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제약·바이오 대세 '오픈 이노베이션'
허주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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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로 미래를 대비하는 제약사들이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에 주목하고 있다. 한미약품·유한양행·대웅제약 등 내로라하는 상위제약사를 중심으로 타 기업, 연구소, 학교 등과 함께 신약후보물질에 대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비중이 늘고 있는 것. 하나의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해 평균 1조원의 비용, 10년 이상의 연구기간이 필요하지만 성공률은 낮은 암울한 현실 속에서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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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사진=뉴시스 DB |
◆상위 제약사, 개방형 혁신에 집중
2015년 8조원대 기술수출계약을 체결하며 제약업계에 개방형 혁신 바람을 일으킨 한미약품은 지난해 7월 개방형 혁신 전략을 구체화한다는 취지로 벤처투자를 담당하는 자회사 한미벤쳐스를 설립했다.
한미벤쳐스는 초기 단계의 유망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신생 제약·바이오벤처 등의 전략적 투자를 주도한다. 이 과정에서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은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와 주력 사업사 한미약품이 담당하는 체계적인 개방형 혁신체계를 갖췄다.
한미약품은 현재 ▲스펙트럼·루예사(다중표적항암신약) ▲릴리(면역질환치료제) ▲사노피(당뇨신약) ▲얀센(당뇨·비만치료제) ▲제넨텍(표적항암제) 등 다국적제약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글로벌 1~3상 임상을 준비 중이며 자체적으로 복합신약 포함 29개 신약후보물질을 보유 중이다.
이미 준비 중인 신약후보물질도 상당하지만 한미약품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지난해 12월 아주대학교와 손잡고 줄기세포를 활용한 혁신 항암신약 개발에 나서는 등 지속적인 신약 개발을 추진 중이다. 올해도 개방형 혁신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신약후보물질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상위제약사 중 광동제약과 함께 연구개발(R&D) 비중이 낮다는 비판을 받아온 유한양행은 2015년 이정희 대표가 취임한 첫해 바이오니아, 제넥신 등에 450억원을 투자해 개방형 혁신 비중을 확대했다. 또 지난해에는 면역항암제, 폐암표적치료제 등을 개발하기 위해 ▲파멤신(30억원) ▲소렌토(119억원) ▲네오이뮨텍(35억원) ▲제노스코(50억원) ▲이뮨온시아(118억원) 등 바이오벤처에 352억원을 투자했다.
올해도 유한양행의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유한양행 측은 “신약 개발을 위한 원천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바이오벤처 투자는 R&D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백신·혈액제제분야의 강자 녹십자는 바이오벤처 와이바이오로직스와 손잡고 면역항암제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또 자회사 녹십자랩셀은 옥스퍼드바이오메디카와 차세대 유전자 변형 항암 NK세포치료제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은 올 초 글로벌 생산관리센터, 오픈콜라보레이션 사무국 등을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통해 개방형 혁신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와 관련 서울대병원과 공동으로 줄기세포치료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신의철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와 하상준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가 제안한 과제를 토대로 대웅제약과 한올바이오파마가 함께 60억원을 투자해 기존 면역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는 암 환자를 치료하는 새로운 면역항암 항체를 개발 중이다.
동아에스티는 삼성서울병원, 줄기세포업체 메디포스트과 손잡고 미숙아 희귀질환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며 스웨덴 바이오벤처 비악티카와는 후성유전학 기반 차세대 항암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인터베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R&D 상위 10대 제약사가 개방형 혁신에 투자한 비용은 총 2197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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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본사. /사진제공=유한양행 |
◆글로벌 진출 위한 필수 선택
한국에 진출한 다국적제약사는 개방형 혁신 전략에 더욱 적극적이다. 사노피는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 40개국 20개 이상의 기관에서 임상을 진행하며 6조원가량을 개방형 혁신 등 R&D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사노피가 보유한 전체 신약후보물질 중 60%가량을 개방형 혁신을 통해 확보했을 정도로 외부와의 공동 신약개발 비중이 높다.
화이자는 대외 R&D 이노베이션이라는 조직을 통해 글로벌 총책임자가 신약을 개발 중인 국내 바이오벤처 및 제약사를 초청해 미팅을 갖고 제품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대외 협력 비중을 늘리고 있다.
최근에는 개방형 혁신 활성화를 위한 기회의 장까지 마련했다. 지난해 9월부터 화이자가 5개월간 진행한 ‘PEH 디지털 오픈이노베이션 공모전’에는 다운증후군 아이를 위한 맞춤형 교육과 훈련프로그램, 약 복용 관련 혁신적 애플리케이션 등 128개의 혁신적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신약 개발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개발 비용도 증가하면서 개방형 혁신은 제약사의 생존을 위한 필수 선택이 됐다”며 “다른 기관과의 협업으로 리스크를 줄이면서 전도유망한 신약후보물질을 확보해 글로벌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개방형 혁신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말했다.
국내 상위제약사 관계자는 “다국적제약사에 비해 규모가 훨씬 작은 국내 제약사는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 개방형 혁신 전략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며 “개방형 혁신 전략으로 신약을 개발하려는 시도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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