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규의 1단기어] 자율주행 첫걸음, ADAS
박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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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만 해도 자율주행차는 먼 미래 얘기였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가끔씩 등장할 뿐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다.
요즘도 그럴까. 차에 별로 관심없는 사람조차도 자율주행차가 이미 거리를 돌아다닌다는 사실을 안다. 차를 좀 안다는 사람은 어떤 기술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예전과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설명한다. 그만큼 자율주행기술이 우리 생활 속에 빠르게 파고들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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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운전 지원 시스템. /사진=현대차 제공 |
◆스스로 주변 살피고 판단해서 반응한다
자율주행차는 무인자동차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운전자의 개입 정도에 따라 크게 5단계로 나눌 수 있고 현재 대부분 차종에 적용된 자율주행기술은 2~3단계다. 여전히 테스트 중인 단계는 3~4단계로 운전자 관여도가 매우 낮다. 해외에서 자율주행차 사고가 났다는 소식도 이 때문이다. 아직 완전한 기술이 아니다.
요즘 출시되는 대부분의 차종에선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라는 말을 쓴다. ADAS는 운전자의 안전과 편의를 책임지는 기능이라는 점에서 자율주행의 기초기술이자 핵심기술로 볼 수 있다. 엄밀히는 연관된 여러 기술을 일컫는 말이다.
ADAS에서 비교적 오래된 기술은 차선이탈경보시스템(LDWS)과 사각지대안내시스템(BSW)이다. LDWS는 이름처럼 주행 중인 자동차가 의도치 않게 차선을 벗어나려 할 때 이를 경고해주는 기능이다. BSW는 운전자가 볼 수 없는 사각지대에 차가 있을 때 소리와 램프로 위험을 알린다. 이 기술을 가장 발빠르게 적용한 볼보자동차에선 BLIS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예전엔 카메라로 사각지대를 살폈지만 요샌 초음파센서로 대신한다.
이 2가지 기능은 차선유지시스템(LKAS)과 후측방충돌회피지원(SBSD)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됐다. LKAS는 운전자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차선을 넘어가려 할 때 이를 바로잡아주는 기능이지만 차선이 지워진 곳에선 무용지물이다.
요즘엔 여기에 후측방충돌회피지원(SBSD)시스템도 더해졌다. 주행시 자동차의 사각지대로 꼽히는 트렁크 양쪽 ‘후측방’에 차가 있을 때 차선변경으로 인한 사고를 막는 기능이다. 위험이 감지됐음에도 차선변경을 시도하면 원래 차로를 벗어나지 않도록 돕는다. LKAS와 SBSD 두 기능 모두 장거리운전 시 운전자의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졸음운전으로 차선을 넘어가려 할 때 효과적이다.
이렇게 방향을 바로잡는 기술은 제동방식과 조향방식이 있다. 제동방식은 위험이 감지된 반대편 바퀴에 제동을 걸어 방향을 바꾸며, 조향방식은 운전대를 직접 돌린다. 예전엔 제동방식을 주로 썼지만 요샌 조향방식을 많이 쓴다. 어떤 게 더 낫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업체들은 차종의 크기나 성격에 따라 그에 맞는 방식을 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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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기능은 차간거리를 스스로 조절해준다 /사진=현대차 제공 |
일정한 속도로 달릴 수 있도록 돕는 ‘크루즈컨트롤’ 기능은 운전자가 페달에서 발을 뗄 수 있도록 하는 점에서 자율주행 1단계 수준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기능도 세분화하면 여러 단계로 나눌 수 있다.
단순히 가속할 때 속도만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건 오래전부터 써오던 방식이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면 내리막에서도 엔진브레이크를 쓴다던지 하는 방법으로 속도를 유지하는 방식도 있다. 이보다 발전한 건 앞차와 거리를 유지하며 달리는 어드밴스드 크루즈컨트롤(ACC)이다.
초창기 ACC는 초보운전자처럼 거칠게 차를 몰았다. 앞에 누가 끼어들면 급히 브레이크 조작을 하기 일쑤였고 가속할 때도 오로지 지정한 ‘속도’에만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 ACC는 운전실력이 꽤 좋아졌다. 센서와 레이더 개수가 늘어나고 기술이 발전한 덕이다. 앞서 달리는 차의 속도에 맞추거나 옆차로를 달리는 차가 끼어들더라도 여유 있게 반응한다.
스스로 잘 달리는 만큼 잘 멈춰서는 것도 중요하다. 전방추돌경보시스템(FCWS)은 주행 중 앞서 달리는 차와 사고가 예견되면 경보해주는 장치다. 여기서 조금 더 발전해 스스로 멈춰주는 기술이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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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를 감지해 멈춰 서는 기술은 소형차에도 들어갔다 /사진=현대차 제공 |
자동긴급제동시스템(AEB)은 초창기에 볼보가 시티세이프티라는 기술로 먼저 소개했다. 사고위험이 예견됐음에도 운전자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스스로 멈춰선다. 요즘엔 자동차나 사물을 넘어 보행자도 감지하며, 일부 차종은 자전거 운전자와 동물도 감지한다.
이런 일련의 기술을 종합하면 자율주행기술이 된다. 특히 ‘고속도로’라는 제한된 공간에선 여러 시스템이 더욱 빛을 발한다.
최근엔 고급차를 중심으로 고속도로주행지원시스템(HDA)의 적용이 서서히 늘고 있다. ACC의 상위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스스로 끼어들기까지 가능한 시스템이다.
여전히 많은 회사들이 도전하는 단계지만 실제 운전자의 패턴에 가깝게 바뀌고 있다. 차선변경을 할 때 예전엔 다른 차를 양보한 다음 안전한 공간에 들어갔지만 지금은 추월가속 후 끼어들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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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기술 구성도 /사진=현대모비스 제공 |
◆ ADAS의 대중화
자동차제조사들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을 고급모델에 먼저 적용한 다음 시스템의 생산단가가 하락하면 하위 차종에 순차적으로 적용한다. 안전의 최저기준이 높아지는 셈이다. 대량생산으로 수익을 올리면 다시 고급차의 첨단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선순환구조 때문에 ‘플래그십 모델’이 갖는 상징성이 남다르다.
최근 출시되는 블랙박스(자동차주행영상기록장치)나 내비게이션에도 ADAS가 적용된다. 이들 장치에서도 자동차의 발전단계와 비슷한 순서로 새로운 기술이 추가되고 있다. 자동차의 안전을 책임지고 운전자를 보조한다는 제품 취지와 ADAS는 매우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 업계에서도 ADAS는 필수다. 팅크웨어의 최신형 블랙박스 제품인 아이나비 퀀텀은 차선변경 시 후측방 사각지대를 감지해 운전자에게 위험을 경고하는 BSD기능을 갖췄고, LDWS, FCWS와 함께 앞차출발알림(FVSA)도 해준다. 내비게이션과 연동하지 않고도 독립적인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파인디지털의 최신형 내비게이션 몬스터5도 앞차가 출발하면 알려주고, 운전자가 차선을 넘어가면 경고하는 보조 시스템을 갖춰 운전자의 안전을 돕는다.
업계 관계자는 “ADAS는 안전을 위한 기술이어서 보험료 인하와 관련해 세계적으로 관심이 크다”면서 “자율주행 이후엔 무인자동차가 업계의 목표이며 그 종착점은 사고나지 않는 차”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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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규 기자
자본시장과 기업을 취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