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노믹스-하] 기름값 롤러코스터, 끝은?
장효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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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트럼프 정책이 키운 불확실성, 시장이 흡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국제유가가 요동쳤다.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주장했던 그의 공약은 유가를 예측하기 힘들게 했다. 불과 한달 사이에 40~50달러 사이에서 유가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인 것은 그의 존재가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유가 하락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오히려 내년까지 박스권에서 움직이다가 소폭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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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트럼프 당선에 놀란 유가, 급등락 반복
지난 9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급등락을 거듭했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2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보다 0.29달러(0.6%) 오른 배럴당 45.2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44.98달러에서 마감했던 WTI는 미국 선거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43달러 부근까지 떨어졌다. 예상과 다르게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던 WTI는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되면서 오히려 제자리를 찾았다.
미국의 원유재고가 250만배럴 늘었다는 에너지정보청(EIA)의 발표 때문에 유가가 상승하려는 반작용이 더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날 이후 3거래일간 국제유가는 다시 낙폭을 확대했고 4.3% 하락한 43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지난 15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기대감이 나오자 다시 5%대의 상승세를 보이는 등 유가가 연일 큰 폭으로 움직이는 상황이다.
이 같은 유가의 급등락은 트럼프 당선인이 내건 공약과 그의 행보 때문이다. 트럼프는 대선 유세기간 동안 “우리의 적과 석유 카르텔로부터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이룰 것이며 이를 위해 사우디 등으로부터 원유 수입을 금지할 수도 있다”고 공언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동맹관계도 청산할 수 있다는 엄포를 놓은 셈이다. 트럼프는 기존 에너지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최대 50조달러에 이르는 원유, 천연가스 매장지를 개발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결국 미국의 에너지 독립은 유가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트럼프가 파리기후변화협정 서명을 무효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점은 원유시장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 지난해 말 미국을 포함한 200여개 국가가 서명한 파리기후변화협정은 지구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한하기 위해 각국이 자율적으로 목표를 정해 온실가스를 감축하자는 합의다.
트럼프는 후보자 시절 기후변화는 날조된 것이라며 지구온난화에 대한 의구심을 표했다. 그는 파리협정이 “미국의 산업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외국이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양에 간섭하게 될 것”이라며 협정서명 무효화를 주장했다. 실제 미국이 파리협약을 무효화하면 미국뿐 아니라 각국의 화석에너지 의존도가 높아져 원유수요가 늘 수 있고 유가는 예측하기 힘들어진다.
오락가락하는 트럼프의 정책 속에서 우리 정부는 앞으로도 저유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7일 ‘제7차 에너지 정책포럼’을 개최해 미국 트럼프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을 긴급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유학식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개발규제 우려 해소, 탈탄소정책 후퇴, 인프라 확대에 힘입어 원유·가스 생산이 증가할 것”이라며 “국제 석유시장에는 저유가 기조를 좀 더 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태희 산업부 2차관은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확대 등에 발맞춰 우리 민간기업들이 미국에서 자원개발사업 진출기회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며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태양광, 스마트그리드 등 클린에너지분야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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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시장원리 작동… 유가 “소폭 상승할 것”
금융시장에서도 저유가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박스권에서 움직이다 내년 말 소폭 상승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 셰일오일업체의 생산량을 결정하는 요인이 정책 모멘텀이나 규제완화가 아닌 유가의 수준이라는 이유에서다.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트럼프의 정책적인 지원 아래 미국 셰일오일의 생산량이 소폭 증가할 수 있겠지만 역설적으로 생산량이 늘수록 유가는 하방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낮은 유가에서 셰일오일업체들이 추가로 생산량을 늘리기 쉽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유가 수준에 맞게 생산량을 자체적으로 조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셰일업체가 생산량을 유가에 맞춰 조절한다면 관심은 OPEC의 행보에 쏠린다. OPEC은 오는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지난 9월 합의한 원유감산의 구체적 이행방안을 결정한다. 앞서 OPEC은 알제리 비공식 회담에서 일평균 생산량을 3324만배럴에서 3250만배럴로 줄이는 방안을 구두로 합의했다.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산유국들의 재정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번 총회에서는 감산 정식합의와 함께 각 회원국의 생산쿼터를 정할 예정이다. 다만 주요 산유국인 이란과 이라크가 경제제재와 내전 등으로 잃은 시장점유율 회복을 위해 감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다른 국가들도 눈치보기에 들어간 상황이라 총회 결과는 불투명하다.
이번 OPEC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유가의 변동폭은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만약 감산에 성공해 유가가 상승한다면 미국 셰일업체는 그에 맞춰 생산량을 늘릴 것이다. 여기서 늘어난 생산량은 다시 유가에 하락압력으로 작용한다. 결국 유가는 상승과 하락 어느 쪽으로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OPEC의 정기총회가 단기적으로 유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큰 변동성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며 “원유시장이 과거에 비해 수요공급에 영향을 더 잘 받는 시장원리를 찾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내년 1분기까지 배럴당 45~55달러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새로운 시장질서가 원숙해질 내년 하반기에는 50~60달러 수준으로 소폭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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