 오후 3시 40분 (매일 1회, 월요일 휴무)
이용요금: 어른 5000원 / 장애인·군인·경로 4000원 / 초·중고생 2000원
출발 장소: 목포역 앞 시티투어 승강장
운행 노선: 목포역 – 근대역사관 2관 - 국도1,2호선 기점 기념비 – 근대역사관 1관 – 유달산 – 갓바위 – 삼학도 – 서남권수산물유통센터
숙소
한옥스테이 낭만목포: 한옥집 게스트하우스로 2인 객실과 도미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목포여객선터미널, 목포역과 가깝고 사장님이 적극적으로 여행지를 추천해 주어 자유여행자에게 좋다. 조식 제공
010-2682-1593 / 전라남도 목포시 마인계터로 40번길 2-12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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