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가 수년째 박스권에 갇혀 있다. 코스피지수는 5년째 1850~2100선 안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코스닥지수는 3년째 700선을 눈앞에 두고 미끄러지거나 훌쩍 넘어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증권가에서 긍정적인 전망이 흘러나온다. 올해 국내증시가 박스권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2017년 장밋빛 증시가 기대되면서 투자자들의 얼어붙은 투자심리까지 녹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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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개선으로 기대되는 박스권 탈출

국내증시가 수년간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개인투자자들의 증시이탈이 멈추지 않는 상황이다. 개인투자자가 빠져나간 자리는 외국인투자자가 채웠다. 지난해 외국인투자자는 약 11조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약 8조원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빠져나갔다. 기관투자자 역시 2014년부터 매도세로 일관했다. 지난해에는 약 5조원을 매도하며 매수를 앞질렀다.


그러나 최근 코스피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올해 박스권을 돌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지난 1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9.29포인트(0.45%) 상승한 2083.86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9일 1958.38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최근 3개월 동안 130포인트가량 올라선 셈이다.

코스피가 박스권을 뚫을 것으로 전망되는 또 다른 이유는 펀더멘털과 수급, 밸류에이션 모두 기존과 다른 모습이 보여서다. 현재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세를 보이고 물가와 수출 등 거시지표가 긍정적인 점은 국내증시의 박스권 탈출을 도울 것으로 기대된다. 또 물가상승이 소비를 자극하고 재고 비축을 유도해 경기개선을 이끄는 지금의 거시구도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증시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전문가들은 수급에 있어서도 달러강세의 완화 가능성이 조력자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달러약세 유도 발언과 미국의 물가상승 가속에 따른 실질금리 하락 가능성, 미국 외 지역의 양적완화정책 축소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강현기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증시가 박스권에서 탈출할 가능성을 높게 진단했다. 강 애널리스트는 “펀더멘털 측면에서 좋은 소식은 경기가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직전 박스권 장세와 달리 지금은 증시와 경기의 연관성이 높다”며 “올해 한국 주식시장이 박스권을 돌파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약하긴 하지만 외국인투자자의 매수 기조가 유지되고 지난해 4분기 실적도 양호해 올해 코스피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내수가 예상보다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도 늘고 있다”며 “분명한 것은 국내기업의 실적과 실적전망이 개선되는 점이고 코스피의 박스권 탈출을 견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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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코스피 2200선까지 찍을 듯

올 상반기에 코스피가 2020~2200선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변준호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 4분기에 바닥을 찍고 경기가 반등해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국내증시의 박스권 돌파를 기대해볼 만하다”며 이 같은 전망을 내놨다.

올 상반기 국내증시의 박스권 돌파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는 유로존 이슈의 점진적인 해소다. 물론 트럼프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나 프랑스 대선, 네덜란드·이탈리아 총선 등 유로존 이슈에 대한 우려가 있다. 하지만 단기적인 영향에 그칠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또 유로존 악재로 주가가 하락하거나 완화 약세장이 되면 외국인투자자의 매수 기회로 작용해 국내증시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져 결과적으로 호재가 될 수 있다.


단기수출의 호조가 지속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달 수출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시장예상치의 9%를 웃도는 11.2%를 기록했다. 대체로 1월 수출실적은 연간 수출실적과 상관관계가 높다. 따라서 올해 수출증가율 역시 당초 예상했던 3%를 웃도는 5~6% 수준까지 뛰어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중장기적으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트럼프정부의 정책기조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국제유가가 상승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이고 글로벌경기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돼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변준호 팀장은 “유가가 미국 드라이빙 시즌 선수요 영향을 받아 재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가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등으로 올해도 봄과 여름에 계절적 상승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올해 국내증시의 흐름을 좌우할 주요변수는 환율이다. 최근 환율은 변동폭이 커지면서 리스크 요인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달러 추세를 약세로 전환된 것이 아닌 강세가 둔화되는 과정으로 판단한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정부의 정책이 구체화되면 달러는 장기적으로 강세국면을 이어갈 것”이라며 “트럼프정부의 환율조작국 지정 부담 등이 상존하지만 현재 시장경제 등을 왜곡시킬 요인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