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4년 3월, 소셜커머스업계에 ‘로켓 혁명’이 일어났다. 업계 1위인 쿠팡이 주문 후 24시간 안에 상품을 배송하는 이른바 로켓배송을 도입하고 나선 것. 쿠팡이 직접 고용한 쿠팡맨이 자사 소유의 1톤 차량을 이용해 고객에게 직접 배송하는 방식이다. 주문과 판매는 유통업체가, 배송은 택배업체가 맡던 기존 물류시스템을 뒤엎는 새로운 물류혁신이었다. 김범석 쿠팡 대표의 통큰 베팅이 물류에 집중된 것이었다. 소비자 반응은 뜨거웠다. 로켓배송 도입 첫 해, 쿠팡 매출은 전년대비 7배 이상 뛰었다.


#2.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7년. 잘 나갈 줄 알았던 쿠팡은 극심한 침체기를 겪고 있다. 로켓 배송으로 반짝 재미를 본 것도 잠시, 경쟁 업체들이 너도나도 총알 배송 전쟁에 가세하면서 경쟁력을 잃었다. 매년 쌓인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신규 투자길도 막혔다. 혁명에 가까웠던 물류시스템이 녹록지 않은 현실 앞에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사활을 걸었던 로켓배송 합법화도 사실상 무산되면서 한줄기 희망마저 잃게 됐다.


/사진제공=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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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쿠팡의 ‘로켓배송’ 뒤에 늘 따라다니던 꼬리표다. 쿠팡의 배송차량 번호판이 ‘흰색’이라는 이유에서다. 통상 택배차들은 노란색 영업용 번호판을 달아야 한다. 물류업계는 쿠팡이 정부로부터 허가받지 않은 차량으로 배송서비스를 계속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반발해왔다. 반면 쿠팡은 로켓배송이 무상서비스란 점을 들어 적법하다는 입장. 양측은 이와 관련 각종 소송을 진행 중이다.

로켓배송 시행 3년. 쿠팡은 아직도 불법이라는 수식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일부 개정안에 쿠팡이 유독 목을 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날아간 쿠팡법…신규 투자도 ‘발목’


쿠팡의 기대와 달리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 안건 중 하나인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안’은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업계에선 해당 법안이 무난하게 국회 문턱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지난달 21일 열린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야당 측 반대로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개정안은 ▲1.5t 미만 소형 영업용 등에 한해 화물차 증차 허용 ▲전기차에 한해 화물차 증차 허용 등 두가지 안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이 표류되면서 마음이 바빠진 건 쿠팡이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 측이 화물차 증차가 아닌 전기차에 한한 증차 허용으로라도 합법화 딱지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안다”며 “전기차는 개별적으로 등록하면 되는 데다 친환경이라는 의미도 있어 법안통과에 더 유리하다고 보고 그쪽으로 전략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만큼 해당 법안이 쿠팡의 생존과 직결됐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 법안은 발표될 때부터 최대 수혜자가 쿠팡이라는 시각이 많아 ‘쿠팡법’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법안이 통과됨과 동시에 쿠팡이 챙길 게 많다는 얘기다.

우선 로켓배송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쿠팡 입장에서는 물류업계와의 소송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던 셈이다. 쿠팡은 그동안 국내 유통물류업체와 소송전을 벌였다. 수천만원의 웃돈을 주고 거래되는 영업용 노랑 번호판을 사는 추가부담 없이 배송 가능한 택배 차량을 마음껏 늘릴 수 있는데다 상품 다양화를 통한 수익 창출도 노릴 수 있었다.


업계에선 이보다 중요한 것이 신규 투자유치라고 입을 모은다. 쿠팡이 올인한 로켓배송의 합법화 문제가 신규 투자자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쿠팡의 로켓배송은 사실상 불투명한 미래에 가깝다”며 “불안한 투자처에 투자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로켓배송의 합법화는 투자 명분을 만들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실제 쿠팡은 투자 유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쿠팡의 2015년 매출은 1조1337억원이지만 영업손실액은 5470억원에 달한다. 경쟁업체인 티몬 1419억원, 위메프 1424억원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치. 쿠팡 영업손실의 약 90%가 물류센터와 로켓배송 등 배송서비스 투자비에 몰려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지난해 실적도 비관적인 전망이 많다.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그만큼 마이너스 폭도 커졌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쿠팡 측은 “계획된 적자”라는 설명이지만 추가자금 조달 없이는 1~2년을 더 버티기 어렵다는 회의적인 시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사가 아닌 쿠팡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내면서도 영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외부 투자를 받아야 한다”며 “2년 전 소프트뱅크에게 약 1조원을 투자받은 이후 현재까지 신규투자를 받지 못해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쿠팡이 당초 2시간 배송을 없애고 9800원이상 무료배송을 19800원으로 변경하는 등 궤도를 수정한 것도 안팎에 닥친 어려움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부메랑이 돼 돌아온 로켓배송에 대한 속앓이가 큰 상황에서 합법화는 국면전환용으로 의미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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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배송 위법 아냐…위기 요인 없어

쿠팡 측은 그러나 “로켓배송 서비스가 위법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면서 “합법화가 계류되면서 쿠팡에 온 위기 요인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쿠팡 관계자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로켓배송이 위법이 아니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개정안과는 상관없이 로켓배송은 갈 길을 간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면서도 “당시 쿠팡법이라는 이야기가 나돌았지만 해당 법안은 꼭 쿠팡에만 포커스된 법안이라고 볼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쿠팡 입장에서는 로켓배송이 합법화되는 순간 지난 3년여에 걸친 로켓배송이 불법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 관련 물류협회는 계속해서 민·형사상 소송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물류협회 한 관계자는 “쿠팡이 제도권 내로 들어가는 것과 상관없이 소송은 추이를 보며 진행될 것”이라며 “어떤 형태로든 불법 논란에서 자유로울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