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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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리스크’의 후폭풍이 거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으로 보호무역주의 우려가 현실이 되면서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경기에 민감한 주가와 달러화 가치가 하락한 반면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엔화, 금 가치는 오르는 등 희비가 엇갈린 상태다.

트럼프 취임 후 달라진 금융시장. 어떤 투자전략을 세워야 할까. 아직까지 트럼프의 연설문에서 뚜렷한 투자 시그널을 찾기 힘들지만 달러약세, 엔화강세 등의 방향을 참고해 새로운 투자전략을 세워야 한다.

◆보호무역주의 현실화, 힘 빠진 달러 ‘약세’

앞으로 미국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아래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달러약세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달러 약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0.4원 오른 1165.9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3.5원 내린 1162원에 개장한 후 트럼프 경제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박스권에서 등락을 반복하다 소폭 상승 마감했다.  

트럼프 취임 이후 첫 거래일인 23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 대비 3.7원 하락한 1165.5원에 거래를 마쳤고 취임 전날인 19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해 1160원 초반에 머물렀다.

2거래일 연속 하락한 원/달러 환율은 미국 대선 직후의 트럼프 정책 기대감이 반영되기 전 시점인 지난해 11월11일(종가 1164.8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것은 원화가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인다는 뜻이다. 


달러약세는 트럼프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고 보호무역주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영향이 크다. 지난 20일(현지시간) 공식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연설에서 시장이 기대했던 인프라 투자와 감세정책 등 구체적인 경제정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을 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23일(현지시간)에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TPP는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12개국이 포함된 다자협정으로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중시정책'의 하나로 추진했다.


이미 달러값이 많이 올랐다는 평가도 앞으로 달러가 약세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실제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는 2014년 중반 이후 26% 올라 50년 평균치보다 3% 높은 수준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최근 투자자 설문조사에서는 달러가 고평가됐다는 응답 비중이 22%로 2006년 이후 가장 높았다.

◆쑥쑥 오르는 엔화, 금값 ‘상반기까지 투자 유효’


트럼프정부 출범 이후 엔화가치는 꾸준히 상승하는 중이다. 지난 24일 기준 엔/달러 환율이 112엔대로 하락하면서 달러 대비 엔화가치가 폭등했다.


금융시장에선 엔화가 지금보다 10% 가까이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엔화가치를 올리는 일본정부의 9월 통화정책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데다 강해진 달러약세로 엔화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해 6월 브렉시트 당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엔화에 몰려 엔/달러는 99.02엔까지 떨어진 적이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경제가 엔화약세, 달러강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어디까지나 중장기 목표"라며 "단기적으로는 대미 무역 흑자국에 대한 과도한 비판 등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엔 매수, 달러 매도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 엔 투자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금값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온스당 1151.5달러에 거래되던 국제 금가격은 24일 기준 1215.60달러로 올랐다. 2월물 금 선물가격은 0.9% 상승한 온스당 1215.60달러를기록해 지난해 11월17일 이후 10주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달러화로 표시된 금가격은 보통 달러가치와 반대로 움직인다. 미국 금리가 인상될 때는 무이자 자산인 금의 투자매력이 줄어든다. 따라서 금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감이 높고 금리인상이 완만하게 진행될 때 오르는 경향이 있다.

황병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로 갈수록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져 금에 대한 투자매력이 줄어들 것”이라며 “다만 미국 금리인상이 가시화되기 이전인 올 1분기까지만 금 투자전략이 유효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