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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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조종사는 대표적인 ‘인기 직종’ 중 하나다. 많은 사람이 어린시절부터 조종사를 꿈꾼다. 항공사에서 일하는 항공조종사의 경우 평균임금보다 높은 임금이 보장되며 직업에 대한 사회적 평가도 높다.

하지만 최근 몇년새 전세계적으로 항공조종사 부족 현상이 나타난다. 항공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조종사는 그만큼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보잉은 앞으로 20여년에 걸쳐 전세계적으로 50만명 이상의 조종사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그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항공 공급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항공사들이 조종사 수급에 더욱 열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중국 항공사들이 인근 국가인 일본과 우리나라 항공사에서 조종사를 스카우트하는 사례가 잦아졌다. 이에 우리나라 항공사들, 특히 저가항공사에서는 조종사 인력부족으로 골머리를 앓는다.


◆ 항공기 조종사 면허따기

항공조종사가 부족한 가장 큰 이유는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수십년 전 우리나라 현실에서 항공기를 조종하려면 공군에 가는 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다. 공군에 입대한다고 해서 누구나 항공기를 몰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항공조종사는 공군사관학교를 나온 장교 중에서도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만 배정받을 수 있는 보직으로 여겨졌다.


공군이 아니더라도 국내 전문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으면 항공조종사가 될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항공조종사를 양성하는 전문교육은 8개기관, 10개소에서 이뤄진다.

군 관련기관으로는 공군교육사령부와 육군항공학교, 해군6전단 등이 있고 항공대학교와 한서대학교, 한국항공전문학교, 한국교통대학교, 초당대학교 등 민간교육기관도 있다. 개별 교육기관마다 훈련 과정은 조금씩 다르다. 민간항공사에 조종사로 취직하기 위해서는 상업용면허(CPL)가 필요한데 교육 이후 교통안전공단에서 주관하는 필기와 실기시험을 통해 취득 가능하다.


최근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 비행학교 등에서 조종면허를 따 조종사의 꿈을 이루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항공유학을 가장 많이 가는 곳은 미국이다. 4년제 항공대학에 진학하면 졸업까지 250시간 비행기록과 미연방항공국(FAA)의 상업용 조종면허를 갖게 된다. 미국 내 사설 비행교육원에서는 학술교육 후 20∼30시간 비행으로 자가용면허(PPL)를 딸 수 있고 총 250시간을 비행하면 상업용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다소 까다로운 신체검사 과정도 거쳐야 한다. 높은 고도에서 적응할 수 있어야 하는 만큼 항공법상 다양한 기준을 충족시켜야한다. 악성종양, 전염성 질환, 내분비 장애, 알레르기 질환, 당뇨 등이 없어야 하며 세부적으로는 ▲호흡기계통 ▲순환기계통 ▲소화기계통 ▲혈액 및 조혈장기 ▲정신계 ▲신경계 ▲운동기 계통 ▲신장·비뇨·생식기 계통 ▲눈·시기능 ▲이비인후과, 구강 및 치아 ▲청력 등에 걸쳐 전반적인 검사를 시행해 모두 통과해야 한다.

다만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는 시력은 2014년 기준이 완화됐다. 교정시력이 1.0이상이면 사업용 조종사 자격대상이 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종사의 신체검사 요건이 다소 까다로울 수 있지만 여러 요인을 복합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어떤 질환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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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허 따기보다 어려운 항공사 취업

이런 조건을 봤을 때 조종사가 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조종사들이 부족한 이유는 따로 있다. 부기장급의 조종사는 많지만 경험을 제대로 갖춘 인력이 부족하다.

사업용 면허가 있다고 해도 항공사에 부기장으로 입사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비행시간을 채워야 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1000시간의 비행시간을 요구하며 LCC의 경우 최소 300시간을 요구한다.

비행시간을 채우기 위해선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공군의 경우 복무 중 훈련을 통해 채울 수 있지만 민간에서 면허를 취득했을 때 개인의 비용을 들여 비행시간을 충족시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지역항공사에 근무하며 비행시간을 채우는 경우가 많은데, 엄청난 저임금이라 이 과정에서 면허를 가지고도 항공사 파일럿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대형항공사의 경우 그나마 체계적인 육성과정을 가지고 있다. 대한항공과 제휴를 맺은 한국항공대의 APP과정의 경우 미국 현지 항공사에서 15개월간 부기장 실습과정을 거치거나 비행학교 교관으로 근무하며 비행시간을 쌓는다. 또 항공사 취업 후에는 새로운 기종에 대해 적응하기 위해 최소 1년여의 교육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비용을 차후 월급에서 공제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운항인턴’ 제도를 운용한다. 일반대학교 출신 인력을 교육해 고용하는 방식이다. 해외 비행학교 교육 등을 포함한 기본면장 취득과정, 국내 민항기 훈련 등 약 29개월간의 교육을 통해 부기장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교육과정은 본인 부담이지만 아시아나항공이 회사 담보로 대출을 지원하고 취업후 단계적으로 상환토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