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미국시장은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랠리를 이어갔다. 경제지표도 개선되면서 미국의 2017년 전망은 낙관적이다. 달러화 강세, 미국 금리인상 가속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등은 미국에게 호재다.

하지만 달러화 강세 등의 요인은 이머징마켓엔 위협을 가하는 변수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을 환율조작국 지정과 관세로 압박하면 곧바로 냉기류가 형성되는 상황이라 이들의 ‘관계’에 2017년 이머징마켓의 분위기가 정해질 전망이다.


◆칼 빼든 미국, 이머징마켓 자금유출로 이어져

파이낸셜타임즈(FT)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내년 이머징마켓에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이머징마켓이 달러화 대비 위안화의 6.7% 절하를 크게 의식하지 않았지만 내년은 상황이 다르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20일 취임 직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위협을 인식한 듯 트럼프 당선 이후 이머징마켓에서의 자금 유출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내년 연방준비제도(Fed) 긴축에 가속도를 붙일 경우 신흥국 통화도 후퇴할 수 있다. 노무라증권은 달러 랠리로 인해 내년 자금유출은 올해보다 더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여파로 중국, 나이지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의 자본 통제가 강화될 우려도 있다.


◆미국-중국 사이에 낀 한국, 기존 관행 잊어야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처럼 현재 한국이 처한 상황이 딱 새우 꼴이다. 글로벌경제를 호령하는 미국과 중국이 경제패권 장악을 위해 무역전쟁에 돌입함에 따라 중국에 수출 비중이 큰 국내 대기업들은 타격이 크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우리정부가 미국과 중국 중에서 일방에 유리한 외교·안보정책을 펼칠 경우 상대방 국가가 경제보복의 화살을 날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하고 앞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할 수 있다고 시사하자 중국은 남중국해 공해에서 미군 수중드론을 나포했다. 또 미국의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수락한 한국에겐 금한령(한한령)으로 경제적 보복을 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대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45% 관세 부과 ▲환율조작국 지정 ▲중국의 불법보조금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지적재산권 침해 등 불법행위 제재를 가할 경우 한국의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언뜻 보기엔 직접적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중국 압박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미국 입장에서 희생양이 필요하고 그 희생양이 한국이 될 수 있어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바탕으로 대미 수출을 확대한 한국 기업들이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며 그 우려가 최근 현실로 나타났다.

미국 상무부는 중국에서 생산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에 덤핑 최종판정을 내렸다. 자국 기업 월풀의 하소연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중국산 세탁기가 미국시장에서 각각 52.5%, 32.1%의 반덤핑 마진으로 판매됐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미국 가전시장에서 점유율 확대에 나선 한국 대표기업에 족쇄를 채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처럼 글로벌 무역 생태계가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 따라 변하는 만큼 우리정부와 기업들이 대응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중 보호무역 기조가 뉴노멀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며 “미국과 중국이 통상정책을 전면적으로 수정 중인 가운데 우리도 기존 관행을 잊고 완전히 다른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