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좌석 안전벨트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사진=볼보자동차 제공
뒷좌석 안전벨트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사진=볼보자동차 제공


자동차 뒷좌석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고급세단에선 ‘상석’으로 불리는 자리고, SUV에서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앞은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로 막혀있고 옆은 두툼한 문짝이 버티고 있으니 왠지 사고에서 더 안전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당연할 수도 있다. 안전벨트를 했을 때 앞좌석보다 안전하다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을 땐 훨씬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차에 타면 안전벨트부터 매야

차에 타면 앞뒤에 관계없이 무조건 안전벨트를 매야 한다. 교통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다.


국토교통부 연구결과에 따르면 25㎞로 주행하던 버스가 6m 아래로 굴렀을 때 안전띠를 매지 않은 탑승자의 사망률이 24배나 높았다. 지난 12일 서울 신림동에서 택시가 하천으로 굴러떨어진 사고의 경우 승객과 운전자 모두 안전띠를 맨 덕에 가벼운 타박상만 입었다.

고속도로에서도 안전띠를 매는 게 사고가 났을 때 생명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럼에도 최근 4년간 고속도로에서 안전띠를 매지 않은 사망자 수는 연 평균 95명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의 35%에 달하는 수치다.

안전벨트 /사진=볼보자동차 제공
안전벨트 /사진=볼보자동차 제공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안전띠를 매지 않을 경우 교통사고 치사율(사고 1건당 사망자 발생비율)은 앞좌석이 2.8배, 뒷좌석이 3.7배나 증가한다. 뒷좌석 탑승자가 안전띠를 매지 않은 상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동승자에 상해를 입혀 동승자가 사망할 확률이 7배나 늘어나기도 한다. 이런 위험 탓에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전좌석 안전띠 착용이 의무화되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14년 12월 우리나라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21%였다. 지난해 12월에도 27%에 불과했지만 올해 6월엔 53%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일본, 독일, 프랑스, 미국 등 교통선진국들의 61%~97%에 비하면 부끄러운 수준이다.


그나마 운전석 안전띠 착용율이 지난해 91%에서 97%로 늘었고, 조수석도 83%에서 93%로 증가했다. 모든 좌석의 착용률이 늘며 올 상반기 교통사고사망자 중 안전띠를 매지 않은 사망자 수는 지난해보다 2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저속에서도 급제동 시 뒷좌석 탑승자는 앞좌석에 부딪쳤다. /사진=박찬규 기자
저속에서도 급제동 시 뒷좌석 탑승자는 앞좌석에 부딪쳤다. /사진=박찬규 기자


◆뒷좌석 안전띠, 왜 매야할까?


앞서 설명한 사고율이나 수치가 크게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분명 ‘나와 관계없는 얘기’란 생각을 한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주차장에서 이동하는 속도인 시속 20㎞ 이하에서 급제동을 해도 앞 시트에 몸을 부딪치게 된다. 만약 더 빠른 속도에서 무언가와 충돌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 같은 현상은 ‘관성’, ‘작용 반작용의 법칙’과 같은 물리 이론으로 이해할 수 있다. 대부분 자동차는 앞이 무겁고 뒤가 가벼운 편이고 제동을 책임지는 브레이크는 차 무게중심 아래에 있다.


주행 중인 차량이 갑자기 멈추면 달리던 힘과 차 무게 탓에 하중이 앞으로 쏠린다. 게다가 앞으로 나아가려는 힘을 아랫부분에서 억지로 잡아당기니 차 앞부분이 가라앉고 뒤가 뜰 수밖에 없다. 앞바퀴 브레이크가 뒷바퀴보다 더 큰 이유면서 뒷좌석에 앉은 사람이 위험한 이유다.
3점심 안전벨트 /사진=볼보자동차 제공
3점심 안전벨트 /사진=볼보자동차 제공

자동차 시트는 탑승자가 움직이지 않도록 잡아줄 수 있게 설계된다. 안전벨트를 맸더라도 벨트 사이로 빠져나와 사고를 당하는 경우까지 염두에 둔다. 하지만 몸을 단단히 고정하지 않는다면 모든 안전 설계는 무용지물이다.

뒷좌석은 무게중심 변화가 심한 데다 엉덩이가 시트에서 쉽게 떨어지기 쉽다. 급히 멈춰서는 상황에서 충돌할 경우 앞좌석에 탄 사람 머리를 다치게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위급한 상황에서 운전자가 운전대를 급히 조작할 때 옆으로 굴러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결론적으로 뒷좌석이든 앞좌석이든 물리 법칙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만큼 안전벨트로 몸을 단단히 고정하는 게 여러모로 현명한 방법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