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활용범위가 다양해졌다. 신용카드사들은 공공기관을 비롯해 가맹점주에게 컨설팅이나 트렌드 분석을 제공하고 내년도 사회문화 트렌드 분석자료도 공개했다.


앞으로 카드사의 움직임이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카드사와 가맹점 간 고객정보 공유가 가능해지면 빅데이터 활용방안은 무궁무진할 수 있다. 현재 카드사는 고객의 성별과 이름, 가맹점에서 구입한 물건가격 등 기본정보만 데이터로 활용 가능하지만 가맹점과 정보를 공유하면 고객이 어떤 물건을 구입했는지도 데이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빅데이터가 카드사의 미래 먹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최종 문턱을 넘으려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카드사와 가맹점의 정보공유를 위해선 고객의 동의가 필수다. 고객의 동의를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가 사실상 빅데이터 공유의 열쇠인 셈이다. 또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지출되는 비용도 만만찮아 이 역시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활용 폭 넓히는 빅데이터사업

비씨카드는 최근 빅데이터를 분석해 ‘내년도 5대 소비트렌드’를 발표했다. 이는 주요 업종의 매출증감률을 연령대별 카드승인금액으로 분석해 내놓은 자료다. 기존의 소비트렌드 자료와 달리 지불결제산업 관점에서 시장을 분석해 차별성을 지닌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21일 통계청·한국정보화진흥원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경기예측 지표 개발에 나섰다. 경기동향 및 가계소비를 분석해 국가 미래전략 연구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빅데이터 활용에 박차를 가하는 카드사가 늘고 있다. 신한·비씨·KB국민·삼성카드 등 대형카드사를 중심으로 각종 민간기업과 제휴해 마케팅을 고도화하는 한편 공공기관에는 컨설팅을 제공하는 추세다.


대형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경기도 등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빅데이터 분석자료를 제공하는 등 사회기여 차원에서 공공기관에 컨설팅을 해주는 추세”라며 “업종별로도 관련 요청이 들어오는데 현재 사업화를 어떻게 해야 할지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머니포커S] 빅데이터, '통크게 쓰는' 카드사

상대적으로 회원수가 적은 카드사는 내부 빅데이터를 활용해 회원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고객 성향을 보다 자세히 분석해 특정 회원을 대상으로 한 특화카드를 개발하거나 카드시리즈를 내놓는 식이다. 최근 발매 150만장을 돌파한 하나카드의 ‘1Q카드’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롯데카드는 홈페이지에 최근 1년간 회원의 가맹점 및 이벤트 소비트렌드를 자사 회원에게 제공 중이다. 직업별·연령별 등 회원을 세분화해 해당 군에 속하는 회원이 어느 카드를 주로 사용하고 이벤트를 찾는지를 데이터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본인에게 적합한 카드나 이벤트를 찾기 위해 예전에는 관련 정보를 일일이 살펴봐야 했지만 통계를 제공한 이후에는 고객들도 만족해한다”고 강조했다.


◆미래 먹거리 ‘정밀 데이터 공유’

카드사는 앞으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여러 부수사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빅데이터 분석역량이 미래의 새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이를 위해 카드사는 ‘비정형 데이터’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회원의 나이·거주지·카드승인액수 등 전산시스템으로 언제든 분석 가능한 정형데이터와 달리 비정형데이터는 민원 등의 음성데이터, 뉴스·블로그 등 소셜미디어 데이터와 이미지데이터를 뜻한다. 비정형데이터는 형태가 불분명해 전산시스템 구축이 힘들어 지금껏 분석하기 어려운 데이터로 간주됐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최근 비정형데이터를 정형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빅데이터를 활용하려면 회원수가 많아야 하지만 데이터의 질도 중요하다”며 “데이터 종류를 넓히는 데 카드사들이 힘을 쏟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형데이터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돼 비정형데이터를 추출, 사용가능한 정보를 고급화한다는 얘기다.

카드사들이 현재 추진하는 빅데이터 활용안이 당장 수익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공공기관 컨설팅의 경우 컨설팅비를 받지 않거나 받더라도 적은 액수에 불과하다.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이면서 각사가 보유한 빅데이터에 공신력을 더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마케팅을 고도화해 수익을 확보하는 전략도 한계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만큼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각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다른 업종의 데이터와 결합해야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를테면 A씨가 B가맹점에서 C카드로 10만원 상당의 D물건을 구매했을 경우 C카드사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A씨의 성별·나이 등 기본정보와 B가맹점에서 10만원을 결제했다는 정보뿐이다. 반면 B가맹점은 A씨의 기본정보는 모르지만 D물건이 팔렸다는 정보를 확보한다. 이때 C카드사와 B가맹점이 지닌 정보를 매칭해 A씨의 평소 소비패턴을 분석하면 카드사는 A씨에게 특화된 마케팅을 할 수 있고 보다 정밀한 컨설팅사업이 가능하다. 현재 카드사의 컨설팅사업이 ‘트렌드 분석’에 그치는 이유도 실은 이 같은 정보매칭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고객 신뢰’ 확보가 선결과제

물론 카드사가 가맹점과 정보를 교환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개인정보를 다른 회사에 넘기기 위해선 고객의 동의가 필요해서다. 신한카드가 SK텔레콤과 제휴해 지난달 출시한 ‘T신한카드체크’처럼 회원의 정보를 교환할 수 있지만 이는 최초 카드발급 시 회원에게 동의절차를 거친 경우다. 이미 보유한 정보를 교환하려면 각각의 회원에게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카드업계는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카드사의 신뢰회복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현재 고객이 지닌 정보는 모두 보안코드로 사용된다. 만약 데이터를 교환하더라도 보안코드를 넣어서 공유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이전의 정보유출 사건이 암호화하지 않아 일어난 건 아니었다. 정보유출을 우려하는 시각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고객신뢰를 확보하려면 일정수준의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회원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았다고 느껴야 카드사에 정보공유 동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비정형데이터를 정형화하는 작업과 고객에게 정보공유 동의를 받는 절차에도 비용이 발생한다.

나성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카드사의 빅데이터 활용능력은 미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고객신뢰 확보가 선결과제다. 이를 위한 비용 발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