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스마트카 시대에는 자동차의 정의 자체가 바뀐다. 자동차의 판매대수보다는 우리 제품을 탄 고객의 이동 거리가 중요하다.”


지난달 서울 삼성동 코엑스(COEX)에서 열린 2016 한국전자전 GM(제너럴모터스) 모빌리티 포럼에서 로웰 페독 GM 해외사업 부사장이 한 말이다. 이 발언의 기저에는 ‘카셰어링’의 급속성장에 대한 경외심이 자리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기술의 급속발전으로 카셰어링이 머지않아 ‘모빌리티’의 메인스트림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때의 자동차는 더 이상 ‘소유’의 대상이 아니다. 완성차업체는 단순히 고객에게 차를 판매하는 방식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카셰어링업체와의 ‘협업’이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된다.

실제로 GM, 토요타, 다임러, BMW, 현대차, 폭스바겐 등 세계 10대 완성차업체 대다수가 우버, 리프트 등 기존 업체들과 제휴를 맺거나 자체적으로 공유플랫폼을 만드는 방식으로 차량공유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사진제공=쏘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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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카셰어링 급성장과 그 이면

카셰어링의 효시는 2000년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집카(Zipcar)다. 현재 전세계 8개국에서 1만2000여대의 차량을 운행하고 있으며 회원수는 100만명 수준이다. 2020년까지 카셰어링 차량은 44만대, 이용자 수는 33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카셰어링이 태동한 지 5년이 지났다. 선두기업 중 하나인 그린카가 2009년 12월 조직을 만들어 2011년 10월1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했고, 또 다른 선두기업 쏘카 역시 2011년 11월 조직을 꾸린 후 이듬해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성장세는 괄목할 만하다.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카셰어링시장규모는 매출액 기준 2011년 6억원에서 지난해 약 1000억원으로 성장했고 차량 수는 110대에서 약 8000여대로 늘어났다. 올해 말에는 매출 1800억원, 차량 1만4000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카셰어링시장을 이끌고 있는 쏘카와 그린카는 약 5년 만에 각각 6800대, 5300대의 차량을 갖추고 220만, 180만명의 회원을 유치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IT인프라가 뛰어나고 근거리 이동수요가 많아 전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카셰어링이 성장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이미 전세계에서 가장 촘촘히 카셰어링 거점이 운영되는 국가”라고 설명했다.

국내 카셰어링업계에서 쏘카와 그린카의 양강체제가 굳어지기까지 도전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씨티카를 서비스하던 LG CNS의 자회사 에버온은 막대한 빚을 진 채 최근 한 사모펀드에 인수됐다. 쏘카와 그린카보다 선제적으로 전기차 카셰어링에 나섰지만 부실한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와 전기차의 낮은 완성도에 발목잡혔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배터리와 전장부품을 생산하는 LG그룹 측이 부품 실증 테스트만 진행하고 사업을 접었다는 비판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코레일 자회사 코레일네트웍스가 2013년부터 시작한 ‘유카’ 사업도 지난 7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KTX역의 주차장을 차량거점으로 이용해 철도이용객을 연계할 수 있는 우수한 인프라를 갖췄지만 성의없는 마케팅과 높은 요금 등이 발목을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코레일네트웍스의 유카 사업은 김오연 전 대표가 취임과 동시에 대대적으로 키웠지만 김 대표가 정치판으로 떠나며 유야무야됐다”며 “카셰어링사업은 전형적인 인프라사업인 만큼 뚝심없이 진행하면 성공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사진제공=그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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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 모빌리티 테스트베드

현재 아낌없는 투자와 정부의 지원을 통해 인프라를 확보한 카셰어링업체는 새로운 ‘모빌리티 기술’과 ‘공유경제 모델’의 테스트베드로 주목받는다.

그린카는 전기차 등 미래 자동차 테스트베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EV를 올해 100대까지 확보해 전기차 카셰어링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또 최근에는 쉐보레 주행거리연장 전기차(EREV) 볼트(Volt)도 도입했다. 한국지엠은 국내시장에서 보조금 등의 문제로 일반소비자에게 판매하지 않고 카셰어링업체에만 이 차를 우선 공급한다. 이외에도 그린카는 지난 4월 네이버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해 커넥티드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차량관제 고도화와 관련 전장기술 개발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쏘카는 새로운 ‘공유경제’ 모델의 테스트베드로 주목받는다. 쏘카는 최근 장기카셰어링 상품 ‘제로카셰어링’을 선보였다. 기존 장기렌트카처럼 월 임대료를 내고 차량을 운영하되 차량을 이용하지 않는 시간 동안 공유해 대여료를 할인받을 수 있다. 법인차가 아닌 개인간 차량공유에 한발 다가간 셈이다.

쏘카는 최근 이용자가 지정한 시간과 장소에 차량을 가져다주는 도어투도어 서비스도 개시했다. 쏘카 측은 “편도 운행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객 이용패턴의 빅데이터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있다”며 “도어투도어 서비스의 이용패턴 데이터를 통해 필요한 장소에서 대여해 이동 목적지에서 반납하는 방식으로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두 업체는 모두 궁극적으로는 ‘편도운행’을 바라보고 있다. 차를 빌려타고 원래 있던 곳에 반납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든 반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업계에서는 이를 위해서는 풍부한 인프라와 데이터, 고도화된 자율주행 및 커넥티드카 기술이 모두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두 업체 모두 공항 등 일부구간에 대해서만 제한적인 편도운행이 가능한 상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