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대형 증권사, 수익성 '빨간불'
장효원 기자
6,013
공유하기
자기자본↑ 수익성↓… 증권업계, 규제완화 한목소리
대형증권사의 몸집 불리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 확보에 비상등이 켜졌다. 증권사의 생산공장인 자본금이 늘어났지만 투입할 재료가 부족해서다. 대표적 수익성지표인 ROE(자기자본이익률)도 지난해 평균 2.5%포인트 감소하며 하락하는 추세다. 이에 증권사들은 자체적으로 해외시장 진출, 부문별 연계사업 강화를 추진하는 한편 금융당국에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 |
/사진=이미지투데이 |
◆M&A·증자로 자본확충
금융당국의 ‘초대형 IB’ 육성 의지에 따라 증권사들의 몸집이 커졌다. 대우증권을 인수하고 자기자본 6조7000억원 규모로 거듭난 미래에셋대우가 대표적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번 합병으로 증권업계 자기자본 순위 1위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이로써 IMA(종합금융투자계좌) 운용과 부동산담보 신탁업무를 할 수 있는 자기자본 8조원 기준에 가장 근접한 증권사가 됐다. 초대형 IB 제도는 올 하반기부터 시행된다.
KB증권은 합병하기 전 현대증권에서 1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기자본 4조원을 넘겼다. 자기자본 4조원을 넘긴 증권사는 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발행어음업무가 가능하고 기업대상 외국환업무도 할 수 있다. 자금 조달방법이 확대되고 영업범위가 넓어지는 셈이다. 한국투자증권도 지난해 1조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삼성증권은 다음달 3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완료한다. 이들 ‘빅5’를 맹추격하는 신한금융투자도 지난해 9월 5000억원의 유상증자로 자기자본 3조원을 넘겼다.
특히 최근 중소형사들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서 증권사의 몸집 불리기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최대주주인 현대미포조선이 연내 매각 의지를 공고히 했다. 지난달 13일 현대미포조선은 “하이투자증권 지분매각을 위해 매각주관사를 선정한 후 지난해 하반기에 예비입찰을 진행했다”며 “현재 국내외 증권사를 대상으로 투자마케팅을 하는 단계로, 본입찰 및 주식매매계약을 올해 안에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이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7000억원 수준이다. SK증권도 최대주주인 그룹지주사 SK가 공정거래법상 금융회사 주식 소유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는 8월까지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중소형사 중 매각에 가장 적극적인 증권사다. 최근 이베스트증권의 최대주주인 LS네트웍스는 매각주관사로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선정하고 다음달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외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또한 수년째 매각을 추진하는 중이다.
◆몸집 커졌는데 ROE ‘감소’
대형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자기자본을 늘리고 있지만 그만큼 수익을 낼지는 아직 미지수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16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대비 90% 감소했다. 회사 측은 옛 대우증권 인수 전 매각사인 산업은행의 연결실적으로 잡혔던 지난해 1분기 실적을 제외하고 합병 시 구매가격 조정, 비용 등이 총 3000억원가량 들면서 저조한 실적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다만 장효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부진한 업황에도 지난해 3분기 누적 (구)미래에셋과 (구)대우의 세전이익이 이미 3755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연간 5000억원 내외를 경상적으로 달성할 수 있었다”며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미래에셋대우의 지난해 ROE는 전년도 6%대에서 1% 미만으로 떨어졌다.
올 초 출범한 통합 KB증권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달 통합 후 첫 공식간담회에서 KB증권은 올해 8~9%대 ROE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현대증권의 ROE가 1.3%, KB투자증권의 ROE가 8.3%임을 고려하면 평범한 영업방식으로는 힘들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삼성증권도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36%가량 줄면서 ROE가 4%대로 내려앉았다. 올해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보이지 못하면 증자영향까지 더해져 ROE가 더 추락할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ROE가 2015년 8.9%에서 지난해 4.2%로 4.7%포인트 하락했다.
![]() |
◆증권업 규제 완화 요구
대형증권사들은 ROE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미래에셋대우는 다년간 쌓아온 해외투자 역량을 바탕으로 올해 IB부문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KB증권은 올해 S&T(세일즈앤트레이딩)와 IB분야를 중점적으로 키우고 다른 KB금융지주 계열사와의 협업으로 시너지를 낼 방침이다. 삼성증권은 WM(자산관리)의 강점을 살려 IB와 연계영업으로 신규수익원을 발굴하는 중이다.
이와 함께 당국에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과도한 규제가 늘어난 자본을 굴리는 데 제약이 된다는 주장이다. 지난 8일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IB 5개사는 금융위원회에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퇴직연금이 증권사 발행어음에 투자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히고 부동산투자 한도 10% 제한을 완화해달라는 내용이 골자다. 또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도 지난 6일 간담회에서 증권사의 법인결제 규제, 파생상품시장 규제 등 불합리한 부분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규제를 무분별하게 푸는 것보다 초대형 IB의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홍콩의 경우 IB 핵심사업인 IPO(기업공개), M&A(인수합병) 분야에서 증권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를 도입해 글로벌 1위 시장을 구축했다”며 “규제 완화만으로 국내 증권사가 당국의 목표에 부합하게 움직일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