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전 한반도 남쪽에 가야라는 여섯 나라가 있었다. 이들은 철기를 바탕으로 강력한 부족국가를 이뤘다. 가야의 중심지 김해에는 초기 대세였던 금관가야의 흔적이 있다. 조개무지 무덤에서 가야인의 생활을 상상하고 시조 김수로왕과 왕후 허황옥의 이야기가 흥미로운 김해가야테마파크까지 여행해 보자. 

가야원
가야원
가야철기체험장
가야철기체험장

◆봉황동유적  

김해 봉황동에는 삼한시대 패총이 있다. 패총은 조개무지 무덤으로 높이 7m, 길이 약 130m, 너비 약 30m의 낮은 언덕 위에 있다. 이곳은 1907년에 발견되고 1920년 본격적인 발굴이 이뤄져 우리나라 고고학사에 최초의 발굴조사로 기록됐다. 이를 통해 가야의 생활과 문화, 사회상, 국제 관계 등을 알 수 있게 됐다. 

신라토기의 모체가 된 김해토기가 가장 많이 발았고, 도끼와 손칼, 찌르개류 등의 철기도 발견됐다. 이 일대가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나타나는 ‘신답평’이라는 것도 추정할 수 있게 됐다. 관청, 무기고, 성, 궁궐 등 주요 시설이 있었다고 한다. 

패총을 시작으로 봉황동대공원이다. 천천히 산책하기 좋은 길로 가야의 고상가옥과 망루, 여의각, 황세바위 등을 만난다. 특히 황세바위와 여의각에는 출여의 낭자와 황세, 유민공주의 엇갈린 사랑이야기가 있다. 출정승의 딸 출여의 낭자와 황정승의 아들 황세는 어릴 적 혼약한 사이였다. 그러나 황세는 나중에 신라를 물리친 공로로 유민공주와 결혼한다. 여의 낭자는 다른 사람과 결혼하라는 아버지의 권유를 물리치고 24세의 어린 나이에 황세를 그리워하다 죽었고, 황세 장군 또한 여의 낭자를 그리다 병으로 죽었다. 혼자 남은 유민공주는 출가해 여승이 됐다고 한다. 여의각은 출여의 낭자의 정절을 추모하는 사당으로 매년 단오날 추모제가 열린다.

위 이야기에서는 황세와 여의의 애틋한 에피소드가 생략됐다. 황세바위는 그들을 어린 시절로 되돌린다. 사실 이들의 아버지인 황정승과 출정승은 아들을 낳으면 의형제를, 아들과 딸을 낳으면 혼약을 맺자 했었다. 그러나 황정승이 몰락하자 출정승은 딸인 여의를 아들이라 속여 이들의 결혼을 막으려 했다. ‘의형제’가 된 황세와 여의는 어렸을 때부터 같이 뛰놀았는데 어느 날 이 바위에서 오줌 멀리 누기 시합을 하자고 황세가 제안한다. 여의는 삼대줄기를 사용하여 위기를 넘겼지만 점차 아름다운 여인으로 자란 여의는 더 이상 자신을 속일 수 없었다. 이들은 마침내 결혼을 약속했지만 이승에서 그 사랑을 이루지 못했다. 

2000년 전 전설인데 요즘 유행하는 남장 여자가 등장한다. 마치 웹소설을 보는 것 같다. 미소년 여의에게 끌리는 마음 때문에 번뇌했을 황세와 위기의 순간마다 기지를 발휘했을 여의의 안타까움을 상상하며 걷는 길에 가을색이 완연하다. 

봉황동유적
봉황동유적

◆김해가야테마파크  

시작은 6개의 황금알이다. 테마파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철광산공연장 앞에 있는 황금알은 가야국 탄생신화를 알려준다. 구지가를 부르며 기도했던 가야 마을 사람에게 붉은 보자기에 쌓인 금빛상자가 내려왔고 이 안에는 여섯 개의 황금알이 있었다. 여기서 가야 6국의 왕들이 태어났다. 가장 먼저 알을 깨고 나온 이가 김수로왕이다. 

생각해 보니 공연장 이름은 왜 철광산일까. 가야가 철의 왕국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금관가야는 철기 문화가 발달했고 무기가 발달해 강력한 국가를 이뤘다. 이들이 만든 갑옷, 마갑, 무기 등은 강할 뿐 아니라 예술적이기도 하다. 이들은 독보적인 철기문화를 이룩했고 가야무사의 위상 또한 높았다. 그 일대에서 문명의 중심이 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테마파크 가장 안쪽에는 가야 철기체험장이 있는데 ‘땅 땅 땅 땅!’ 쇠를 두드리는 소리가 밤낮 없이 들린다. 워낙 크게 울리기 때문에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테마파크에서 오디오를 틀어놨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소리를 따라 옛날 철기공방으로 들어가면 한쪽에서 실제 철기 장인이 철을 두드리는 모습이 보인다. 이 소리가 그렇게 크게 울리다니 얼마나 힘이 들어가는지 알 수 있다. 이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 가야의 철기가 탄생한 것이다. 공방의 지음새가 예사롭지 않다 생각했더니 드라마 ‘김수로’ 촬영지였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모종삽 만들기 체험 같은 것도 할 수 있다.

한편 김해가야테마파크 입구 오른쪽으로는 인도풍 건물이 하나 있다. 뜬금없는 시설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테마파크를 천천히 둘러 봤다면 그 이유를 바로 알아챌 것이다. 수로왕의 부인인 허황옥이 아유타국, 즉 인도 출신이기 때문이다. 

김수로의 허 황후와의 러브스토리는 ‘가야왕궁’에서 볼 수 있다. 태극전, 가락정전, 왕후전 등 재현된 가야 왕궁의 전각들은 박물관으로 꾸며졌다. 김수로왕은 인도 여인과 결혼했으니 우리 역사 최초의 국제결혼이었을 것이다. 허황후는 똑똑하고, 사랑스럽고, 적극적인 여성이었던 것 같다. 김수로왕과의 사이에서 10명의 자식을 낳았고, 그 중 2명은 왕에게 청해 허씨 성을 쓸 수 있게 했다. 인도인과의 결혼은 당시 가야가 바다를 통해 국제교류를 활발히 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김수로왕과 허황후는 부부이자 협력자로 고대국가 초기의 여러 업적을 남겼다. 

구지가 신화를 가진 가락국이므로 거북이도 자주 보인다. ‘거북가든’은 등껍질을 잃어버린 거북이들의 당혹스러운 모습으로 꾸며져 있다.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사진 찍기 좋은 곳이다. 가야왕궁 태극전에서도 거북이를 만난다. 이것은 소원을 비는 거북이다. 처음 가야국의 왕을 맞이하기 위해 거북이를 두고 ‘구지가’를 부른 것처럼 이 거북이 앞에서 소원을 생각해 본다. 

김해가야테마파크
김해가야테마파크

김해가야테마파크의 또 다른 자랑은 뮤지컬 <미라클 러브>다. 매일 철광산공연장에서 김수로왕과 허황옥의 사랑 이야기가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3D 매핑, 홀로그램 등의 최첨단 기법과 배우들의 수준 높은 연기와 노래로 지루할 틈이 없다. 공연이 끝나면 자신도 모르게 ‘구지가’를 흥얼거릴 수 있다. 

테마파크 안에는 여러 가지 체험장도 있다. 공예, 도자기, 복식, 철기 등 다양한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은 가야의 전쟁터를 테마로 한 놀이시설인 가야무사어드벤처다. 가야테마체험장의 진로교육체험도 반응이 좋다. 가야시대 마을을 재현한 가야원, 신어가든을 포함해 곳곳에 포토존이 많아 데이트하는 연인들도 자주 만난다. 

[여행 정보]

[대중교통으로 여행지 가는 법] 
봉황대공원: 김해시외버스터미널에서 900m 도보 이동 / 부산-김해 경전철 수로왕릉역에서 100m 도보 이동 
김해가야테마파크: 평일 - 인제대 앞에서 셔틀버스 탑승 (4회 운행)
토요일, 공휴일 - 인제대 앞 또는 경전철 인제대역에서 셔틀버스 탑승 (10회 운행) 
*셔틀버스 시간은 홈페이지 참고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봉황대공원: 검색어 ‘봉황대공원’, ‘봉황동 유적’ / 경상남도 김해시 봉황동 253
김해가야테마파크: 검색어 ‘김해가야테마파크’ / 경상남도 김해시 가야테마길 161 

봉황동유적·봉황대공원 
문의: 055-330-7313

김해가야테마파크
문의: 055-340-7900 
http://www.gaya-park.com
운영시간: 오전 9시 ~ 오후 8시 
가야무사 어드벤처: 오전 10시 ~ 오후 6시 
이용요금: 어른 5000원 / 청소년·군인 4000원 / 어린이·경로 3000원 
뮤지컬 관람료: 어른 1만3000원 / 청소년·군인 1만원 / 어린이·경로 9000원 
어드벤처 이용료: 5000원 
*기타 패키지 요금은 인터넷 사이트 참고 

음식
가야테마파크 주변 식당: 가야관, 북촌손만두 등 식당이 매표소 앞에 있고, 테마파크 내에 스넥, 커피, 김밥집이 있다. 

숙소 
르몽드 카라반캠핑장: 김해가야테마파크 옆에 있는 캠핑장이다. 4~6인실 카라반 30여대가 있으며 캠핑장을 이용할 경우 가야테마파크 입장권 및 패키지 할인권을 지급한다.  
예약문의: 1800-0947 / 김해시 어방동 991번지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