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제대로 즐기기] 초고수의 초간단 요리법

# 캠핑을 떠나 녹음이 우거진 곳에 텐트를 친다. 접이식 의자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도시에선 볼 수 없던 푸른 장관이 눈에 들어온다. 마침 불어오는 가을바람과 귀에 들리는 풀벌레소리. 내 몸의 모든 감각이 호강하는 느낌이 들다가 문득 허기가 느껴진다.

/사진제공=보랏빛소

삼겹살에 목살, 소시지…. 그릴에 구울 다양한 식재료를 챙겨왔지만 사실 캠핑장의 저녁식사에 큰 기대감은 들지 않는다. 직화에 구워 잔뜩 그을린 맛이 나는 고기는 캠핑의 설렌 기분으로 먹는 것이지 맛있어서 먹는게 아니다. 굽는 고생은 또 어떠한가, 기름이 떨어져 강해진 화력에 타지는 않을까 뜨거움을 참고 고기를 굽다 보면 낭만스런 저녁노을 아래 대화는 사치다.

어찌어찌 고기와 참치를 넣어 끓인 김치찌개를 안주 삼아 술을 한잔 들이키고 잠들면 어느새 해가 뜬다. 역시 아침메뉴는 라면. 쓰린 속풀이에 이만한 게 없다지만 솔직히 이젠 질린다.

많은 사람이 공감할 캠핑장의 식사다. 뭔가 바꿀 순 없을까. 우리나라 최고의 캠핑요리 고수 윤은숙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닉네임 ‘보노보노’로 유명한 그는 블로그를 통해 선보인 수많은 캠핑요리로 많은 팬을 거느린 캠핑요리 1세대다. 최근엔 <보노보노의 두근두근 캠핑요리>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 바비큐, 그냥 굽는 게 아니었다

윤씨가 소개한 바비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해먹던 ‘직화구이’와는 조금 달랐다. 간접 바비큐라고 소개한 레시피는 불이 아닌 열의 대류를 이용해 고기를 간접적으로 익히는 방식이다.

직화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고기를 태우지 않고 고루 익힐 수 있다. 직화로 구울 때 고기를 뒤집으며 불쇼를 펼치던 고생도 할 필요가 없다. 고기가 익는 동안 캠핑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돼지목살 간접바비큐 만들기. /사진제공=보랏빛소

▷돼지목살 간접바비큐 만들기
뚜껑이 있는 그릴과 토치, 석쇠, 숯, 알루미늄 호일을 준비한다. 먼저 그릴에 숯을 넣고 토치로 불을 지핀다. 숯을 그릴 양쪽으로 밀고 겹친 호일을 이용해 도시락 형태의 드립팬(기름받이)을 만든 뒤 적당량의 물을 부어준다. 쿠킹 그레이트(석쇠)를 올리고 오일을 살짝 바른 뒤 돼지고기 목살을 겹치지 않도록 올려 뚜껑을 닫고 익힌다. 통마늘을 곁들이면 더욱 좋다. 훈연칩이 있다면 향을 극대화하기 위해 30분 정도 물에 담가둔 뒤 숯 위에 올린다.

◆마른양념(럽) 만들기

생고기를 구워도 맛있지만 적절한 양념이 첨가된다면 그 맛은 배가된다. 윤씨는 돼지고기 목살에 어울리는 양념으로 ‘파프리카 럽’을 추천했다. 파프리카 파우더를 넣어 개운한 맛을 낸다.

▷파프리카 럽 만들기
소금 50g, 설탕 30g, 마늘가루·양파가루·후추·파슬리 13g, 파프리카 가루 7g, 바질·로즈마리 2g을 넣고 섞어준 뒤 잘 흔들어 지퍼백이나 밀폐용기에 보관한다. 미리 만들어두면 숙성이 돼 한결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 취향에 따라 향신료를 추가하거나 빼면 된다.

◆ 간단한 술안주로 밤 분위기 살리기

캠핑에서 술이 빠지면 서운하다. 거창한 안주보다는 통조림 등을 이용한 간편안주가 인기만점. 윤씨가 추천한 안주는 ‘골뱅이 마늘볶음’이다. 빨간 무침으로만 먹던 골뱅이는 사실 볶아도 훌륭한 맛을 낸다.

골뱅이 마늘볶음 만들기. /사진제공=보랏빛소

▷골뱅이 마늘볶음 만들기
골뱅이캔 1개(400g), 통마늘 100g, 페퍼론치노 10개, 버터 1큰술, 올리브오일 3큰술, 후추·파마산치즈·파슬리가루 등을 준비한다. 마늘은 편으로 썰어 준비하고 골뱅이는 건더기만 건져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올리브 오일을 두른 팬에 마늘과 페퍼론치노를 넣고 익히다가 팬 한쪽에 밀어두고 골뱅이와 버터를 넣어 볶아준다. 골뱅이가 노릇하게 익으면 후추를 살짝 뿌린 뒤 재료를 섞어 한번 더 볶아준다. 접시에 담은 뒤 파마산 치즈와 파슬리가루를 뿌린다.

◆ 라면 대신 브런치 즐기는 아침

캠핑장에서 눈을 떠 언제까지 라면을 먹을 텐가. 인스턴트 식품 몇가지로 간단하게 훌륭한 브런치를 만드는 법도 소개한다.

인스턴트 브런치 만들기. /사진제공=보랏빛소

▷인스턴트 브런치 만들기
인스턴트 함박스테이크 1개, 햇반 1개, 계란 2개, 베이컨 4줄, 약간의 채소를 준비한다. 계란은 약하게 소금 간해 반숙하고 베이컨은 충분히 익혀준다. 베이컨 기름이 남은 프라이팬에 인스턴트 스테이크를 으깨며 볶아준 뒤 햇반을 넣고 약한 불에서 함께 볶아준다. 예쁜 접시에 담고 취향에 따라 파슬리가루나 발사믹소스 등을 첨가한다.

윤씨는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한 캠핑이 요리라는 장벽에 부딪혀 금방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집에서 조금만 준비해 출발한다면 몇배의 추억을 남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