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갑작스레 클 땐 ‘성장통’을 겪기 마련이다. 겉보기엔 아무런 증상이 없지만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고 끙끙 앓는다. 신체활동을 많이 한 날이면 더욱 심하다. 사실 성장통에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따뜻한 물로 목욕시켜 주거나 찜질, 마사지를 해주는 정도가 최선이다. 결국 아이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저절로 낫는 증상이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도 다시 성장통을 앓는다. 불과 50여년 전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GDP기준 세계 11위권 경제규모로 성장했다. 1998년 외환위기와 이후의 세계적 경제불황을 극복했지만 다시 통증이 밀려왔다.

‘뼈대’에 해당하는 조선업계는 불황도 모른 채 세계를 호령했지만 벼랑 끝에 섰고, 두터운 해운동맹의 장벽을 깨느라 기운을 소진한 해운업계도 산산조각이 났다. 이런 상황에서 화물연대와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우리 경제의 혈관마저 좁아졌다.


‘대근육’ 격인 현대자동차도 장기파업으로 다리에 쥐가 났고 실적이 좋다는 정유와 화학업계도 오랜 시간 노사갈등을 이어왔다. 큰 업체에 좌지우지되는 ‘소근육’ 협력사들은 작은 충격에도 더 아픔을 느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도 줄어 경제 전반에 ‘돈’이 돌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정부까지 나서 세금을 깎아주거나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열어야 그나마 조금 관심을 보일 뿐 지갑은 꽁꽁 얼어붙은 채 쉽사리 열리지 않는다. 게다가 땅이 흔들리고 물이 넘치는 역사에 남을 만한 자연재해까지 겹치며 곳곳에 동시다발적 통증이 엄습한다.


지난 50년 동안 숨가쁘게 달려온 대한민국. 그동안 가까운 골인지점을 향해 각자 전력질주를 했다면 이젠 먼 곳을 향해 힘을 안배하며 달리는 장거리 달리기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모두가 경쟁을 벌이지만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파트너다. 더구나 요즘엔 실력이 상향평준화된 탓에 ‘팀플레이’가 필수다.

올 여름 열린 리우올림픽 여자 육상 5000m 예선전. 경기 막바지에 선수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미국의 애비 다고스티노와 뉴질랜드의 니키 햄블린이 뒤엉켜 넘어졌다. 대부분은 이미 뒤처진 그들이 경기를 포기할 거라 예상했지만 둘은 서로를 격려하며 일으켜 세웠고 끝내 결승선을 통과했다. 경기감독관은 두 선수를 결승전 진출자로 추가 선정
[기자수첩] 성장통 앓는 대한민국
했다.

이렇듯 함께, 오래 달리기 위해선 파트너십에 기반한 ‘배려’와 ‘신뢰’가 필수적이다. 지금 우리 경제에 꼭 필요한 찜질과 마사지가 바로 그것이다. 내가 원칙을 지키고 남들도 원칙을 지킬 거라 생각하는 사회라면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기 쉬워질 것이고 경제의 아픔도 줄어들 것이다. 서로 믿을 수 있고 공정한 경쟁 속에서 배려하며 함께 달릴 대한민국 경제를 기대해본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