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동양생명 '6200억 유증' 왜 내놨나
박효선 기자
3,774
2016.11.12 | 07:39:00
공유하기
![]() |
/사진=동양생명 |
◆국부유출 논란 일부 해소
동양생명이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6246억4385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신주 발행가액은 1만1613원, 대상자는 동양생명의 대주주인 중국 안방그룹지주유한회사(안방보험)다.
증자가 마무리되면 동양생명 대주주인 안방보험의 동양생명 지분율은 63.0%(안방생명)에서 75.34%(안방생명·안방그룹홀딩스)로 높아진다. 대신 안방생명의 지분율은 63%에서 42%로 줄고 안방그룹홀딩스 지분율은 33%가량 늘어난다. 물론 안방그룹홀딩스가 안방생명이 설립한 중간지주회사라는 점에서 동양생명에 대한 지배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증자는 지난해 9월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을 인수한 뒤 처음 시행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국부유출 논란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안방보험이 고배당을 통해 동양생명의 거액의 수익을 챙긴 뒤 사업철수를 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존재했다.
실제 20~30%대의 배당성향을 유지해왔던 동양생명은 안방보험에 편입된 후 지난해 배당성향을 40.1%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지난달에는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을 통해 발생된 수익으로 중국 지방정부 공사채 투자를 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안방보험이 이번 증자로 동양생명에 대한 지원의사를 드러내면서 이 같은 우려는 어느 정도 불식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도 이번 유상증자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승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6000억원의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재무건전성 기준 강화로 인한 감소를 고려해도 올해 말 동양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290% 정도가 될 것”이라며 “동양생명의 증자는 선제적 자본확충으로 제도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고 투자자의 자본에 대한 불확실성을 없애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 쌍용자동차 사례처럼 안방보험이 동양생명 고배당으로 ‘먹튀’하려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는데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을 보면 그런 의도는 아닌 것 같다”며 “다만 이번 유상증자로 동양생명이 안방보험의 지원을 받게 되면서 우리은행 지분 매입 여력을 확보하려는 게 아닐까 싶다”고 예상했다.
◆안방보험, 우회로 우리은행 지분 인수하나
실제 동양생명은 우리은행 지분 인수를 위한 본입찰에 참여했다.
다만 동양생명의 자금 여력만 놓고 보면 안방보험의 지원 없이 우리은행 지분을 매입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동양생명이 우리은행 지분 4%를 매입할 경우 우리은행 주가(지난 10일 종가 1만2500원)를 감안했을 때 3000억원 이상의 인수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동양생명의 올해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2240억원을 훌쩍 웃도는 금액이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우리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여 온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을 통해 우회적으로 우리은행을 인수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번 증자가 안방보험의 우리은행 지분 매각을 위한 자금조달 목적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애초에 (동양생명이) 벌어들이는 이익보다 더 큰 자금을 들여가며 우리은행 지분을 매입하려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을 지원해 우회적으로 우리은행을 인수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에) 6000억원까지 지원하기로 했으니 최대 인수 가능한 8%까지 매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동양생명은 이번 증자가 우리은행 지분 인수와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이번 증자는 재무건전성 차원에서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을 강화하고 새로운 보험 국제회계기(IFRS4 2단계) 도입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은행 지분 인수와는 상관없다”고 선을 그었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