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토리] 2금융으로 옮겨붙은 '가계대출 뇌관'
서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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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심사 강화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가계가 제2금융권 대출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현실화됐다. 제2금융권 대출 이용자가 중저신용자인 데다 다중채무자 비중이 높아 제2금융권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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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
한국은행이 지난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업무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대출잔액은 1154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4조원 급증했다. 연간 증가폭은 직전 최대치였던 2015년 증가액(110조1000억원)을 경신하며 역대 최대치로 집계됐다. 이 자료가 가계신용(가계대출+카드사 판매신용) 통계보다 기준 범위가 좁은 속보치임을 감안하면 가계부채 증가액은 더 클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보험사,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이 급증했다. 비은행금융기관의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액은 55조1000억원으로 전년(31조9000억원)보다 72.7%(23조2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이 78조2000억원에서 68조8000억원으로 12.0%(9조4000억원) 감소한 것과 대조되는 결과다.
이는 은행권 대출심사를 강화한 영향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2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시 소득심사를 강화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했다. 부동산시장에 불이 붙으며 대출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 가계부채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그 결과 은행 대출문턱을 넘지 못한 소비자가 제2금융권으로 몰렸다는 분석이다.
◆다중채무자 이자상환부담 상승… 가계대출 뇌관, ‘은행→비은행’
문제는 제2금융권 주이용자가 중저신용자인데 이들이 저축은행 등에서 고금리로 돈을 빌린 후 대출금리가 상승하면 이자상환 부담이 커져 빚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통합비교 공시를 보면 저축은행 신용대출 연평균 금리는 16일 기준 11.12~27.30%다. 이 중 금리가 20% 이상인 곳은 22개사로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35곳 가운데 절반을 훌쩍 넘는다. 대표적인 중신용자로 분류되는 5~6등급자에게 적용되는 연평균 대출금리도 각각 12.89~27.60%, 13.94~27.80%다. 전업계 카드사와 은행계 카드사의 카드론(장기카드대출) 금리 역시 연 7.98~21.25%로 은행에 비해 상당히 높다. 전국 18개 은행의 연평균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3.61~6.10%다. 은행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하면 고금리로 돈을 빌릴 수밖에 없는 구조로 취약차주가 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특히 금리변동 리스크에 취약한 차주가 비은행권에 더 많다는 점이 우려를 키운다. 한국은행이 올 초 발행한 ‘2016년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은행권의 취약차주 대출비중은 3.7%에 불과한 반면 비은행권은 10.0%에 달했다. 한은은 같은 보고서에서 “저축은행(32.3%), 여신전문금융회사(15.8%)의 취약차주 대출비중이 높아 금리상승 충격이 이들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기관에 비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2금융권에 취약차주 비중이 높은 건 단순히 높은 대출금리 때문만은 아니다. 다중채무자가 많아서다. 한은에 따르면 같은 기간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비중은 30.7%에 이른다. 대출자 10명 중 3명이 다중채무자인 셈이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제2금융권에 다중채무자 비중이 높은데 경기침체가 계속되거나 금리 인상 시 이들의 이자 상환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며 “상환부담이 더 커지면 가계부채의 또 다른 뇌관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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