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올해는 우리 산업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울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군 중 정보기술(IT)과 가전만 맑을 것으로 점쳐진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에서 반도체 부문이 성장을 이끌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10여개 업종별 ‘2017 산업기상도’에 따르면 건설·정유·석유화학·기계는 ‘구름 조금’, 철강·섬유·의류는 ‘흐림’, 조선·자동차는 ‘눈 또는 비’로 예상됐다. 상공회의소의 산업기상도는 ‘맑음’(매우 좋음), ‘구름 조금’(좋음), ‘흐림’(어려움), ‘비’(매우 어려움) 등 4단계로 구분된다.

조선과 자동차는 왜 올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점쳐졌을까. 조선은 몇년 전부터 구조조정과 합병, 파산 등이 이어져 그렇겠지만 한국의 수출 효자업종으로 꼽혔던 자동차에 ‘비’ 전망이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자동차업종 어려운 이유

자동차업종의 악재는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내수시장 감소를 막을 수 없다. 차량 교체주기가 늘어나면서 내수시장이 사실상 포화단계에 이르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2015년 국가별 자동차 내수 규모를 집계한 결과 한국의 자동차 연간 소비량이 183만대로 내수시장 규모 세계 10위를 기록했다. 참고로 1위는 2460만대의 중국, 2위는 1784만대의 미국, 3위는 504만대의 일본이 차지했다.


두번째 악재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발 투자압박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자동차산업을 지키기 위해 한국·유럽 등 해외 완성차업체들에 압박을 가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압박에 피아트크라이슬러는 일찌감치 미국공장에 1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고 메르세데스-벤츠의 다임러도 공장 생산 확대에 13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국내 정식 구입된 최초의 중국 승용 차량 '켄보 600'. /사진=뉴시스 고범준 기자
국내 정식 구입된 최초의 중국 승용 차량 '켄보 600'. /사진=뉴시스 고범준 기자

셋째, 중국산 차의 국내 진출이 본격화됐다. 새해에 주목할 뉴스 중 하나가 버스에 이어 국내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중국산 SUV(sport utility vehicle)다. 중국 베이징인샹이 출시한 SUV ‘켄보600’이 그 주인공. 베이징인샹은 중국의 5대 자동차 회사인 베이징차와 충칭의 오토바이 회사 인샹실업이 합작한 회사다.

중국산 자동차는 소비자가 인지할 새도 없이 한국시장을 야금야금 파고들고 있다. 이미 버스와 화물용 트럭 시장에서는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자동차가 대세로 떠올랐다. 중국관광객이 많은 인천공항이나 제주도 등지에서는 중국브랜드인 선롱버스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에 수입되는 중국산 자동차는 매년 급증했다. 중국산 수입 신차는 2012년 1067대에 불과했지만 2015년 2222대로 3년 만에 2배가량 늘었다. 중국산 자동차는 이미 프랑스와 이탈리아산 자동차의 수입액을 넘어섰다.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선롱버스는 선롱버스코리아를 통해 25인승 버스 두에고를 국내에서 판매한다. 중국 상용차 1위 베이징포톤은 수입사 대웅자동차를 통해 국내에 픽업트럭 툰랜드와 15인승을 판매 중이며 다목적 미니버스 ‘뷰CS2’도 들여올 예정이다. 중국 베이징자동차산하 북기은상은 수입사 중한자동차를 통해 CK미니트럭과 CK미니밴을 수입하며 SUV모델인 ‘S6’(켄보600)를 판매한다.

켄보600의 기본형 가격은 불과 1999만원이고 고급형도 2099만원부터 선택 가능하다. 국내 대표 SUV와 비교해보면 싼타페는 2800만∼3700만원이고 티볼리는 1650만∼2500만원이다.

켄보600의 외관 사이즈는 싼타페보다 약간 작다. 하지만 실제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축간 거리는 거의 같다. 티볼리보다는 훨씬 크다. 켄보600에는 중국산 1.5 터보 가솔린엔진과 벨기에제 CVT가 장착됐다. 최고출력은 147마력으로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선롱버스코리아가 구입한 선롱버스. /사진제공=선롱버스코리아
선롱버스코리아가 구입한 선롱버스. /사진제공=선롱버스코리아

◆저가 이미지? 가능성 충분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기대감에도 한국 소비자들은 불안한 시선을 보낸다. 중국산 자동차의 안전 우려와 A/S에 대한 불편함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또한 내구성에 대한 의문, 사드문제로 보복을 앞세우는 중국의 태도까지 다양한 이유가 제시됐다. 실제로 대표적인 중국산 버스인 선롱버스에 대한 버스기사와 승객의 불만도 적지 않다.

중국은 이미 연간 자동차 생산 2100만대, 판매량 2800만대로 압도적인 1위다. 중국산 자동차가 해외에서 얼마나 성공할지 속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1990년대 한국산 자동차와 1960년대 일본산 자동차도 글로벌시장에서 저가정책으로 시장을 넓혔고 이제는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중국 자동차업계의 이런 벤치마킹 전략이 맞아떨어진다면 수년 내에 우리나라에도 중국산 승용차가 많이 보일 것이다.

이제 투자의 관점에서 중국산 자동차를 살펴보자. 1990년대 중반 현대자동차의 주가는 대단한 흐름을 보였다. 현대차 주가는 미국수출 시작 전부터 그 이후 10년간 무려 30배나 상승했다. 당시 현대차는 국내 자동차 대중화와 해외 수출 급증 덕분에 세계 굴지의 자동차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산 자동차는 이제 막 세계를 향해 전진기어를 넣었다. 아직은 기술수준이 떨어지고 저가품 이미지지만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당장 중국산 자동차를 구입하기 꺼려진다면 관련 주식을 사보는 것을 어떨까. 중국 내 1위 자동차기업인 상하이자동차공업을 추천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