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경제위기의 공포가 짙어지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미국발 글로벌 위기에 이어 내년에는 대내외 불확실성을 동반한 경제위기가 찾아온다는 ‘10년 주기설’이 거론된다. 정부와 주요 연구기관을 비롯해 세계 경제연구소들은 우리나라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2%대로 낮췄다. <머니S>는 국내외 연구기관의 내년도 경제전망을 통해 경제위기 10년 주기설을 짚어봤다. 또 설문조사를 통해 경제위기 10년 주기설을 바라보는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경제위기 10년 주기설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1997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2008년으로 약 10년의 격차가 있기 때문. 최근 한국경제가 수많은 난관을 겪으면서 10년 주기설은 더 사실처럼 다가온다. 경제전문가들은 경제위기 10년 주기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경제위기가 10년 주기로 돌아온다면 다음 위기는 2017년이다. 전문가 중 절반 이상은 터무니없는 속설이라고 일축했지만 10년 주기로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고 전망한 전문가도 10명 중 4명에 달했다.


<머니S>는 국책연구원, 민간경제연구소, 증권사 리서치센터 등에서 경제를 분석하는 전문가 42인을 대상으로 긴급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기관별로는 ▲국책연구원(대외경제정책연구원·한국개발연구원) 5명 ▲민간경제연구소(우리금융경영연구소·하나금융경영연구소·한국금융연구원·IBK경제연구소·LG경제연구원·SK경영경제연구소) 27명 ▲증권사(교보·대신·유안타·키움·하이·한국·IBK·KTB·NH·SK) 10명 등이다.

◆10명 중 4명 “10년 주기설, 현실적”


설문결과 10년 주기로 경제위기가 발생한다는 의견에는 15명(35.71%)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렇지않다’는 23명(54.76%), ‘기타’ 의견이 4명(9.52%)으로 집계됐다. 10년 주기설에 신빙성이 있다고 응답한 비중이 높은 곳은 민간경제연구소다. 민간경제연구소의 연구원 중 12명(44.44%)이 ‘그렇다’고 답한 것. 이들은 경제위기가 도래할 때 가장 크게 작용할 위험요소로 가계·기업부채 문제를 꼽았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대중무역 적자 등 대외적 리스크와 글로벌시장의 불확실성 확대가 뒤를 이었다.

반면 10년주기설이 근거없는 얘기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증권사(70%)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위원은 “현재 한국경제 여건이 좋지 않지만 1998년처럼 단기외채가 많은 구조가 아니고 2008년처럼 글로벌 거대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도 낮다”며 “부진한 경기는 정책적 지원을 통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10년 주기설의 찬반이 엇갈리는 가운데 미리 경제위기 조짐을 포착할 만한 경기지표로는 가계부채(21.43%)와 환율(12.31%)이 가장 높은 비율로 꼽혔다.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원/달러 환율의 급등현상이 나타나면 위기 징조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다. 환율급등은 외화자본 유출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경기선행지표로 여겨진다.

기타를 선택한 비율도 10.2%에 달했는데 금리급등과 주택가격 문제가 주로 지목됐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건설투자와 주택가격이 높은 가운데 가계부채가 가처분소득 감내 수준을 크게 넘어섰다”며 “만약 금융시장의 금리가 상승하면 이자상환부담이 가중되고 소비급감으로 내수부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글로벌 불황에 수출이 감소하면 국내경기는 침체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현재 위험수준에 가장 가까운 경기지표는 무엇일까. 중복선택이 가능한 이 질문에 응답한 건수는 총 85건인데 34건(40%)이 ‘가계부채’를 한계상황으로 지목했다. 그 뒤를 제조업 가동률(11.76%), 설비투자(8.24%), 수출입지표(8.24%), 성장률(7.06%) 등이 이었다. 반면 소비자물가(1.18%)와 환율(0%) 등의 지표는 위험상황으로 인식되지 않았다. 기타의견으로는 ▲국내경기의 저성장과 고령화 ▲실질 가계 소비지출 증가율 둔화와 소득 양극화 ▲채권금리급등 등이 위기요인으로 지적됐다.

한진해운. /사진=뉴시스 하경민 기자
한진해운. /사진=뉴시스 하경민 기자

◆해운조선·건설업 ‘위험’… 정부정책 ‘보통’

거시적 경기상황이 각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달랐다.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위험 산업군(중복선택 가능)은 해운조선업이다. 설문결과 해운조선업은 전문가 응답 51건 중 37건(72.55%)으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장기침체를 벗어나지 못한 해운조선업은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부실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등으로 고름이 터진 상태라는 분석이다.

또 건설업(11.76%), 1차 제조업(5.88%) 등도 높은 비율로 집계됐다. 경제구조가 변하고 저성장이 고착화되면서 전통적 산업이 주로 위기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기타 항목 중에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철강·석유화학산업이 위험군에 속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전반적인 산업발전을 위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15명이 ‘아니다’(35.71%)고 답해 ‘그렇다’고 답한 1명(2.38%)에 비해 높은 응답이 나왔다. 나머지 26명(61.9%)은 보통이라고 답했다.

정책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김지섭 KDI(한국개발연구원)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원은 “특정 산업에 지원이 집중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연구개발지원을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중심으로 재편해야 하며 미래 먹거리 창출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의 부적절한 개입은 시장을 왜곡하기 때문에 지원 자체가 필요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가 신용등급에 관한 질문도 진행됐다. 지난 10월31일(현지시간)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 평가보고서를 내고 현행 Aa2(안정적) 등급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사상 최고수준의 국가 신용등급을 유지했지만 일각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도 국가신용등급이 상향된 바 있어 의구심을 품는다.

1995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상향조정했다. 이후 IMF 사태 전까지 같은 신용등급을 유지했다. 신용등급이 경제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전문가들은 ‘보통이다’(45.24%), ‘아니다’(30.95%), ‘그렇다’(21.43%) 순으로 응답했다. 황수영 IBK경제연구소 팀장은 “현재의 국가 신용등급은 과거의 지표에 기반한 것이며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또 신용등급은 부도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경제위기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