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간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해 도입한 ‘보험자율화 정책’이 시행된지 1년이 지났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부터 보험료 가격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보험료 자율화 정책’을 시행했다. 당시 보험업계에선 양극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고 1년이 지난 지금 우려는 현실이 됐다. 


특히 자동차보험에서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신상품 개발과 온라인 자동차보험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자본력과 많은 인력을 갖춘 대형사가 우위를 점하는 반면 중소형보험사의 시장점유율은 점차 위축되는 모습이다. 상품과 가격 자율화를 통해 시장 재편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던 로드맵 발표 당시 금융당국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윗쪽부터)하이카다이렉트 신규 TV광고, 삼성화재 다이렉트 CF. /사진제공=현대해상, 삼성화재 광고 CF 캡쳐
(윗쪽부터)하이카다이렉트 신규 TV광고, 삼성화재 다이렉트 CF. /사진제공=현대해상, 삼성화재 광고 CF 캡쳐

◆파이 더 키운 대형사… 쪼그라든 중소형사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KB손보, 메리츠화재, 한화손보 등 상위 6개사의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는 총 7조1377억원으로 88.4%를 점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10명 중 9명이 상위 손보사에 가입한 셈이다. 이는 전년 동기(6조596억원)보다 1조781억원 늘어난 금액으로 시장점유율도 전년 83.5%보다 4.9%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롯데손보, 악사(AXA)손보, 흥국화재, 더케이손보, MG손보 등 중소형사 5개사의 합산 원수보험료는 9216억원, 시장점유율은 11.4%로 전년 동기(12.8%)보다 1.4%포인트 하락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받은 보험료 대비 교통사고 등으로 지급한 보험금 비율을 말한다.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은 77~78% 수준이다.

손보업계 1위인 삼성화재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올 상반기 79.8%로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현대해상도 80.9%로 지난해 상반기(86.9%)보다 대폭 떨어졌다. 동부화재와 KB손보는 각각 85.1%에서 82.3%로, 84.9%에서 81.4%로 손해율을 낮췄다. 대형 4사의 손해율은 대부분 80%대 초반까지 떨어진 상태다. 또한 메리츠화재와 한화손보도 각각 90.5%에서 84.0%, 89.0%에서 84.6%로 낮아졌다. 


반면 중소형사의 손해율은 상대적으로 개선 폭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흥국화재의 손해율은 지난해 상반기 96.1%에서 올해 상반기 97.1%, 더케이손보는 89.0%에서 91.0%로 늘었다. 롯데손보(90.5%)와 MG손보(97.6%)는 손해율이 지난해보다 낮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90%대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악사손보가 지난해 91.3%에서 올 상반기 86.1%로 개선됐다. 

이에 따라 재무건전성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진다. 6월 말 기준 보험사 지급여력비율(RBC)을 보면 대형사들은 RBC비율을 200% 이상으로 끌어올린 반면 중소형사는 대부분 여전히 100%대에 머물러 있다. RBC비율은 보험사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금융당국에선 150% 이상 유지하도록 권고한다. 


삼성화재의 6월 말 기준 RBC비율은 373.6%로 손보사 중 가장 높았다. 현대해상은 221.5%로 41.1%포인트 높아졌다. 동부화재는 230.1%로 13.1%포인트, KB손보는 188.8%로 9.4%포인트 증가했다. 메리츠화재와 한화손보도 255.3%, 198.6%를 기록하며 각각 47.6%, 25.8%포인트를 끌어올렸다.

중소형사들은 전 분기보다 RBC비율을 조금씩 높이긴 했지만 대부분 200%를 넘기지 못했다. 흥국화재와 롯데손보의 RBC비율은 각각 151.1%, 155.4%로 간신히 당국 권고치에 턱걸이하는 수준이다. 악사손보는 188.6%, 더케이손보는 195.5%로 집계됐다. 그나마 MG손보가 RBC비율을 86.5%포인트 대폭 개선하며 239.3%를 기록했다.


(왼쪽부터)동부화재 UBI 자동차보험, 매직카다이렉트 대중교통할인 방송 광고 On Air. /사진제공=각사
(왼쪽부터)동부화재 UBI 자동차보험, 매직카다이렉트 대중교통할인 방송 광고 On Air. /사진제공=각사

◆대형사, 온라인 차 보험 경쟁… 관망하는 중소형사

유독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뚜렷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는 것은 보험산업 자율화 이후 대형사의 브랜드 인지도와 더불어 광고마케팅 및 개발 여력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온라인 보험슈퍼마켓인 보험다모아가 열리면서 인터넷 전용(CM·Cyber Marketing) 자동차보험 시장의 편중 현상은 더욱 고착화됐다. 대형손보사들은 톱스타를 전면에 내세워 CM채널 선점을 위한 치열한 레이스를 펼친다. 삼성화재는 배우 박보영, 동부화재는 걸그룹 멤버 설현, 현대해상은 배우 손예진, KB손보는 리듬체조스타 손연재를 광고 모델로 내세워 다이렉트 시장에서 우위를 다투고 있다.

게다가 올 들어 대형사에서 출시한 자녀 할인 특약, 대중교통 할인 특약, 운전습관연계 할인 특약 등의 경우 상대적으로 데이터를 모으기 어려운 중소형사로서는 선제적으로 내놓기 힘든 상품이다.

중소형사들은 보험료 자율화 이후 더욱 힘들어졌다고 호소한다.

중소형보험사 한 관계자는 “당국에서 규제 완화한다고 했던 당시에도 걱정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무래도 대형사에 비해 정보수집이 쉽지 않아 자동차보험 관련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기 어려운 면이 있고 신상품을 출시하더라도 대형사에서 비슷한 구조로 상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으면 브랜드 파워에 밀리는 게 중소형사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형사 관계자는 “자본력을 갖춘 대형사들이 톱모델을 내세우면서 우리 같은 중소형사들은 경쟁 자체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보험료 자율화 이후 오히려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자동차보험 시장의 대형사 쏠림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 될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상대적으로 손해율이 낮아 가격 경쟁력을 갖춘 데다 톱모델 마케팅 전략으로 온라인채널에서 브랜드파워를 더욱 단단히 굳히는 모습”이라며 “결국엔 자동차보험이 대형사들의 시장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이어 “중소형사의 경우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대형사의 설계사 조직에 밀리는 상태”라며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일부 보험사는 살아남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머니포커S] 자동차보험 '자율 주행'에 부익부 빈익빈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