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골목] 이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박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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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운 골목길 풍경이 사라진지 오래다. 몇몇 남아 있는 예스러운 골목길이 추억을 그리는 이들의 마음을 달래줄 뿐이다. 현대인들에게 골목길은 어떤 의미일까. 고층 아파트와 빌딩 숲에 둘러싸인 답답한 세상, 그 안에 숨겨진 보석 같은 추억 속 골목길 풍경을 <머니S>가 들여다봤다.<편집자주>
어릴 적 우리네 골목을 떠올려보자. 누군가에겐 어두컴컴하고 무서운 길이지만 어떤 이에겐 추억이며 낭만이다. 드라마에서 가끔씩 등장하는 옛 골목이 화제가 되는 것도 오래된 기억의 한조각을 꺼내서가 아닐까.
큰길에서 들어가 동네 이리저리로 통하는 좁은 길을 뜻하는 골목은 그동안 세월이 흐르며 의미가 변했다. 요새는 예전보다 훨씬 넓고 환하며 자동차도 다닐 수 있는 곳이 많다. 아마도 요즘 아이들이 생각하는 골목과 기성세대 머릿속 골목 풍경은 분명 다를 것이다.
이렇게 의미가 달라지는 중에도 사람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지는 골목이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것이 이 골목들의 공통점이자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철강단지 골목엔 젊은 예술가들이 몰려들어 문래창작촌으로 불리고, 전통문화를 느낄 수 있는 종로구 인사동과 삼청동 골목은 남녀노소 내외국인 할 것 없이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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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 창작촌 골목엔 철공소와 카페가 나란히 자리해 독특한 매력을 드러낸다. /사진=박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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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 창작촌 골목을 배경으로 사진촬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진=박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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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 철공소의 어두컴컴한 회색빛 벽에는 예쁜 그림이 그려져 볼거리를 더한다. /사진=박찬규 기자 |
◆철과 예술의 조화, 문래동 창작촌
문래동 창작촌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언뜻 보면 여전히 수많은 철공소와 철강업체만 눈에 들어올 뿐이다. 자동차를 타고 구경하기보다는 천천히 골목을 걸어야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은 1930년대에 방직업체가 들어섰고 1970~1980년대엔 우리나라 철공산업을 이끌며 성장한 곳이다. 지금은 방직업체가 있던 자리에 대형마트와 아파트가 들어섰고 살아남은 철공소와 철강업체들은 대형화돼 명맥을 잇는 중이다. 이곳의 어둡고 독특한 풍경이 할리우드 영화 <어벤저스>의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 소규모 철공소가 빠져나간 자리에 젊은 예술가들이 작업실을 꾸몄다. 덕분에 800여개의 크고 작은 철공소와 300여명의 예술인이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이 형성됐다. 회색빛 벽에는 개성 가득한 벽화가 그러졌고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나 음식점도 생겼다. 스튜디오, 게스트하우스, 공방도 들어섰다. 창작촌 진입로 주변엔 조형물이 있어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요즘은 평일이나 주말에 카메라를 들고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다. 평일엔 철재의 묵직함이 느껴지는 광경, 아기자기한 카페 입구 옆에서 철을 자르고 깎는 묘한 광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도 있다. 내부사진을 찍지 말아달라는 푯말을 걸어둔 철공소가 많은데 작업자가 카메라를 의식하다 안전사고가 날 우려가 있는 데다 초상권 문제도 있어서다. 주말엔 공장이 문을 닫아 보다 여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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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거리에서 한복을 입은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
◆전통 간직한 인사동 거리
인사동 거리는 종로2가에서 시작해 인사동을 지나 관훈동 북쪽 안국동 사거리까지다. 조선시대 북촌과 종로를 잇는 통로여서 양반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중인이 주로 살던 동네였고 자연스레 예술 관련 업종이 번성했다.
1930년대부터 서적과 고미술상이 자리했고 1970년대엔 국내 첫 상업화랑이 들어서며 미술과 문화의 거리가 됐다. 2000년대에 전국 최초의 문화지구로, 2011년부터는 차없는거리로 지정됐다. 이후 매주 토·일요일이면 인파로 거리가 북적인다.
2000년대 이전과 달라진 모습이라면 가운데 큰 도로가 정비됐고 이를 중심으로 약 700m에 이르는 인사동길 주변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다는 점이다. 단층기와건물을 허물고 다층건물을 지으려는 쪽과 전통을 보존해야 한다는 쪽이 맞서 재개발 논란을 겪었지만 결국 개발하는 쪽의 힘이 더 셌다. 물론 한글과 전통을 우선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했다. 한글로 쓰인 스타벅스커피 매장 간판도 이 같은 논란의 흔적 중 하나다.
인사동은 도심 속에서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소중한 공간이다. 골목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는데 화랑과 전통공예점은 물론 저마다 개성을 뽐내는 전통찻집과 전통음식점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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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 북촌 카페. /사진=머니위크 DB |
◆즐길거리 가득한 삼청동
요즘 삼청동은 한번쯤 가봐야 하는 곳으로 꼽힌다. 낮과 밤 모두 매력이 충분하다. 경복궁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삼청동 길이 시작되는데 미술관과 음식점, 개성있는 카페가 줄지어 들어서 독특한 매력을 뽐낸다.
삼청동이란 지명은 도교에 뿌리를 둔다. 이 지역의 산이 맑고(山淸), 물이 맑으며(水淸), 그래서 사람의 인심 또한 맑고 좋다(人淸)는 뜻에서 기원했다. 요새는 볼거리·먹거리·즐길거리가 어우러진 곳으로 불린다.
청와대와 가까워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인 탓에 땅값이 비교적 저렴했다. 따라서 예술가들이 모여들어 공방과 갤러리를 꾸몄다. 독특한 가게들도 뒤따라 들어서며 입소문을 탔고 특유의 매력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져 명소로 거듭났다. 거리를 거닐다가 먹거리를 즐기기도 좋고 주변 골목에 크고 작은 화랑과 맛집, 찻집, 박물관이 숨어있어 이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차를 타고 이동하더라도 즐거운 곳이 삼청동이다. 숨은 맛집들은 대리주차서비스를 해주고 큰 건물은 주차장을 갖춘 곳이 많다. 게다가 삼청동길 위 북악스카이웨이의 구불구불한 산길은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히며 북악산 꼭대기 팔각정에선 서울 야경이 삼삼하다. 최근엔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거나 산책로를 따라 운동하는 사람이 많다. 삼청공원 뒤편 한양도성 성곽을 따라 걷다 문득 눈앞에 펼쳐지는 서울의 밤풍경 또한 절경이다.
골목길 해설사 프로그램
신청방법: 출발일 최소 3일전까지 구 홈페이지 사전예약 (www.jongno.go.kr /역사문화관광)
이용료: 무료 (박물관, 공방, 미술관 입장료 등은 개인부담)
신청인원: 최소 1인이상 신청가능 (4인이상 모집 시 출발)
해설언어: 한국어
운영시간: 10시 / 14시
문의처: 종로구청 관광체육과 (02-2148-1855)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설합본호(제472호·제47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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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규 기자
자본시장과 기업을 취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