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제 소송. /자료사진=뉴시스
누진제 소송. /자료사진=뉴시스

누진제 소송에서 소비자들이 패소했다. 한전의 전기요금 체계가 부당하다며 낸 누진제 소송에서 주택용 전력 소비자들이 패소하는 결과가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오늘(6일) 주택용 전력 소비자 17명이 한전을 상대로 낸 전기요금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 이른바 누진제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법무법인 인강 소속 곽상언 변호사는 지난 2014년 8월 대리인으로 한전에 누진제 소송을 냈다. 2012년 8월 6일부터 2013년 11월 21일까지 한전 전기공급약관으로 산정된 전기요금이 부당이득에 해당된다며 반환을 청구하는 내용이었다.

곽상언 변호사는 한전의 누진제 약관이 관련 법(약관규제법)이 규정하고 있는 '현저한 이익의 불균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효를 주장했다. 곽 변호사는 또 한전이 일반 국민들만 대상으로 누진율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불합리하며 누진제가 저소득층에 도리어 불리하다고 주장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한전의 주택용 전기요금약관이 약관규제법 6조에서 무효로 규정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해 공정성을 잃은 약관'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그동안 한전이 부과해 징수한 전기요금은 부당이득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공정성을 잃은 약관조항'은 소비자에게 다소 불리하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며, 약관 작성자가 거래상의 지위를 남용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준 경우여야 한다는 것이 판결 요지다.

법원은 "누진구간 및 누진율의 적정 범위나 한도 등이 규정돼 있지 않아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이 산정기준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또 "한전의 누진제는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특정 소비자에 대해서는 요금계산을 달리 하거나 전기요금을 감액하도록 하고 있다"며 한전의 전기사업이 공익성과 수익성을 조화시키는 수준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했다.


최대 11.7배에 이르는 누진율에 대해서는 "각 나라의 전기요금에 관한 정책은 그 나라의 사회적 상황이나 산업구조, 전력수요 등에 따라 다양하게 정해진다"고 밝혔다.

곽상언 변호사는 판결 뒤 "결론을 상정해 논리를 맞춘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어 "재판부가 판단의 근거로 제시한 증거들은 한전이 재판과정에서 공개한 바 없는 내용이다. 항소하게 되면 청구금액을 바꿀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소송을 포함해 전국에서 진행 중인 누진제 소송은 모두 10건이다. 법무법인 인강에 따르면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사람은 지난달 기준 1만9920명에 달하며 요즘도 하루 평균 20~30명의 소비자들이 소송 접수를 신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오늘 소비자 패소 판결이 나옴에 따라 나머지 소송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