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주식시장에 번진 수익률 하락의 대안을 해외에서 찾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국내주식·채권에서 해외주식·채권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해외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도 크게 증가했다. 국내기업들의 오피스 임차 수요가 위축되자 해외부동산으로 갈아타는 추세다.


◆해외주식과 해외채권으로 쏠린 투심

수익률 하락에 인내심이 바닥난 투자자들은 국내주식으로부터 등을 돌렸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ETF(상장지수펀드)를 제외한 국내주식형펀드에서 2016년(12월20일 기준) 한해 동안 7조4431억원이 순유출됐다. 최근 5년 사이 가장 큰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간 만큼 투자자의 관심도 국내주식시장에서 멀어졌다.


실제 국내주식형펀드의 1년과 3년 수익률은 각각 0.61%, 0.22%를 기록했다. 1년과 3년간 코스피가 각각 평균 3.19%, 3.18%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해외주식형펀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1년 수익률은 -3.06%로 투자자의 관심 밖을 돌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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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3년 수익률이 6.71%로 국내주식형펀드와 6%포인트 이상 차이를 벌리며 투자심리를 노크한다. 운용설정액이 50억원 이상인 해외주식형펀드 가운데 1년 수익률이 가장 높은 펀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러시아업종대표자 1(주식)종류A’로 56.51%를 기록했다. 3년 수익률은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인디아자 2[주식](A)’가 74.59%를 자랑한다.

같은 기간 국내채권형펀드의 1년 수익률은 1.35%에 그쳐 만족스럽지 않다. 다만 3년 수익률은 9.01%로 투자자의 시선을 잡을 만했다. 그러나 해외채권형펀드와 비교하면 수익률 차이가 난다. 해외채권형펀드의 1년과 3년 수익률은 각각 4.98%, 9.29%다. 해외채권형펀드 중에는 멀티에셋자산운용의 ‘멀티에셋삼바브라질자[채권]C1’의 1년 수익률이 17.47%로 가장 높다. 3년 수익률은 교보악사자산운용의 ‘교보악사미국하이일드자(UH)[채권-재간접]ClassA-f’가 22.32%를 기록했다.

결국 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국내주식보다 해외주식을 선택하고 국내채권보다 해외채권에 관심을 더 많이 갖는 상황이 펼쳐졌다. 해외채권형펀드는 전세계 분산투자가 가능한 장점이 있으며 예·적금을 대체하는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꼽힌다.


◆부동산투자도 국내보다 해외가 유리

해외부동산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도 뜨겁다. 해외부동산투자는 2011~2012년 이후부터 증가세가 이어졌다. 해외부동산투자가 늘어난 이유는 저금리·저성장 기조의 장기화에서 찾을 수 있다. 전통적인 투자상품인 주식이나 채권만으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 보니 어느 정도 안정적인 투자성과를 거둘 수 있는 대체투자로 부동산을 선택한 것이다.


KG제로인에 따르면 2016년(12월20일 기준) 한해 동안 국내부동산형펀드에는 191억원의 자금이 추가됐다. 부동산대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에서 492억원이 빠졌으나 부동산임대 투자상품에 683억원이 들어오면서 순유입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해외부동산형펀드에는 3230억원이 순유입됐다. 국내부동산형펀드보다 무려 6.6배나 많은 자금이 해외부동산형펀드로 몰린 셈이다. 투자상품별로는 글로벌부동산과 글로벌리츠재간접에 각각 2937억원, 432억원이 들어왔고 아-태 리츠재간접과 일본리츠재간접에서는 각각 60억원, 79억원의 자금이 이탈했다.

국내부동산형펀드와 해외부동산형펀드의 수익률 차이도 확연하다. 국내부동산형펀드의 1년과 3년 수익률은 각각 -5.69%, 1.00%를 나타냈다. 반면 해외부동산형펀드의 수익률은 각각 6.54%, 14.81%로 국내부동산형펀드와 큰 차이를 보인다. 해외부동산형펀드 중에선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브라질월지급식부동산 1[분배]’의 1년 수익률이 39.82%로 가장 높았다. 3년 수익률 역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TIGERMSCIUS리츠부동산상장지수(파생)(합성 H)’가 38.49%의 고수익을 보였다. 김지영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부동산투자는 안정적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며 “기본적으로 환율 등의 리스크가 있지만 어떤 건물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도 적극적인 해외부동산투자

해외부동산투자는 증권사들도 눈독을 들일 만큼 현명한 대체투자라는 평가다. 해외부동산투자상품의 연평균 수익률은 5~8%다. 시중금리를 감안했을 때 상당히 매력적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과 삼성생명, 삼성SRA자산운용 컴소시엄은 2016년 8월 독일의 상징적인 건물인 코메르츠방크타워의 새주인이 됐다. 삼성증권은 싱가포르투자청(GIC), 한국투자증권 등 경쟁사를 따돌리고 9000억원에 이 건물을 손에 넣었다.

한국투자증권도 2016년 초 호주 캔버라에 위치한 복지부빌딩(2000억원)을 시작으로 폴란드 브로츠와프 아마존물류센터(1000억원), 미국 필라델피아 국세청빌딩(4400억원), 벨기에 브뤼셀아스트로타워(2300억원), 프랑스 파리 노바티스빌딩(4800억원) 등 5개 해외부동산을 줄줄이 인수했다.

NH투자증권 역시 해외부동산투자에 적극적이다. NH투자증권은 2016년 초 호주 시드니의 울워스 본사 사옥을 3300억원에 매입했다. 또 하나금융투자와 함께 하나자산운용이 조성하는 부동산펀드로 폴란드 중서부 포즈난에 위치한 아마존 물류센터를 1000억원에 사들였다.

미래에셋은 그룹 차원에서 해외부동산을 매입했다. 2016년 한해 동안 미국 6개 도시의 페덱스 물류센터, 독일 쾰른의 상업용 빌딩, 미국 하와이의 하얏트리젠시호텔, 시애틀의 아마존 본사 사옥, 베트남 랜드마크72 빌딩, 댈러스 스테이트팜 오피스 등을 잇따라 매입했다.

박혜진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투자 여건상 성장성이 제한적이다 보니 증권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추세”라며 “증권사들은 대부분 수익성이 담보되는 건물을 인수한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