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을 반기는 한편 두려움을 갖는다. 구글, GM, BMW 등이 자율운행차를 만들었을 때 많은 사람이 환호했다. 하지만 자율운행차가 실생활로 들어와 진짜 도로 위를 굴러다니면 위험하지 않을지 의구심을 갖는다.


로봇이나 인공지능(AI)도 마찬가지다. 놀라운 기술력이 실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기술이 우리에게 위협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도 든다. 공상영화에 등장하던 로봇의 위협이 실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로봇의 위협은 수많은 영화에서 표현됐다. 대표적으로 아놀드 슈왈제네거 주연의 영화 <터미네이터>가 있다. 터미네이터는 로봇이 지배하는 2029년 미래에서 과거인 1984년으로 보내졌다. 영화가 개봉된 당시에는 로봇이 인류를 공격한다는 내용이 현실과 동떨어진 공상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인간 이상의 지능으로 무장한 로봇이 지배하는 세상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터미네이터가 로봇이 폭력으로 세상을 지배한다는 면에서 현실성이 떨어졌다면 로봇이 정보를 장악함으로써 세상을 지배하는 좀 더 현실적인 영화도 있다. 조니 뎁 주연의 영화 <트랜센던스>에서 로봇은 무력 대신 정보로 세상을 지배한다. 트랜센던스가 현실화될 경우 인간의 역할은 지금과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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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에 밀려날 직업

로봇과 AI의 발달은 우리의 삶 자체를 바꿀 수 있다. 필자는 최근 4차 산업혁명의 핵심적인 이슈는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다보스 포럼은 2020년까지 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700만개가 사라지지만 그나마 200만개가 새로 생겨 결과적으로 500만개라고 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라 가장 크게 타격받는 업종은 사무행정직, 소위 화이트칼라 직군이다. 사무직 행정직의 상당수가 사라지고 수학, 건축, 엔지니어, 컴퓨터 등 과학기술 영역이 늘어날 것이다.


국가별 일자리 전망은 어떨까. 지난해 시티은행과 옥스포드대학에서 미래 일자리 감소의 국가별 전망을 내놓았다. 첨단 지식산업이 발달한 국가는 그나마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미국·영국은 로봇과 AI 때문에 각각 47%, 35%의 일자리가 위험한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은 무려 77%의 일자리가 위험하다.

국내도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위협받는 일자리가 많다. 한국고용정보원은 ‘기술변화에 따른 일자리 영향 연구’ 보고서에서 국내 일자리 감소를 전망했다. 2025년까지 AI와 로봇의 발달로 1800만명의 일자리가 위협받는다. 전체 취업자 70%의 일자리가 위태로운 것이다.


◆로봇이 못따라올 직업들

AI시대에도 살아남을 유망 직업도 있다. 로봇과 AI의 기술이 무섭게 진보하는 세상에서는 과연 어떤 직업이 살아남을까.

먼저 인간이 로봇보다 더 뛰어난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인간은 창의성과 사회성에서 강점이 있다. 창의적인 기업가 정신과 과학적 발견은 모두 인간 고유의 판단과 상상력에서 나온다. 사람간 교류가 바탕이 되는 사회성도 로봇이 따라오기 힘든 분야다.

창의적 기업가의 대표적 인물인 엘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은 로봇으로 대체되기 힘들 것이다. 학생과의 감정적 교류가 필요한 교사, 환자와의 소통이 중요한 간호사,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바탕이 되는 협상가, 상담가 등도 마찬가지다.

또한 인간은 로봇에 비해 육체적 표현력과 예술성이 뛰어나다. 단순한 반복 업무는 로봇이 쉽게 대체하겠지만 끊임없이 응용하고 새롭게 변신하는 분야는 로봇으로 대체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사람의 신체로 예술을 표현하는 발레나 행위예술 등은 로봇으로 대체되기 어렵다. 또한 조경분야에서 로봇이 단순히 잔디를 깎고 비료와 물을 주는 것은 가능하지만 아름답게 조경을 꾸미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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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AI시대에 주목할 만한 일자리 분야를 살펴보자. 첫째, 의외로 IT분야의 일자리 전망이 밝다. IT분야는 여전히 인간의 손길이 필요하다. 글로벌 비즈니스와 IT서비스분야 최고 연구기관인 미국 HfS연구소는 IT분야에서 단순 프로그래머와 중간관리자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웹·시스템 설계자, 데이터 분석가는 수요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구체적으로 디지털 마케팅, 모바일시스템, 클라우드 컴퓨팅분야의 전문가는 앞으로도 수요가 많을 것이다. 단순한 코딩작업자는 일자리가 위태롭지만 각종 웹, 시스템 등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는 유능한 소프트웨어 아키텍트 수요는 더욱 커질 거라는 얘기다.

소프트웨어 아키텍트는 기술적 관점에서 시스템을 바라보고 설계와 구현 전체를 책임지며 개발팀을 이끄는 사람이다. 수년째 미국이나 유럽에서 최고 수준의 임금을 받는 직업군으로 항상 뽑힌다. 소프트웨어 아키텍트가 되기 위해서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둘째,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의료서비스분야는 전망이 밝지만 변화를 겪을 것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전문직의 대표격인 의사에 대한 선호도는 높은 편이다. 의사가 되기 위한 진입장벽이 높아 안정적이고 큰 수입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미 의료서비스에서 AI와 로봇의 활동은 활발하다. IBM AI 왓슨과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수술용 로봇 다빈치가 대표적이다. 기계적인 섬세함과 빠른 데이터 분석에서 로봇이 인간보다 뛰어난 부분이 있다.

다만 의료서비스에서도 사람과의 교감과 힐링, 상담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다. 정신과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분야의 다양한 테라피스트는 앞으로 더 유망해질 것이다. 노령 환자 병원 전문의나 병원내 간호사, 가정방문 간호사, 인간의 손이 여전히 필수적인 물리치료사, 피부관리사 등은 지금보다 더 각광받을 것이다. 특히 물리치료사나 간호사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뜨는 직업으로 매년 분류돼 해외취업의 기회도 많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