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불출마, 20일만에 무릎 꿇은 '대권의 벽'
장영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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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대선 불출마 선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 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반기문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달 12일 귀국해 대통령 선거 출마 의지를 밝힌 뒤 대선 행보에 박차를 가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오늘(1일) 기자회견을 열어 갑작스레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불출마의 뜻을 전했다. 그는 "저의 순수한 포부는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뉴스로 정치교체의 명분은 실종됐다. 저 개인과 가족 그리고 10년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됨으로써 결국 국민들에게 큰 누를 끼치게 됐다"며 불출마 선언을 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 결심은 귀국 후 적극적인 행보에도 각종 구설수로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 부담을 느낀 결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퇴임을 앞두고 이미 뉴욕에서 특파원들에게 대선 출마 의지를 간접적으로 내비친 반기문 전 총장은, 올해 1월 12일 귀국 현장에서 대선 출마 의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뒤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에 뛰어들었다.
이후 지난주 설 연휴 기간까지 20여일 동안 반 전 총장은 쉬지 않고 각종 단체·기관 등에 방문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선을 준비해왔다. 그러나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반 전 총장은 귀국 당시부터 인천공항 측에 무리한 의전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을 겪었으며, 이후 충북 음성 꽃동네 방문 당시 봉사 도중 턱받이를 한 사진이 공개되면서 비난을 샀다. 이후 본인 선영 묘소에 성묘를 간 자리에서 제례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논란을 겪기도 했다.
대부분의 논란에 대해 반 전 총장이 비교적 명확한 해명을 내놓았음에도, 탄핵 정국에서 여권 후보로 거론되는 반 전 총장의 입지 때문인지 여론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오늘 발표된 세계일보 여론조사에서 반 전 총장의 대선 지지율은 10%를 겨우 넘겨, 30%를 넘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20%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황이다.
게다가 반 전 총장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번 설 연휴에도 일정을 멈추지 않은 반 전 총장은, 어제(1월31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대선 전 개헌 추진 의지를 밝히면서, '촛불집회의 민심이 변질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다시 한번 구설수에 올랐다.
한편 반기문 전 총장이 귀국 20일만에 대선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두고 여권 대선후보 지형에 변화가 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대선 출마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는 황교안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출마 가능성이 더욱 힘을 받게 됐다. 최근 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황교안 대행의 후보 출마 가능성에 긍정적인 뜻을 전한 것은 물론, 정우택 원내대표 역시 오늘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황교안 대행을 주시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 등 야권은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황 총리를 영입하려는 새누리당에 대해 "염치없는 짓"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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