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 기본, 70만~80만원도 다수 
기숙사비도 천정부지… 방학 제외한 8개월치 비용만 400만원 이상


새학기 개강을 한달여 앞두고 알아본 서울 건국대와 서울대 인근 원룸 시세는 겨울바람만큼 차가웠다. 1년에 10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내는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할 대학교 기숙사비 역시 당당하게 치솟은 건 마찬가지다. 졸업 뒤 수천만원의 빚을 떠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대학생들의 자금사정은 올해도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번화가·역세권 건대 원룸골목, 월세 50만원


설 연휴를 사흘 앞둔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건국대 건너편 먹자골목 인근 원룸골목을 찾았다. 건국대 먹자골목은 서울의 대표적인 번화가 중 하나지만 며칠째 이어진 강추위와 방학이 맞물려서인지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다.

하지만 개강을 앞두고 살 집을 알아보기 위해 부모와 공인중개업소를 드나드는 앳된 신입생의 모습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방값을 듣고 고개를 가로젓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대학생 혼자 살 집인데 월세가 만만치 않네요. 한달에 60만원이면 딸이 알바를 해도 감당하기 쉽지 않겠어요.”

서울 화양동 건국대 인근 원룸 골목. /사진=김창성
서울 화양동 건국대 인근 원룸 골목. /사진=김창성

올해 건국대에 입학하는 신입생 딸과 원룸을 알아보러 다니는 윤모씨(51)에게 다가가 시세가 어떠냐고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윤씨 모녀는 부산에 산다. 건국대에 입학하는 딸이 학교를 다니려면 기숙사나 원룸에 거주해야 하지만 둘 다 비싸긴 마찬가지다. 윤씨는 4년 동안 들어갈 학비와 생활비, 방값을 계산하면 한숨부터 나오지만 곧 개강인데 질질 끌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건국대 먹자골목 인근에는 최근 신축 원룸이 많이 들어섰다. 이날 골목을 다녀보니 한창 공사 중인 곳도 더러 눈에 띄었다. 원룸 시세는 16~19m²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이고 조금 큰 23m²는 월세 60만원이었다. 보증금 300만~500만원, 월세 35만~40만원인 곳도 있었지만 허름한 반지하였다.


인근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건국대 주변 원룸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이 평균”이라며 “지하철 2·7호선 더블 역세권에 번화가, 학교 인근이라는 프리미엄까지 더해진 것 치곤 저렴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접근성 떨어지는 서울대, 월세 최고 80만원

같은날 서울대 정문 인근 원룸골목을 찾았다. 이곳은 원룸과 고시촌 등이 몰린 대표적인 서울 대학가 골목이지만 교통편은 건국대보다 좋지 않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이 2호선 신림역과 서울대입구역이지만 교통사정에 따라 버스로 20~30분 정도 걸릴 만큼 다소 외진 곳이다. 학교까지 도보권인 건국대와 달리 이곳은 서울대 정문에서도 1.1㎞가량 떨어져 접근성이 낮다.

상대적으로 교통 접근성이 떨어지고 외진 곳이지만 원룸이 즐비한 골목 곳곳에는 편의점과 술집, 당구장, PC방, 패스트푸드점 등이 있어 나름 번화가의 면모를 갖췄다.

시세는 건국대 주변 원룸보다 보증금은 싸고 월세는 비슷하거나 다소 비싼 수준이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서울대 인근 원룸 시세는 건국대와 같은 16~19m² 기준으로 보증금 300만~500만원, 월세는 40만~60만원이며 조금 큰 23m²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5만원이다.

주방과 방이 작은 칸막이로 나뉜 1.5룸의 경우 보증금 1000만원, 월세 70만~80만원에 형성돼 오히려 건국대 주변 원룸보다 비쌌다.

인근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우리나라 최고 명문대인데다 법조인을 많이 배출한 고시촌이라는 명성이 자자해 방을 찾는 사람이 많다”며 “특히 현재 공사 중인 신림경전철이 개통되면 원룸골목 바로 앞을 지나 교통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기 때문에 미래가치를 본다면 이 정도 시세가 적당한 편”이라고 말했다.


서울 신림동 서울대 인근 원룸 골목. /사진=김창성
서울 신림동 서울대 인근 원룸 골목. /사진=김창성

◆원룸값에 놀라고 기숙사비에 좌절

“알바해서 생활비 벌고 공부 열심히 해서 장학금 받는 것 말고는 딱히 등록금과 방값을 감당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네요.”

건국대 인근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박모씨(26)는 여기저기 돈 들어갈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지만 도무지 빚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한숨지었다.

그나마 방학 때는 알바시간이 길어 돈을 많이 받지만 스펙 쌓는 일까지 겸하니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형편이 나은 친구는 알바 없이 스펙 쌓는 일만 몰두하니 그 시간에 알바까지 하는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고 답답해했다.

박씨의 말처럼 최근 대학생들은 빚에 허덕인다. 비싼 등록금은 말할 것도 없고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의 경우 원룸이나 기숙사 비용이 더해진다. 기숙사가 원룸보다 저렴하면서도 좋은 주거환경을 제공해 줄 것이라는 인식이 많지만 정작 주요 대학 기숙사비는 인근 원룸값에 견줄 만큼 비싸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지 못한다. 


대학정보제공포털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사립대 1년 기숙사비(1인실, 2016년 기준) 자료 가운데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소재 대학교 자료만 따로 살펴보면 전체 87개 중 18개 대학교의 1년 기숙사비가 400만원을 넘는다.

400만원이 넘는 상위 3곳은 가톨릭대 3캠퍼스(641만원), 연세대(629만원), 건국대(585만원)이고 하위 3곳은 성균관대(404만원), 한양대 에리카캠퍼스(406만원), 아주대(41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각 대학교 1년 기숙사비는 여름·겨울방학 4개월을 제외한 8개월의 비용만 들어간 값이라 원룸값에 놀란 대학생의 시름을 달래주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