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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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대 A씨는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상품이 나왔다는 광고를 보고 설계사를 통해 간편심사 보험에 가입했다. 평소 아프거나 만성 질환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복잡한 심사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얼마 후 친구가 비슷한 보험 상품을 일반적인 심사 절차를 거쳐 약 30~40% 정도 더 저렴하게 가입한 것을 알게 됐다. 간편하다는 것만 생각하고 가입할 때 상품을 꼼꼼히 따져보지 않은 것을 A씨는 후회했다.

올해 들어 고혈압, 당뇨병 등 질병이 있어도 간편 심사 또는 무심사로 가입할 수 있는 유병자보험이 대거 출시됐다. 하지만 유병자보험은 건강한 사람이 가입할 경우 최고 5배가량 보험료를 더 부담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무심사보험, 생전 아닌 사망 시 보장

유병자보험은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도 가입할 수 있는 보험상품이다. 수술 1회당 30만원, 입원 1일당 3만원, 암진단금 2000만원 등 미리 약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보장성 보험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32개의 보험사에서 52개의 유병자 보험 상품을 팔고 있다. 유병자가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은 크게 ▲최근 2년(암은 5년) 이내 입원이나 수술 이력이 없을 경우 가입할 수 있는 간편심사보험 ▲고혈압·당뇨병 특화 보험 ▲무심사 보험 등 3가지로 나뉜다.

간편심사보험은 ‘간편 가입 건강보험’이란 명칭으로 팔리는데 계약 전 알릴 의무를 대폭 줄이고 입원과 수술 고지기간을 줄인 게 특징이다.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 보유자뿐 아니라 심근경색증, 뇌졸중 등으로 오래 전 수술하거나 입원한 적이 있는 사람도 가입할 수 있다. 실손보험처럼 병원비를 보장받지는 않지만 수술 1회당 30만원 등의 방식으로 계약 당시 보장된 금액을 지급받을 수 있다. 보험료는 일반 보험 대비 2배가량 비싸다.


고혈압·당뇨병 특화 보험은 해당 병에 특화된 보험으로 보험사에 따라 다른 질병이 있을 경우 가입하기 어려울 수 있다. 대신 계약 체결 후 더 이상 고혈압 또는 당뇨병을 앓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보험료가 저렴한 일반 상품으로 변경할 수 있다. 보험료는 일반 보험보다 2~3.5배 높다.

무심사보험은 질병이 있어도 가입할 수 있는 일종의 ‘사망보장 보험’으로 보험기간 중 사망하는 경우에만 보장한다. 즉, 자신이 아닌 남은 가족을 위한 보험인 셈이다. 보통 ‘○○실버보험’ ’○○ 바로 가입 정기보험’ 등의 명칭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상품명에 ‘무(無)심사’, ‘무사통과’, ‘바로가입‘ 등을 표기하고 있다. 보험료는 일반 보험보다 5배 비싼데 반해 사망보험금은 통상 1000~3000만원으로 종신보험에 비해 적은 편이다.

◆질병 있더라도 일반보험 가입 가능한지 확인부터

따라서 유병자보험 가입에 앞서 가입 조건이 다소 까다롭더라도 보험료가 비교적 저렴한 일반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더라도 건강상태에 따라 일반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심사 과정이 다소 복잡하더라도 가급적 유병자보험보다는 일반보험에 가입 가능한지 확인해보는 게 현명하다.


예컨대 경증 고혈압 환자의 경우 일정 혈압을 유지한다면 일반보험 가입이 가능할 수도 있다. 이 환자가 일반보험에 가입할 경우 약 복용에 대한 유병자 할증비용만 추가돼 유병자보험보다 보험료가 훨씬 저렴해진다.

반면 뇌졸중 경험이 있는 환자가 같은 질병을 재차 보장 받으려는 경우나 당뇨병과 고혈압 증상이 함께 있는 복합 질환자 등은 일반보험 가입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유병자보험 가입을 고려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