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머니 공습] “중국인 없는 집? 다른 데 가세요”
김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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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중국인을 흔하게 볼 수 있는 곳이 여러 군데 있다. 서울은 대림동·가리봉동이 대표적이고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안산역 일대가 흔히 말하는 차이나타운이다. 다민족·다문화 가정이 점차 확대돼 지역 곳곳에 외국인들이 넘치는 추세지만 차이나타운이 형성된 지역은 상대적으로 긴장감이 감돈다. 지역 일대를 장악한 그들의 유별난 응집력에 정작 우리 국민이 움츠러들기 일쑤다. 일부 통계에서는 내국인보다 범죄율이 낮지만 ‘중국인=흉악범’ 이라는 인식은 쉽게 꺾이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 자리한 차이나타운을 찾아 실제 그들이 사는 풍경이 어떤지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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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중국인 밀집지역. /사진=김창성 기자 |
◆‘대림동’ 넘치는 대륙의 향기
“여기 방 좀 알아보려고 하는데요. 중국 사람 말고 우리나라 사람만 사는 집 있나요?”
“이 동네는 그런 방 없어요. 어딜 가나 다 중국 사람이 살아요. 다른 동네로 가보세요.”
최근 찾은 서울 영등포구 대림역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의 말이다. 중국인 천지인 대림동 한복판에서 중국인이 살지 않는 집을 찾는 건 불가능하다며 돌아온 답변이다. 일부러 물어본 질문이지만 답변은 예상보다 단호했고, 그 단호함만큼 대림동 일대는 중국 대륙의 향기가 물씬 풍겼다.
일단 눈에 띈 것은 저렴한 집값. 월세 10만원인 단칸방도 있었고 보증금 역시 100만원으로 저렴했다. 물론 대림동 일대가 오래된 다세대 주택이 즐비해 시설이 열악할 것으로 짐작되지만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월세 10만원짜리 단칸방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곳곳에는 한자가 적힌 간판도 즐비했다. 작은 채소가게부터 편의점, 휴대전화 대리점, 음식점, 빵집 등에 알아보기 힘든 한자가 간판과 가게 유리벽을 가득 채워 이곳이 과연 우리나라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중국인 일용직 근로자 모집 공고를 빼곡히 채운 넓은 널빤지가 골목 한편에 자리한 것도 인상적이다.
대림역 일대 골목 곳곳을 거니는 동안 한국말보다 중국말이 더 많이 들렸다. 시장 상인, 가게 점원 등은 중국어 몇 마디 정도는 가볍게 건넬 수 있는 수준이었다.
언뜻 보면 동네는 평화로워 보였다. 하지만 곳곳에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 불법체류자 추방이나 난동 금지와 같은 한자로 된 경찰의 각종 경고문구가 적힌 현수막은 이곳에 사는 중국인들의 일상이 어떤지를 짐작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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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밀집 지역인 서울 구로구 가리봉시장 골목. /사진=김창성 기자 |
◆‘가리봉동’ 빨간 간판들의 향연
또 다른 차이나타운인 인근 구로구 가리봉동을 찾았다. 7호선 남구로역과 가산디지털단지역 사이에 위치한 이곳은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중국인 밀집지역이다.
가리봉시장은 골목 입구부터 온통 빨간 간판들이 즐비했고 양옆에는 다양한 중국음식을 파는 식당이 자리했다. 대낮이라 사람들의 발길이 적었지만 몇년 전만 해도 골목 일대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불법 사행성게임장을 드나드는 중국인들로 넘쳤다. ‘스텔스부대’로 불리던 경찰 단속반이 이곳을 거치면 중국인 불법체류자들이 수두룩하게 단속돼 강제추방됐다. 현재는 신축빌라가 들어서고 다방이나 콜라텍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가리봉시장에서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7~8년 전만해도 경찰들이 몰려와서 게임장 유리창을 부수고 불법체류자들을 우르르 잡아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그때에 비하면 동네가 많이 조용해졌지만 그래도 가리봉동 분위기가 어디 가겠냐”고 말하며 동네 곳곳의 씁쓸한 단면을 설명했다.
A씨의 설명에 따라 가리봉시장 인근에 자리한 폐건물 골목에 들어서자 곳곳이 쓰레기 천지였다. 깨진 중국술병과 담배꽁초는 기본이고 동봉되지 않은 음식물쓰레기도 널려 있었다.
쓰레기더미 옆으로는 한자로 “쓰레기 무단 투기는 자식 대까지 불운하게 만든다”라고 적힌 구로구청 청소행정과의 현수막이 걸렸지만 주변 상황은 이를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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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역 다문화거리에 있는 중국인 대상 불법체류 상담 광고물. /사진=김창성 기자 |
◆‘안산역 일대’ 다문화가정의 성지
“대부분의 사람은 ‘중국인 밀집지역’ 하면 아마 안산을 떠올릴 겁니다. 부정적인 이미지로 말이죠.”
7년째 반월공단에서 일하는 B씨를 최근 안산역 인근 다문화거리에서 만나 함께 거리를 거닐며 얘기를 나눴다. 그는 수도권 최대 중국인 밀집 지역인 안산역 인근 원곡동이 그야말로 ‘무법천지’라고 말한다.
“한 2년 전쯤 운전을 하다 신호대기로 정차를 했는데 옆 차선의 택시 안 모습을 보고 기겁을 했죠. 창문도 내리지 않은 상태로 중국인 3명이 왁자지껄 떠들며 담배를 피는데 기사아저씨는 꼼짝도 못하더라고요.”
특히 안산역 일대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왕래하지만 유독 특유의 응집력을 앞세운 중국인이 꽉 잡고 있어 사람들이 몸을 사린다고 설명한다.
“저희 회사에 다니는 스리랑카인에게 들었는데요. 한번은 어느 회사 회식자리에 자신을 해고한 데 앙심을 품은 중국인이 난입해 벽돌로 사장의 머리를 내리친 적도 있대요.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괜시리 화를 입을까 웬만하면 중국인은 피한다고 합니다. 시비가 붙으면 삽시간에 무리지어 보복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거든요.”
앞서 찾은 대림동이나 가리봉동과 달리 안산 원곡동 일대는 중국인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인, 흑인, 백인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대를 중국인들이 꽉 잡고 있다는 게 B씨의 설명이다.
“밤에 시끄럽게 떠들고 행패부려도 쉽게 말리지 못해요. 주민들이 구청에 민원을 넣어도 개선이 안됩니다. 가끔 경찰이 순찰 도는 게 그나마 다행이죠.”
그들 스스로가 편견을 갖게 한다며 중국인 무법천지인 안산역 일대 거리 풍경을 설명하던 B씨는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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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의 한 폐가 골목 풍경. /사진=김창성 기자 |
◆흉악범일까, 오해일까
앞서 방문했던 3개 지역 거주민들은 하나같이 중국인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드러냈다. 직접 겪었던 일들에 더해 뉴스에 보도된 각종 흉악 범죄의 단골손님으로 그들이 등장하다 보니 ‘중국인=범죄자’ 라는 인식이 박힌 듯했다. 또 수많은 금전적 피해를 양산한 보이스피싱 역시 중국을 거쳐 유입되는 경우가 많아 중국인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이 같은 인식을 반영한 듯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중국인 입국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종섭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무사증 입국 제도’ 폐지를 도마에 올렸다.
무사증 제도란 제주도가 2002년부터 관광객 유치를 위해 외국인이 관광을 목적으로 제주에 방문할 경우 비자 없이 30일간 체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정 의원은 이 제도가 관광객 유치에 크게 기여했지만 외국인 강력범죄와 불법체류자 증가에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드러나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회적 인식에 대해 중국인들은 억울하다고 말한다. 안산 반월공단에서 4년째 일하고 있는 중국인 C씨는 “우리도 그런 인식이 있다는 걸 알고 같은 동포로서 미안하지만 다 그런 건 아니지 않냐”며 “우리도 차별의 아픔을 겪는 데 유독 일부 안 좋은 모습만 부각돼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한편 올 초 이민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외국인과 내국인의 인구 대비 범죄율’을 비교 자료에 따르면 국내 강력 범죄율이 가장 높은 상위 5개 나라는 파키스탄(내국인 대비 5.97배), 몽골(3.86배), 러시아(2.92배), 우즈베키스탄(2.86배), 스리랑카(2.66배) 순이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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