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자체배송'에 떨고 있는 택배업계
최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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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태 CJ대한통운 사장(왼쪽)과 맥시밀리언 비트너 라자다 그룹 회장이 역직구 전담계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CJ대한통운 제공
택배업계의 지각변동이 감지된다. 온라인쇼핑의 활황으로 최대 전성기를 맞았던 국내 택배업계는 소셜커머스가 직접 배송서비스에 뛰어들자 위기감에 휩싸였다. 하지만 위기가 기회라고 했던가. CJ대한통운, 한진 등 기존 육상물류 업체는 한국을 넘어 더 큰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 소셜커머스 자체 배송 '대전환'
그간 우리나라 택배시장의 성장을 견인한 것은 온라인과 홈쇼핑이었다.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위주로 국내 택배회사들이 성장해왔다.
하지만 B2C 일거리는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쿠팡의 ‘로켓배송’처럼 온라인쇼핑의 큰 축인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직접배송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발생한 택배업계의 위기감은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한국통합물류협회는 노란색 영업용 번호판을 장착하지 않는 쿠팡의 운송서비스가 위법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을 통해 1.5톤 미만 소형 영업용 화물차 규제를 완화하며 쿠팡 뿐 아니라 다른 업체들도 법적 문제없이 직접배송을 시작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현재 쿠팡 뿐 아니라 소셜커머스 라이벌인 티몬과 위메프도 직접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티몬의 슈퍼배송은 생필품 전문 몰인 슈퍼마트 품목을 대상으로 오전 5시까지 주문한 상품을 당일 내에 배송하는 서비스다. 위메프도 ‘지금사면 바로도착’ 서비스를 내놨다. 소비자가 상품을 주문하면 배송지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배송차량이 즉시 배송을 시작하는 서비스다.
오픈마켓 지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도 배송에 집중한다. 최근 GS25 편의점에서 주문한 물건을 찾아가거나 배송할 수 있도록 해주는 스마일박스를 내놨고 ‘스마트배송’을 통해 배송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소셜커머스 위주로 배송의 속도전이 가열되는 가운데, 속도보다는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 정확히 가져다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런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들 중 배송을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것은 쿠팡이 유일하다. 티몬과 위메프, 이베이코리아 등은 기존 택배사들과 협력해 이런 배송시스템을 실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배송범위가 넓지 않고 배송물품도 한정돼 현재로서는 기존의 택배업계가 위협을 받는다고 보긴 힘들다”면서도 “다만 배송시장의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차후 쿠팡을 제외한 다른 업체도 대규모 투자나 M&A를 통한 직영 운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글로벌 진출 ‘큰 그림’
기존 택배업체들은 크게 긴장하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글로벌 시장에 사업을 확장하며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CJ대한통운이다.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은 최근 적극적인 M&A(인수합병)를 통해 글로벌 사업역량을 확충하고 있다. 전세계 22개국, 106개 거점을 운영하고 있는 CJ대한통운은 '2020년 글로벌 톱5 물류기업'을 목표로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와 국제물류사업 강화에 주력 중이다.
지난해 중국 최대 냉동냉장 물류기업인 CJ로킨을 인수하고 지난달 중국 3대 종합 가전업체인 TCL과 물류합작법인인 CJ스피덱스를 설립했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 센추리 로지스틱스를 인수해 현지 1위 물류사업자로 도약했다.
최근 동남아 1위 전자상거래 기업인 라자다 그룹과의 한국발 전자상거래(역직구) 전담계약을 맺은 자리에서 박근태 CJ대한통운 사장은 “미국·유럽·중국 등에 걸쳐 글로벌 물류망 구축에 도움이 될 대형 회사들을 눈여겨보고 있다”며 더욱 공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을 예고했다. 특히 최근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사면되며 M&A 의사결정에 추진력이 생겼다.
업계 2위인 한진 역시 글로벌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한진해운 유동성 지원을 명목으로 알짜자산을 지속적으로 사들인 한진이 해운업분야를 크게 확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한진은 지난 2004년부터 중국, 동남아 등지에 해상운송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지난해 5월부터 한진해운이 매물로 내놓은 알짜자산들을 사들였다. 평택컨테이너 터미널 지분 59%, 부산해운신항만 지분 50%, 아시아 8개 항로 영업권, 베트남 탄깡까이멥 터미널 법인 지분 21.3% 등 총 2351억원 규모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앞두고는 미국 롱비치터미널 유동화에 참여를 검토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현재 매출의 5%에 불과한 해상운송업 비중이 크게 늘어나지 않겠냐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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